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경부터 다른 해에 비해 유독 장례 소식을 많이 접했다. 대부분 동료들의 부모님들이 돌아가신 경우였다. 확실히 40대 중반에 가까워지니, 이제 결혼식보다는 장례식에 가는 횟수가 더 잦아졌다. 또 주변에 크고 작은 병으로 인해 병원을 오가는 지인들도 늘어났다. 그러나 얼마 전 회사 게시판에서 '본인상'이라는 부고 제목을 봤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직원은 아니었으나, 직급을 보니 40대 초중반으로 보였다. 그와 가까운 직원의 얘기를 들어보니, 퇴근길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해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그 얘기를 함께 전해 들은 동료들은 모두 안타까운 마음에 이런저런 얘기를 이어갔다.
"정말 갑자기 퇴근길에 저렇게 되면...... 너무 허망하다."
"그니까... 저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한 창을 그의 사건에 대한 황망함 그리고 어린 자녀를 포함한 유족에 대한 안타까움을 얘기하다가, 한 동료가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 그러니까 하루하루 후회 없이 잘 살아야 돼."
"잘 사는 게 뭔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데? "
"후회 없이 살라고... 물론 매일 그렇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후회라는 걸을 매일 조금씩 줄여갈 수 있는 방향으로 살아가야 되지 않을까?...... 시간이 갈수록 조금 더 만족도가 더 나아지도록 말이야."
그리 심각한 얘기는 아니었으나, 나에게는 몇 단어가 뇌리에 의미 있게 남았다. '후회 없이', '방향', '시간이 지날수록...' 등등의 말이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다 유튜브에서 '100년을 살아보니'의 저자 김형석 교수님을 검색했다. 한두 해 전 책을 한번 읽긴 했었는데, 100세를 넘은 삶의 연륜과 철학과 교수라는 전문성을 지닌 그가 가진 생각이 해답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의 명성만큼이나 여러 곳에서 올라온 많은 강의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를 골라 들어봤다.
많은 얘기가 있었는데, 교수님은 좋은 제안을 하나 해 주셨다. 일기를 쓰되, 쓰고 나서 최근 2~3년 전의 일기의 해당 날짜와 비교를 해 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본인이 매년 어떻게 발전해 가고 있는지, 혹은 그대로 인지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 볼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특별한 사고나 병이 없어 평균수명 이상 살 수 있게 되면, 현업에서 은퇴하게 되는 60세부터는 사회에 기여하며 살 수 있는 일과 역할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 붙이셨다. 즉 글을 쓰며 객관적으로 자아를 바라보고 삶의 방향을 점검하고, 또 은퇴시점 이후에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김 교수님이 내게 건네준 삶의 지혜였다. 집에 돌아와서 바로 최근 3~4년 일기장을 꺼내서 책상위에 두었다. 내 모습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가끔씩 들여보며, 그 방향을 찾아갈 수 있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