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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 Sep 02. 2024

하염없이 막막할 때

나는 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니 쓰고 싶어 집니다. 안 쓰고 버티다가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맥북을 엽니다.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너무 더웠을 때는 더위만 가시면 나는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더위가 조금 물러다니 마음의 풍경은 바뀝니다. 안 괜찮은 것 같습니다.

무언가가 더욱더 많이 떠오릅니다. 휘저어집니다. 형체도 불분명한 불만족과 갑갑함이 치밀어 오릅니다. 이걸 어쩔 티비? 또 왔구나, 그렇습니다. 이것만 지나가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지요. 여전히!

바라던 지점 통과, 작은 성취, 이거만 되면, 이 지점만 뚫고 나가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지점이 돌파되면 아이러니하게 막상 하염없이 막막해지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냥, 그게 인간의 디폴트 상태인 것 같습니다. 잠시의 기쁨, 순간의 만족감, 찰나의 즐거움이 지나가면 여전히 권태롭고, 무의미한 것 같고, 무력한 마음마저 듭니다. 오늘의 날씨는 작년 8월 15일의 날씨 같네요. 바람이 불면서 습한 날씨, 계절이 바뀌는 느낌.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작년 8월 15일보다 올해 9월 2일의 저는 분명 더 건강해진 것 같은데 왜 여전히 막막할까요? 바라던 어떤 지점을 분명히 통과했는데 여전히 불만족스럽고, 모호한 이 느낌은 뭘까요?

그것은 아마도 한 지점을 통과하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끊임없는 고해라고들 하겠지요? 그렇기에 수많은 철학자들, 작가들이 글을 써대고, 많은 독자들이 글을 읽고 토론을 하면서 살아왔겠고요.

어떤 느낌이던, 생각이던 내가 아니라고 일단 거리를 둡시다. 허상이라고, 허상에 갇히면 안 된다고! 그렇지만 때론 그 허상에 매달리고, 허상 안에서 철저히 괴로워하고 싶기도 합니다. 시간을 좀 줍시다. 괴로워할 시간을요, 너무너무 괴롭고, 너무너무 지긋지긋하면 행동을 하겠지요.

행동을 하다 보면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되고, 새롭게 만난 세상이 우리를 더욱더 혼란스럽고, 불편하게도 만들겠지요. 불편하면서 미칠 것 같은 순간들을 반드시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좀 더 객관적으로 보입디다. 안 하고 싶겠지요. 안 불편하고, 안 혼란스럽고, 안 미칠 것 같고 싶겠지요. 충분히 아니 너무 잘 알 것 같아요. 누가 그렇게 괴롭고 싶겠습니까?

그런데, 미칠 것 같은 순간에 그냥 합시다. 그냥 하던 일하고, 맛있는 거 좀 드셔주고, 좋아하는 활동도 하고, 하기 싫은 일도 좀 꾸역꾸역 하다 보면 넘어갑디다. 안 넘어가면 어쩔? 안 넘어가지면 가끔 꼴까닥꼴까닥 거리면서 죽을 것 같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표출도 합니다.

다른 것들이 밀려와서 나를 미치게 했던 그 상황은 묽어집니다. 묽어져서 흐릿해지고, 사라져 버리기도 합니다. 며칠 지나서 생각해 보면 그건 그냥 허상이었구나 생각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일단, 세수합시다. 세수하고, 양치하고, 하던 거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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