유니폼 디자인 공모합니다

by 보비

유니폼 디자인 공모합니다.


일요일 내내 비가 내리더니 11월 셋째 주가 되었는데 벌써 겨울이 바짝 다가온 것 같이 쌀쌀한 날씨입니다. 아침 출근길 공원을 지나는데 노랗게 빨갛게 곱게 물 들어있던 색색 단풍들이 비바람에 날려 바닥에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고와서 부지런히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는데, 이런 날씨에 우리 어르신들은 바깥일이 늘어나겠구나 싶더군요. 일 하실 때 좀 든든하게 챙겨 입고 일하셔야 할 텐데 걱정도 들었습니다. 겨울이 오니 외부 작업이 많은 공중화장실팀은 두툼한 패딩을 추가로 지급해 드립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어르신들께서 일하시면서 입으실 유니폼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이 들었습니다. 유니폼(Uniform)은 라틴어 우누스(Unus: 하나의)와 포르마(Forma: 형태)가 합성된 단어입니다. 직업을 표현하기도 하고 특정 집단의 소속감과 단결성을 드러내는 역할도 합니다. 작업하실 때 입어야 하는 옷이니까 무엇보다 착용감이 좋아야 하고, 내구성이 있어야 합니다. 유니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의사 가운이 있고, 대한항공의 나비 느낌이 나는 목 스카프가 있고, KBL 등 운동선수의 유니폼이 대표적으로 떠오릅니다. 저희도 클리닝 서비스를 하면서 입으셔야 하는 옷이라 단순히 착용감과 내구성만 따져서 유니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회사는 유니폼을 입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또 어떤 회사 직원 분들은 유니폼 입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유니폼을 입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본 목적은 기능일 것입니다. 회사의 입장에선 유니폼도 전략입니다. 유니폼을 통해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출하기도 합니다. 어르신들께서 동작구어르신행복주식회사에 소속되어 있다는 자긍심을 드려 조직의 유대감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고객들에게는 단정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드려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단순히 일할 때 입는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닌 유니폼 안에도 회사의 철학을 담고 싶었습니다.


마침 중앙대학교에 디자인학부에 패션디자인학과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역에서 일하는 어르신들께 지역의 대학교에 재학 중인 청년들이 유니폼 디자인을 해드리면 어떨까? 산학이 협력할 수 있고, 세대 공감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니 가슴이 마구 뛰었습니다. 마침 동작구청에서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업무협약을 추진하고 여러 사업들을 함께 진행하려고 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저희도 가족회사로 등록하고 교육 등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갖고 중앙대 산학협력단 정지영 파트장과 디자인학부의 김미현 교수와 유니폼 공모전을 위한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예상했던 것처럼 공모전을 진행하는데 복병은 빠듯한 일정이었습니다. 2016년 1월 1일부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1월 6일 날 사무실 개소식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늦어도 2015년도 연말에는 유니폼이 각 사업장 별로 전달이 되어야 했습니다. 디자인이 잘 나와도 제작업체를 찾고 원단, 부자재 등 제작 일정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다소 무모한 도전이긴 하지만 일단 도전해 보자고, 취지가 너무 좋다고, 참석자 모두 찬성으로 빠르게 일정을 진행했습니다.


좋은 의미를 담아 대학생들에게 ‘동작구어르신행복주식회사의 유니폼 디자인’을 공모한다고 했지만 사실 걱정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아직 배우는 학생 들인데 실용성보다는 디자인에만 치중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도 들었지요. 그럼에도 우리 젊은 친구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믿고 가기로 했습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결과는 좋았습니다. 회사의 메인 컬러인 와인과 골드색을 기본으로 차이나칼라 형 조끼를 디자인했는데,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십니다. 교수님의 도움으로 추천받은 제작업체 4곳 중 한 곳을 선정해 원단을 고르고 제작까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 후 한 차례 어르신들의 피드백을 적용해 이 조끼 유니폼과 와인색 폴로 티셔츠가 가장 회사를 대표하는 유니폼이 되었습니다. 여름에는 핑크색 반팔 폴로 티셔츠를 입으시고, 겨울용 점퍼를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조금씩 유니폼을 개선합니다. 유니폼이 ‘소통의 결과물’인 것이죠. 일하시는 분들이 입는 작업복이라는 의미를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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