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결핍. 공포.
미루고 미루다 오늘에서야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 오고 주위의 공기까지 탁해진다.
노모를 다른 별로 보내고 마무리한 책이라는 작가의 말에서 아하.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먹먹한 마음이 내내 겹쳐졌다.
소중함.이라는 건 너무 지극히도 사적인 단어겠지만 우리 모두 죽음이라는 데드 엔딩을 향한 여정 속에서 이 단어는 너무나도 객관적으로 전환된다.
첫 페이지를 넘겼을 때부터 모호한 경계에 서있는 기분이 떠나가지 않는다.
삶. 죽음.
전생. 현생. 후세.
시간.
믿음.
사실.
진실.
먹을 게 없어 굶주리는 의식주 결핍이 아닌,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정신의 결핍과,
세상에 만연한 공포감으로
우리는 우리를 더 삶에서 몰아간다.
실체 없는 공포를 관망하던 사람들이
아주 작은 자극으로 손쓸 새 없이 퍼져나간. 그래서 그 정체를 아주 조금 드러낸 공포의 모습에서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반응했는가. 반응할 것인가.
그리고 실체에 대한 공포 위에 군림하는 공표의 두려움은 어떠한가.
우리는 저마다 속하고 싶은 그룹을 마음속에 담아두며 살아간다.
부자. 가난한 자.
돈이 많은 부모를 둔 자. 돈이 없는 부모를 둔 자.
좋은 대학을 졸업한 자. 그저 그런 대학을 졸업한 자.
공부를 잘하는 자녀를 둔 자. 공부를 못하는 자녀를 둔 자.
외모가 현대의 기준에 맞는 자. 외모가 현대의 기준에 맞지 않는 자.
전생을 믿는 자. 전생을 믿지 않는 자.
신을 믿는 자. 신을 믿지 않는 자.
자존감이 높은 자. 자존감이 높지 않은 자.
코로나를 확진받은 자. 코로나를 확진받지 않은 자.
어떻게 생각해 보면 껍데기에 지나지 않을 육신이 영혼을 날려 보낼 때까지의 시간은 지구의 태초와 우주와의 거리와 비교한다면 너무나도 짧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시간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물어보라.
그 시간은 길고도 긴 세상 전부의 시간인 것을.
우리 모두 태어나는 순간부터 데드 엔딩을 향해 그 전부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