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민이 있어요."
"무슨 고민이요? "
"팀장을 좀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옛날에는 서로 하려고 하더니......"
"아...... 저도 말로만 들었는데...... 근데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지 않나요? "
"네. 여전히 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많은데...... 뭐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고, 회사에서 봤을 때 업무 능력이나 평판이 모두 좋은 사람들을 Pool로 삼고 물어보는데, 매년 안 하시겠다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얼마 전 HR 담당자와 나눈 대화다. 현재 종사 중인 건설업은 상당히 보수적인 업종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조차 유행이 지나버린 시점이지만, 여전히 노동집약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오랜 경험이 큰 재산이 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70~80년대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자동차, 철강 등 대부분의 업종들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보수적인 업종이다 보니, 경험과 대체로 비례관계를 가지는 '나이'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팀장들을 선발할 때도 대체로 '나이'를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둔다. 그 결과 40대 중반 정도가 되면 입사 동기들 중 서서히 '팀장'자리를 제안받는 친구들이 나타난다.
팀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15~20여 명의 팀원을 둔 팀장이라고 가정해서 생각해 보자.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팀장은 누구에게나 선망의 자리였다. 팀장이 되었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조직에서 인정받았음을 의미했고, 그 자체만으로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작년 말부터 '조용한 퇴직'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했다. '조용한 퇴직'은 실제로 퇴직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다시지만, 회사에서는 딱 잘리지 않을 정도의 수준에서 최소한으로 일하고 개인적인 삶에 조금 더 신경 쓰겠다는 사회적 움직임이다. 실제 주변에서도 굳이 조요한 퇴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유사한 태도로 사회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심리적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먼저 코로나로 어려웠던 지난 2~3년간 급격한 자산 인플레이션을 경험하면서, 근로소득의 물질적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다니며 열심히 일해서 차곡차곡 급여를 모으더라도, 집을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또 한 가지는 코로나 시대에 경험한 '개인의 삶'에 대한 가치 발견이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도 하고, 회식도 없어지면서 자연스레 '개인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생긴 시간을 유익한 방향으로 사용했던 사람들은 이 '개인의 시간'에 대한 가치를 재인식하게 되었다.
'팀장'직을 고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 '조용한 퇴직'을 한 팀원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에, 리더의 자리가 훨씬 어려워졌다. 또한 '조용한 퇴직'이 아니더라도, 조직 내에서의 인정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회사에 올인 한 직원들이 많았던, 혹은 올인해 주는 척했던 직원들이 많았던 시절에 비해, 이제는 확실히 팀장 하기 어려운 시기가 되었다.
또한 사회적인 고령화 문제도 원인 중 하나다. 고령화는 진행되고 사회보장제도는 이에 발맞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은 부담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정년을 연장해 갈 것이다. 정년을 20여 년이나 앞둔 나이에 팀장 등의 관리자가 되어 다양한 실무 경험의 기회를 놓친다면, 생존의 가능성이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
팀장 제안을 거부한 한 동료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뭐 지금이야 브랜딩화 된 회사가 주목받지만, 한 10년 있으면 브랜딩화 된 개인 주목받는 시대가 올 거라 믿어. 그런 개인이 모인 회사가 좋은 회사가 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