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경계, 큰 책임

2025년 '세계책과 저작권의 날' 기념 공모글

by 리베르따

하얀색 작은 아기 고양이가 죽어있는 걸 보았다.

솜털로 뒤덮여 민들레 홀씨처럼 보송보송한, 후- 하고 불면 정말 홀씨가 되어 날아갈 것만 같은 작고 가벼운 아기 고양이가 눈을 뜨지 않는다.

아기 고양이의 작은 몸을 고동색 어미 고양이가 연신 핥고 있다.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리면 후다닥 어디론가 숨었다가 다시 돌아온다. 출근할 때 보았으니, 어미 고양이는 12시간째 아기 고양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나왔다. 시원한 맥주 한 캔이 간절하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아무것도 없다. 태산 같은 몸뚱이를 이끌고 편의점을 향한다. 가장 좋아하는 흑맥주와 육포를 샀다. 빌라 앞에 도착해 비밀번호를 누르던 중 젊은 남성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랫층에 사는 403호다.

"나 때문이야, 미안해... 별생각 없이 가져오면 안 됐어. 정말 미안해."

고동색 어미 고양이가 403호를 빤히 쳐다본다. 원망하는 눈빛으로.

남의 일에 크게 관여하고 싶진 않지만, 어찌 된 일인지 궁금하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을 목전에 두고 큰 결심을 한 뒤 뒤돌아 403호에게 가 무슨 일인지 물어본다.

"바깥에서 아기 고양이를 주워왔는데 이틀 만에 죽었어요."

403호의 말에 따르면, 아파트 근처에서 너무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보고 키울 생각으로 데려왔단다. 하루는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같더니, 다음 날 숨도 잘 못 쉬고 열이 나더니 죽어버렸다 한다. 근처 공원에 묻어주러 나왔는데 저 커다란 갈색 고양이가 본인을 덮쳤다고. 놀란 나머지 품에 안고 있던 새끼 고양이를 떨어뜨렸고, 그 이후로 갈색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의 시체를 지키고 있단다.

어미 고양이가 있을 텐데 그냥 막 데려왔다고?

"인터넷 보면 사람들 그냥 막 데려오니까 따로 확인할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어미 고양이가 저렇게 찾고 있는 줄 알았으면 데려오지 않았을 거예요."

자초지종을 들으니 기가 찬다. 아무리 눈에 좋고 예뻐서 갖고 싶다 해도 말이지, 주인이 있는데 저렇게 덥석 가져가는 게 도둑놈 심보지 뭘까.




숨이 차도록 울고 있는 403호 앞에서 더 따지지도 못하고 집에 들어왔다.

맥주를 만져보니 다 식어서 미지근해졌다. 맥주니 뭐니, 침실로 들어와 뻗었다. 많은 생각들이 든다.

만약 403호가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새끼 고양이는 어미 고양이 곁에서 무사히 자라고 있었을 것이다. 하물며 길을 돌아다니는 새끼 고양이조차도 어미라는 보호자가 있는데, 사람들은 이런 당연한 경계를 너무 쉽게 넘나든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인터넷에서 마주치는 글, 그림, 음악 같은 창작물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이 담긴 창작물은 저작권이라는 보호막 아래 소중히 다뤄져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에 있으니 그냥 써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허락 없이 가져다 쓰는 일이 흔하다. 저작권은 단지 법적 권리를 넘어, 창작자가 작품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또 다른 창작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약속이다.

403호의 무심함으로 새끼 고양이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것처럼, 우리도 무심코 저작물을 도용하며 창작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 저작권을 지키는 일이 단지 법을 따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모두가 창작과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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