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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Jan 13. 2020

노가다(건설노동자)의 인권

 노가다(どかた)라는 단어는 어떤 느낌을 주는가? 사전적 의미는 '(토목) 공사장에서 일하는 일꾼'이라는 뜻의 일본어다.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 일뿐 아니라 요즘은 일상생활에서 "이거 완전 노가다야" 라는 등의 표현으로 자주 사용된다. 이때는 뭔가 몸이 고된 일을 뜻하는데, 꼭 몸이 고된 것이 아니라 큰 고민이 필요 없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순작업에도 이 '노가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영화 이집트의 왕자를 보면, 애굽으로 징집된 많은 노예들의 모습이 나온다. 이들의 주 업무는 피라미드를 시공이라는 당대 최대 건설 프로젝트에 노가다로 참여하는 것이었다. 이집트 군사들은 이 노예들 중 게으름을 피거나 행동이 굼뜬 노예들에게는 채찍질을 해 가며, 이들을 관리 감독했다. 대규모 건축 토목 사업은 일 자체도 육체적으로 고될뿐더러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전쟁이나 식민지배와 키워드가 늘 연계되어 있었다.


 이 시대의 건설노동자는 어떨까? 혹자는 건설노동자들이 이 일을 선택하게 된 사유를 크게 5가지로 분류했다. 1. 일종의 전문직, 2. 사업실패/경력단절자. 3. 본업 외에 급여가 필요한 사람 4. 단기간 알바하는 청년 5. 외국인 근로자. 1번을 제외하고는 큰 기술이나 경력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일로서 이 건설노동을 선택한 것이다. 선택지를 여러 개 들고 있다가 하나를 택한 게 아니라, 손에 쥔 선택지가 1개밖에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현장에서 근로자들과 종종 대화 나누다 보면,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가진 분들이 대다수다.) 보통 이런 경우, 계약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지금 시대의 건설노동자들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천대받는다. 앞서 말한 노가다 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가 이를 잘 대변해 준다. 그렇다 보니, 이들이 처한 근로 환경은 좋지 않다. 춥고 더운 외부 기상 조건과 씨름해야 할 경우가 많고, 운이 좋아 실내에서 일한다고 해도 먼지나 새 자제로부터 나오는 각종 냄새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 위험에도 상당히 취약하다. 산업안전보건 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산업에서 발생되는 중대재해 가운데 49%가 건설현장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특히 이러한 고질적인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원청사의 책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를 뒷받침할만한 여러 제도들을 만들었다. 그 덕에 과거에 비해 실질적으로 사업장 내의 안전의식은 높아졌으나, 이제 어느 정도 한계에 봉착한 느낌이다. 사고가 나면 공사가 중지되고, 국가조달공사 입찰 시 감점이 되고, 원청사의 공사 관리자들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전을 중시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손해를 보니까 사고가 나면 안 돼”라는 인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기업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의 생명은 동일하게 귀중하고, 이렇게 존엄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기본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얼핏 듣기에는 그냥 윤리 시간에 들을 만한 상식적인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특히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서 셈을 하는 이 현재의 자본주의 문화에서는 더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 특히 '사람의 생명'에 대한 문제만큼은 반드시 '사람의 존엄'이라는 절대적 가치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 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유가족 보상비를 주고 안주고의 문제가 이니라, 건설 근로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대받을 수 있도록 문화를 바꿔가야 한다. 


 최근 10여 년간 강력해진 안전 관련 법령들의 재정으로, 작업장 내 많은 위험요인들이 감소했다. '페널티'를 기반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공부 안 하면 혼난다.'라는 말으며 공부한 한생이 좋은 성적을 얻는 것에 한계가 있다. 그로 인해 이제는 '인권'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차원 성숙한 사회로 도약할 수 있는 때가 되었다. 이런 사회의 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다. 최소 10년 후를 바라보고 준비해야 한다. 오늘 당장 현장에서 가서 '여러분들 모두 인권이 중요하니, 자기 인권은 스스로 지켜가세요.'라고 말해봐야 공염불로 그칠 가능성이 99% 이기 때문에, 사회적 인식을 어떻게 바꿔갈지 기업과 정부가 함께 고민하여 기획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게 바로 이 우리나라의 건설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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