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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Feb 04. 2020

직장인과 직업인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보통 취직을 합니다. 즉 ‘직(職)’을 갖습니다. 그 후로 그 사람은 그 ‘직’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여기서 ‘살아간다’는 말은 그 ‘직’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구현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 ‘직’은 자신의 ‘직업(職業)’이 됩니다. ‘직’은 자기가 맡은 역할이고, ‘업(業)’은 사명 혹은 자아실현을 의미합니다. 직업이라는 말의 의미는 자신이 찾은 그 역할을 통해 자기를 완성해간다는 것입니다. ‘직’은 자신의 삶을 완성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그래서 ‘직’과 ‘업’은 일체가 되지요....... 사회가 낡고 병들면 많은 사람들이 직업인으로 존재하지 않고 직장인으로만 존재합니다. 군인도 영혼이 빠지면 직장인으로 전락합니다. 그러면 국방에 대한 민감성이나 예민함도 사라져 경계가 느슨해지고, 심지어는 부패하게 됩니다. 이렇듯 ‘직’과 ‘업’이 분리된 사람들로 채워진 조직에는 부패가 만연하고 생기가 없습니다. ‘직’과 ‘업’이 분리된 사람들로 채워진 사회는 급격히 쇠퇴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맡은 ‘직’을 ‘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돈 몇 푼에 영혼을 쉽게 팔지 않습니다. 부패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몰입할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도전을 할 수 있습니다.

< 탁월한 사유의 시선 중 / 최진석 저>
                                                  





 양곤에서 맞이하는 주말 아침에 호화스러운 호텔 커피숍에서 3천 원짜리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직장인일까? 아니면 직업인일까?'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몇 번의 선택을 하다보니 현재 건설업에 종사하게 되었다. 그간 바쁘게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내 업무에 대한 고민은 수도 없이 해봤으나, 내가 종사하고 있는 이 '업'에 대해서 한 발치 멀리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역시 주말 아침의 여유로움은 다양한 잡생각들의 길을 열어준다.


 우리 업의 본질은 '사람들이 보다 안락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개인의 집을 짓는 일만 놓고도 참 가치 있지만, 건물이라는 것이 아무리 개인의 소유라고 해도, 사회의 풍경에 영향을 미치고 또 건물 안에서 생활하고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공재로서의 중요한 가치도 가지고 있다. 이 일을 업으로 삼은 것도 이런 공공기여의 목적이 컸다.


 하지만  담은  수년이 지난 지금 내가 선택한 ‘ 대한 의문이 든다. 사명이나 자아실현은 잊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아닌가. 우리 사회에서 건설업에 대한 인식은 좋은 면보다  좋은 면이 많다. 비자금을 조성하기 쉬어 대기업에서 하나씩 가지고 있는 산업, 공무원들과 결탁하여 난개발 하는 하는 산업, 소비자를 속이는 부실시공 혹은 사기분양,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을 조장하는 거대세력   건설회사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들의 예들이다. 물론 실제 건설업의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대부분 산업 발달 초기에 있었던 과거의 모습이다.

 회계를 감사하는 정부의 시스템, 윤리적 가치가 중요해진 공무원 사회, 정보력이 풍부해진 소비자들 등 많은 변화 덕에 건설업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부정적인 모습이 거의 씻겨졌으나, 아직 대중의 인식을 바꿔놓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듯하다.


 ‘정신없이 바쁜 나날’, ‘우리가 노력해봐야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라는 좋은 핑계들이 많지만, 핑계를 근거로 현실에 안주함은 늘 더 큰 불편함을 만든다. 아직은 마음이 불편한 것보다는 몸이 좀 힘든 게 나은 나이 아닌가. 생각을 잠시 멈추고 한국에 있는 친구와 카톡 대화를 나누던 중 친구가 명문 한 줄을 보내주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호가 없냐?”


양곤 시내에 공사중인 건물. 이리저리 휜 대나무 비계가 인상적이다. 이런 형태의 새로운 건물들은 양곤 시민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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