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동안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겠지
꺼질 듯이 나 아파하고 있잖아
다 그런 거라고 쉽게 얘기하지 말아 줘
박기영-mercy
오랜 시간 동안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려 본 적 있으실까요? 아픔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지만 사람을 꺼지게 만드는 아픔, 회복 불능일 것만 같은 아픔도 있습니다. 이렇게 아파하시는 분들에게는 어떠한 위로도, 방향 제시도, 조언도 소용이 없습니다. 위로, 동정, 공감도 전혀 가닿을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두움, 그런 세상이 있었습니다.
긍정적인 감정은 물론 수치심, 모멸감, 죄책감, 억울함, 슬픔, 분노라는 감정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꺼져있는 상태, 이 정도 상태로 감각이 꺼져버리면 상담도 사실 별 효과는 없습니다. 일단은, 몸의 감각을 깨워야 합니다. 몸의 감각을 깨우는 데는 정신과 약물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때 저는 제가 상담가랍시고, 이런 상태에서 약을 거부하고 계속 상담만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개인상담->집단상담->개인상담을 받으면서 수없이 반복되는, 끝날 법하면 다시 되돌아가는 도돌이표를 찍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했지만, 저에게 돌아오는 것은 비난과 동정, 그리고 상담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한숨..
사람이 해줄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엄연히 존재했습니다. 저의 한계와 상대의 한계, 이 한계를 바라본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릅니다.
집단상담을 받으면서 오히려 증상이 폭발하고, 더 깊은 수렁으로 꺼져갔습니다. 해결하고, 고치고 싶어서 노력했던 게 저를 더 아프게 하고, 더 깊은 절망으로 떨어지게 했습니다. 침대에서 일어날 힘이 없고,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몸을 일으킬 힘이 없어서 갈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고 싶어도 부엌으로 나갈 힘이 없는 상태, 그런 상태가 있더군요.
그렇게 되자, 체념하고, 포기하게 되더군요. 그 체념이, 포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네,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삶을 기권해 버린 저는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 가까운 정신의학과에 가게 되었고, 약물을 처방받았습니다. 약물에 대한 기대도 없었습니다. 제가 약물을 거부한 것은, 제가 이렇게 꺼지기 직전에 주로 만났던 내담자분들이 약물과 상담을 병행해도 나아지지 않고 계속 자살시도를 해서 결국 폐쇄 병동에 입원하게 되신 분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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