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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비 Dec 10. 2023

정성(精誠)에 꽂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정성을 쏟아본 적이 있나요? 아니면 정성스러운 대접을 받아본 기억이 있으신가요?

정성(誠)의 명확한 뜻이 무엇인가 싶어 네이버 사전을 찾았더니 3가지 출처에서 '정성'에 대해 정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정성(精誠) -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

고려대한국어사전: 정성(精誠) - 온갖 힘을 다하려는 진실되고 성실한 마음

우리말샘: 정성(精誠) - 온갖 힘을 다하려는 진실되고 성실한 마음


3개의 사전에서 보는 것처럼 꼭 빠지지 않는 의미는 "온갖 힘을 다하려는" 진실되고 성실한 마음입니다.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온 힘을 다하려는 진실되고 성실한 마음이 정성인 것이죠. 정의를 보니 더욱 너 나는 나의 삶을 정성스럽게 살고 있는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정성이라는 말에 꽂히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작년에 한 커뮤니티에 속해서 활동하고 있는 김코치님께서 식물원 나들이를 제안해 주셨습니다. 거주하시는 근처에 신구식물원이 있는데 꽃이 너무 좋아서 종종 혼자 나들이를 다녀오시곤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꽃이 너무 예뻐서 코치님께 꼭 보여드리고 싶었어요"라며 초대를 하셨는데, 가기도 전에 감동을 하였습니다. 한 차량으로 이동을 하자고 하셔서 청계산역 2번 출구에서 저희는 만났고, 코치님의 차로 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차를 타자마자 저에게 건네어주시는 과일샐러드볼이었습니다. 집에서부터 챙겨 오신 거죠. 이른 아침에 이동을 할 수 있으니 식사를 못하고 왔을까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신구식물원에서 만난 풍경들


날도 너무 좋았고, 식물원 나들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사진도 많이 찍고 함께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점심과 디저트 카페 등 평소 코치님께서 즐겨 찾으시던 곳에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오늘 정말 "정성스럽게 대접을 받았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때 누군가를 위해서 이렇게 온 힘을 다해 진실되고 성실한 마음으로 나를 위해 신경을 써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 소중함을 느꼈던 기억이 아주 오래 남았습니다.


최근에 또 그 단어가 떠오른 경우가 2번 있었어요. 공교롭게도 2번 다 점심시간에 찾아간 '식당'에서였습니다. 둘 다 지인과 점심약속을 하고 방문한 곳이었습니다. 한 곳은 인사동의 '밥, 꽃에 피다'라는 한정식 집이었습니다. 암을 이겨내고 마지막 치료를 잘하고 계신 예전 동료를 위해 건강한 밥집을 찾다가 발견했는데, 저희가 점심에 먹은 밥은 "보자기 비빔밥"이었어요. 밥 위에 가늘게 채 썬 색색의 야채들을 올려놓고 얇은 계란지단 안에 보자기처럼 쌓아서 나오는 밥은 정말 "와~" 소리가 절로 나더라고요. 눈으로 먹는다는 표현이 정말 와닿았어요. 인테리어 곳곳도, 식사에 나오는 밥, 반찬 등 하나하나가 정말 신경을 많이 써서 손님에게 제공되고 있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습니다.



밥,꽃에 피다. 보자기 비빔밥. 너무 예뻐 먹기 아까웠다.


두 번째 식당은 여의도 국회 근처에 '진미파라곤 빌딩' 1층에 위치한 '고방채'라는 곳이었어요. 여기는 정말 우연히 들어간 밥집이었는데요, 이곳 또한 정말 정성이 그득하게 손님에게 밥을 서비스하고 있다는 느낌을 제대로 받았습니다. 특히나 요즘 물가들도 비싸고 재료비 등으로 상인들이 참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잖아요. 예전에 반찬 무한 리필해 주던 곳이 있던 때가 있었지만 요즘은 정말 찾아보기 어렵지요. 아마 그래서 더 놀랐나 봅니다. 자리에 앉고 저희는 '보리굴비 정식'을 주문했습니다. 기본 반찬상이 제공되었는데 좀 많이 늦은 점심시간이라 배가 고파나 나온 반찬을 한 판 클리어했어요. 더 달라는 말도 없었고, 모든 자리가 룸으로 되어 있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데, 미리 다 먹은 반찬을 다시 세팅을 해주더라고요. 원래 그날 제공되어야 할 어떤 반찬이 다 떨어졌다면서 다른 반찬(명란젓갈 무침)으로 제공해주시기도 했어요. 사실 말씀을 하지 않았다면 저희가 알 수 없는 거였고, 다른 반찬도 충분히 넉넉하게 나왔기 때문에 다른 것으로 제공하지 않아도 괜찮았을 거 거든요. 


고방채 서여의도점. 보리굴비 정식


룸마다 콘센트에 충전기 핀이 다른 것을 2벌씩 세팅도 해놓아 손님들이 알아서 충천도 할 수 있게 해주는 센스라던가, 답답해 보일 수 있는 좁은 공간의 룸은 천장을 높게 해 답답함을 보완하는 것도 그렇고, 점심이 좀 늦었다며 보쌈도 서비스로 제공을 해주셨어요.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 정성스럽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러니 밥맛은 기분이 이미 좋으니 더 맛나게 느껴질 수밖에 없겠죠. 마케팅의 일환 일 수 있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수많은 곳들이 있음에도 그것을 해내는 그 실행에도 박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다녀오고 두 곳 모두 여운이 남았습니다. 김코치님께서 저에게 대접한 하루와 함께요. 정성이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감동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제가 몸소 느끼고 나니, 저 역시 누군가에게 이렇게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자문해 보게 되었습니다. 선뜻 "그럼요! 저도 역시 그렇답니다!!"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웠어요. 물론 저도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그 사람을 위해서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다고 자부하긴 하지만, 2% 아쉬움도 분명 있었죠. 나는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여운을 주는, 잔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 하고요. 앞으로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으로 저의 삶을 디자인해야겠습니다. 제가 하는 일과 만나는 분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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