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직업 나한테 맞아?

"한 달 쉬니 좋았어? "

긴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니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사실 한 달 쉬기를 결심할 때쯤 Burn out에 가까운 탈진이 왔었다. 업무량이 많은 것보다는 '내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인가'라는 측면에서 답을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건설업자라는 단어가 풍기는 뉘앙스는 '비리', '사회악'이라는 키워드였기에 그런 산업을 근간으로 살아가는 나는 사회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가에 대한 부담이 컸다.

그런 가운데 막상 한 달간 휴식을 취하며 여러 생각들을 해봤다. 그리고 한 달 휴식의 유효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매번 매우 좋은 경험이었다고 대답했다. 강한 확신을 가지고 그렇게 대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스로 충분히 Refresh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달이라는 휴가 기간 동안 스스로 점검을 해 보기 위해 이런 질문을 해봤다.

'만일 세상의 모든 업 (직업)이 동등한 급여를 지급한다면, 과연 나는 어떤 직업을 택했겠는가?'

나에게 맞는 업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해 그런 상황을 가정해 봤다. 그에 대한 대답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건설업'이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낸다는 근본적인 매력 외에도 누군가에게 쾌적한 새로운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연관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사회적 가치가 있는 산업으로 판단됐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오가는 비리, 소수의 편익에 대한 이슈가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한 투명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였다.

  따라서 결론은 명확했다. 내가 선택한 건설업을 유지하되,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해 나갈지 를 고민해 보는 것이 내가 앞으로 할 일임을 명확히 했다. 그리고 이 건설업 내에서도 내 적성에 더 맞는 일들을 찾는 노력을 하고 서서히 이동해 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임을 깨달았다.

 오늘도 회식 자리에서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서 이렇게 답해 주었다.

" 한 달 쉬니 좋았어요?"

" 어. 너무 좋았어. 한 달 전이랑 상황은 변하지 않았는데, 내 생각을 정립하니 좋더라고. 꼭 쉬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