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캔디!
지난주에 '롤 모델'에 대해 글을 적다 보니, 제게 영향을 많이 주었던 캐릭터가 떠올랐습니다. 만화 '캔디 캔디'. 혹은 '들장미 소녀 캔디'를 기억하시나요? 저에게도 추억의 만화이기 때문에 어쩌면 모르는 분들도 계실 수가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오래되었다는 것을 실감이 나네요. 제가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4~5학년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정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TV 만화였고, 저는 만화책으로 까지 확장해서 푹 빠져 살았더랬습니다.
<캔디 캔디>는 일본의 순정만화이자 TV 애니메이션으로, 고아원에서 자란 캔디라는 소녀가 여러 인연과 사랑을 경험하면서 성장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미국과 영국을 배경으로 한 20세기 초의 세계를 그린 소설로 원작은 미즈키 쿄코, 원화는 이가라시 유미코가 맡아, 1975년부터 1979년까지 나카요시 잡지에서 연재되었습니다. TV 애니메이션은 1976년부터 1979년까지 TV 아사히에서 방영되었다고 해요. 우리나라에는 1977년부터 1980년까지 MBC에서 <캔디>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어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 뒤에 1983년 <들장미 소녀 캔디>라는 제목으로 다시 방영되었을 때도 역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웃으면서 달려보자 푸른 들을 푸른 하늘 바라보며 노래하자 내 이름은 내 이름은 내 이름은 캔디~
나 혼자 있으면 어쩐지 쓸쓸해지지만 그럴 땐 얘기를 나누자 거울 속에 나 하고
웃어라 웃어라 웃어라 캔디야 울면은 바보다 캔디 캔디야~
지금도 입에 맴도는 것을 보니, 정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 실감이 나네요. 이렇게 만화 주제가도 기억을 한만큼, 저도 MBC 어린이 만화로 방영된 <캔디>를 먼저 봤을 텐데, 저에게 기억에 오래 남게 된 것은 만화책으로 발간된 <캔디 캔디>를 읽으면서였어요. 기억에 총 9권으로 출간된 만화책을 초등학교 5학년 정도에 부모님께서 사주셔서 친구들에게도 빌려주면서 함께 읽었습니다. <캔디>의 결말이 마음에 안 들어 '캔디 이후'의 이야기를 직접 쓰면서 소설가의 꿈을 키우기도 했었지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 엘리자벳과 <작은 아씨들>의 둘째 조 캐릭터처럼 <캔디 캔디>의 여주인공 캔디까지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결'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캔디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을 가진 소녀입니다.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으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결정하려고 하며, 타인의 간섭이나 압박에 굴하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캔디는 어려움과 고난을 통해 인간의 삶은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슬픔을 극복하고 행복을 찾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집니다. 연애와 관련된 생각도 읽어볼 수 있는데요,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며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존중하며, 자신의 행복을 위해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 부분이 저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세 명의 캐릭터를 떠올리며 어렸을 때 읽었던 소설과 만화를 통해 저의 삶의 가치나 철학이 형성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부모나 가족, 학교의 교사, 친구들처럼 실존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당연히 많이 받겠지만, 이렇게 가상현실에서도 영향을 받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많은 영화와 소설, 만화 등을 통해 작가와 그 속의 캐릭터들을 접했는데 저에게는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캐릭터가 눈에 들어온 것도 신기한 인연 같습니다.
지금의 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의 저의 타고난 성향과 다양한 경험치들이 모여서 지금의 제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그런 시간이었어요.
당신의 롤 모델은 누구였나요?
당신도 한번 추억 여행을 떠나서 당신에게 영향을 미친 캐릭터를 떠올려 보세요.
그들의 어떤 모습에 이끌렸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