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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연구소

by 이아

한 사람이 걸어 나옵니다. 그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은 삶에 지쳤습니다. 무기력합니다. 매일 똑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한때는 너무 지겨워서 죽어버리고 싶었던 적도 있었던 보통의 사람입니다. 어딜 봐도 다 비슷하게 지겨운 삶. 그 사람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그 사람은 '그림자 연구소'에 가고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자신의 그림자를 분석해서 자신이 억눌러왔기에 차마 본인이 원했는지도 모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기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인, 그 사람은 짙은 먹색의 '그림자 연구소'로 또각또각 걸어 들어갑니다. 연구소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1층 로비에서 거대한 스크린을 바라봅니다. 그 거대한 기계는 터치 스크린으로 검은색이며, 화면 중앙의 흰색 네모 박스에 예약 번호를 누르게 되었습니다. 예약 번호를 누르자, 성별, 나이, 직업을 입력하라고 합니다. 다 입력하자, 7층으로 가라는 짧은 문구를 마주합니다. 그림자 연구소는 12층인데, 각 층마다 어떤 곳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은색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도착했습니다. 7층에 가니 놀라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엄청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아주 밝은 빛이 통유리 창문을 통해 쏟아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짙은 먹색 벽면과 천장과 대비되어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당신은 몇 발자국 걸어가다가 강렬한 빛이 안구에 닿자, 이내 쓰러지고 맙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가까이에서 인기척이 들립니다. "어서 일어나세요." 여기가 어딜까요? 바닥이 축축합니다. 몸을 일으켜보니 공간이 협소합니다. 분명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청 넓은 공간에서 빛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곳은 그곳이 아닌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