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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Apr 04. 2020

어느 호텔이 좋은 호텔인가?

# 흔히들 호텔의 좋고 나쁨을 얘기할 때, 5성급, 4성급 등으로 등급으로 수치화하곤 한다. 하지만 5성급 호텔이 구체적으로 뭐가 더 좋은 걸까?  사실 이 등급은 주로 호텔 시설물의 규모에 따라 주로 결정된다. 연회장, 레스토랑 등의 부대시설 규모, 호텔 객실수 등의 규모가 주요한 수치다. 어찌 보면 평가하여 줄 세우기 좋은 수치들이기도 하다. 때문에 투숙객들 중 굳이 부대시설을 많이 이용하지 않는 이들에게 사실 이 등급은 큰 의미가 없다. 어느 정도 이상이라면 객실 시설이 안 좋은 호텔은 거의 없고, 요즘관심리 많은 어메니티 역시 비용상 크지 않은 부분이다. 오히려 프론트를 거쳐 객실까지 가는 길, 또 객실의 인상, 편안함 그리고 호텔 안에서의 여러 경험들이 각자에게 좋은 호텔의 새로운 기준을 가늠해 줄 것이다. 일종의 직업병이겠지만 우리 같은 건축을 하는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디자인과 계획, 시공, 동선 프로그램의 디테일을 보며,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보고 이 호텔이 가진 고객에 대한 생각을 되짚어 보곤 한다.

호텔 별 등급 기준


# 이러한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우리 팀은 미얀마에서 좋은 호텔을 시공하기 위해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쓰며 부단히 노력했다.  이 노력의 출발점은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 호텔은 주로 누가 방문할까?", "왜 양곤의 많은 호텔 중에서 우리 호텔을 골랐을까?", "앞으로 이 호텔에 방문하거나 투숙하는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 이 장소를 지날 때 어떤 시야에서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등등의 상상으로 하나씩 접근해 본다. 공사 마무리 단계에 필자가 맡은 부분은 조경분야였다. 어떤 나무, 풀, 꽃을 어떻게 심을지 수많은 고민을 했다. 직접 객실에 올라 창 밖을 내려다보면서, '여기에 이렇게 심으면 호텔 로비에 진입했다는 확연한 변화를 느낄 수 있겠지? ', '해질녙 쉐다곤 파고다를 고려했을 때 위치가 여기가 좋겠다.' 등등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구상해 보고, 실제 현장을 보고 확인해 보고를 수없이 반복해서 한그루 한그루를 계획했다.  뿐만 아니라 바닥의 보도블록이나 석재도 무슨 색을 어떻게 배치할까를 두고도 다양한 시뮬레이션과 논의를 거쳤다.

Inya 호수의 기존 자연풍경과의 조화가 가장 주요한 가치였다


# 필자의 독특한 직업병이 이 과정에서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10여 년 전부터 새로운 도시를 방문할 때는 제일 먼저 그 동네에서 제일 좋은 호텔의 로비에서 한 30~40분가량을 매우 편한 자세로 앉아서 순간순간 드는 생각들을 메모하곤 했다. 호텔 도어에서 로비까지의 길목에서 무엇이 인상적이었고, 로비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은 주로 어떤지. 어디가 포인트 인지. 를 생각하며 이것저것 끄적이다가 마지막으로는 화장실을 들어가서 확인하고 호텔을 나간다. 화장실을 꼭 가보는 곳은 외부 방문자가 들어갈 수 있는 가장 누추한 공간이 화장실인데, 그곳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를 보면 이 호텔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에 와서도 주말마다 인근 호텔들을 둘러봤다. 노보텔, 샹글릴라와 같은 글로벌 체인뿐 아니라 소규모 현지 호텔들도 둘러봤다. 몸이 조금 수고스럽긴 하지만, 경험이 미천할 때는 타산지석만큼 좋은 방법이 없지 않은가?


 

Yangon 전역을 돌며 수배한 Palm Tree 처음 심은 날.


# 이 시간에도 호텔에서 우리가 만든 공간을 경험하는 이들이 있을 텐데, 과연 어떤 느낌을 받고 있을지 궁금하다. 우리의 의도가 잘 전달되길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의 성의가 공간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전달되길 바랄 뿐이다.

 

INYA 호수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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