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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Jan 01. 2023

건설업 사양산업 아니야 ?!

 우리가 입사한 이후로 '위기경영'이라는 단어가 매년 CEO 신년사에 들어가 있었다. 10여 년 이상을 위기라는 단어를 듣다 보니, 이제는 친근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산업들이 그렇겠지만, 내가 업으로 삼고 있는 이 건설업은 흔히들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한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공대에서 입학점수가 가장 높았던 과 였다'고 푸념하는 선배들을 제법 만났다. 그런 탓일까? 최근 들어 대학에서 건축공학과나 토목공학과의 명칭을 변경하거나, 일부 회사에서도 '건설'이라는 단어를 빼고 새롭게 사명을 변경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우리나라에서 건설업의 인기가 식어가는 이유는 몇 가지 있다. 먼저 수요의 감소다. 건설업은 경제 발전기에 국가의 주요 산업으로 등극한다. 도로를 놓고, 댐을 만들고, 상하수도를 정비하는 대규모 토목 사업과 도시가 형성되면서 필요한 오피스와 그 주변 주거단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엄청난 규모의 건설 붐이 일어나게 된다. 우리나라도 70~80년대 경제발전과 함께 건설업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40~5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전국 구석구석 대부분의 길이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있고, 서해안 남해안의 조그만 섬들을 연결하는 다리로 많이 생겼다. 수도권 근교에는 더 이상 새로 아파트를 지을 땅이 없고, 그 와중에 출산율은 계속 줄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인건비 상승이다. 70~80년대 인건비가 낮을 경우, 국내뿐 아니라 중동에 가서 많은 외화를 벌 수 있었다. 기술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낮은 인건비와 성실함으로 미국, 일본의 회사들과 경쟁하여 차지할 수 있는 시장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인건비가 이제 미국이나 일본의 회사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인상되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   


세 번째 이유는 시장 규모에 비해 많은 국내 건설사다. 전 세계에서 1~2위를 하던 조선업이나 철강업도 국내에 1~2개 회사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국내에 이렇게 많은 건설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거나 혹은 현재 매출 규모 유지가 가능할까? 물론 '아파트'라는 국내에 특화된 상품이 있지만, 경기 민감 상품이기 때문에 마냥 의지하기는 어렵다. 또한 한정된 시장 내에서 많은 회사들이 경쟁하다 보니, 마진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국내의 건설업은 사양산업이 분명하다. 그럼 현재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침몰하는 배의 갑판 위에서 침몰하는 순간을 멍하니 바라봐야 하나? 아니면 곧 구조대가 올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긍정주의자가 되어야 하나? 


먼저 건설회사들은 더욱 구체적인 시장을 만들어 가야 한다. 지금의 아파트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아닌, 새로운 사업 분야를 구체화해야 한다. 수십 년간 아파트 시공에 집중한 덕에 해당 생태계는 상향 평준화가 되었다. 물론 여전히 회사별 품질 차이는 있으나, 그래도 어느 정도 이미 평준화가 되었다. 그러므로 새로운 사업 분야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속도를 내어 진출해야 한다. 한 예로 S사는 사명까지 변경하며 친환경 분야의 협력사를 M&A 하고, 이 분야를 진출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국가의 소득 수준이 높아질 소록 '공간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공간 심리학이나 뇌 과학자를 영입하여 단순 사각 박스가 아닌, 공간감, 색채, 음향 등 다양한 감각기관을 고려한 디자인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것이다. 원가를 절감하여 효율적인 건물을 만드는 것이 아닌, 비용이 들더라도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내는 회사가 시장을 리딩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회사는 더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조직을 분할해야 한다. 지금도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본부 단위로 업무를 하고 있지만,  빠르고 실험적인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 분업을 넘어, 인적/물적 분할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침몰하는 배에서 모두 탈출 하자는 의견은 사실 모두 죽자는 얘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긴급 상황에서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건설업은 사양산업이지만, '의식주'의 하나로 절대 없어지지 않을 산업이다. 우리가 머물게 될 공간에 대해 깊이 생각하여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면, 분명 거기에는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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