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카보 Aug 04. 2022

한 달 휴가 가는 동료에게 해 줄 말.

 내 한 달 휴가에 대한 팀장님의 승인이 떨어지고 구체적인 시기가 확정될 즘 서서히 팀 밖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지인들의 질문은 비슷했다.


"육아 휴직 쓰는 거야?"

"아니. 연차로 쓰려고."

"한 달 연차가 가능해?"

"어 가능하지. 실제 한 달 이어도 working day 20일 정도니 연차 다 당기고 익년 연차 좀 붙이면."

"아 진짜 그렇겠네! 근데 뭐 하려고?"

"그냥 쉬면서 생각 좀 하려고"

"어디 가서?"

"제주도에 좀 가 있으려고......"

"와 좋겠다."

"너도 마음먹으면 할 수 있을 거야. 마음먹고 해 봐."


 실제 휴가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고민됐던 부분은 동료들 이었다. 오천여명이 모여 있는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 수많은 가십거리들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나만 신경 쓰지 않으면 되는 이슈였다. 그 보다는 막상 한달 휴가를 마음먹고 나니 '내가 한 달 쓰면, 다른 직원들도 한 달 쓰고 싶을 텐데 그러면 팀 운영에 문제가 없을까.' 하는 우려가 생겼다. 그래서 이 부분은 팀장님과도 얘기를 했다.   


" 팀장님. 근데 제가 한 달 쉬면 다른 팀원들도 한 달 쉬고 싶을 거잖아요? "

" 어. 그럴 수 있지. 나도 쉬고 싶은데? (하하)"

" 돌아가면서 한 달씩 쉰다고 했을 때, 팀 운영에 부담되지 않을까요?"

" 부담은 좀 되지. 그래도 시기에 대한 고려 해서...... 개인 업무에 따라 절대적으로 바쁜 시기가 있으니 그 부분만 피하고 나랑 조율하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아"

" 전례가 없는 일이라 고민이 좀 됐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일단 잘 다녀오겠습니다."

" 나도 고민을 하다가 이런 생각을 해 보니 명확해지더라. 만일 내 아들이 나한테 와서 인생에 대해 생각 좀 하게 한 달만 쉬게 해 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쉬지 말라고 했을까? 아마 당연히 쉬라고 했을 거야.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니까. 그래서 나도 쉬다 오라고 한 거야."

" 네 감사합니다. 저도 귀한 휴가를 가게 되었으니, 의미 있는 시간 보내고 복귀하겠습니다. "

" 어 그래. 잘 다녀와"


그리고 팀장님 뿐 아니라 같은 팀 동료들도 많이 응원을 해 주었다.

" 응원할게. 한 달 생각보다 짧으니, 알차게 보내고 와."

" 후배들에게도 좋은 선례가 될 거야. 너 같은 놈 들이 하나씩 튀어나와야 조직문화도 바뀌어 가는 거야."

" 잘 다녀와서 얼마나 좋은지 알려주세요. 기왕이면 제도로 좀 만들어 주고요"

" 가서 일할 생각은 하지 말고, 다른 생각만 하고 와."

" 걱정마. 어짜피 8월 뭐 금방가. 서로 원래도 휴가 한 주씩 가잖아...그러다 보면 금방 9월이야"......


사실 한명이라도 빠지면 그 일을 누군가는 나눠해야 하는 것이 조직이다. 그러니 가까운 동료들에게는 업무가 가중 될 수 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따뜻히 응원 해 주니 더욱 감사했다. 휴가 기간 내 생각들이 어떻게 정리 되어 갈지 모르지만, 적어도 한 달 이라는 시간이 개인에게는 엄청 나게 유익한 시간임을 글로서 잘 정리하고 싶다. 그리고 그 글이 경영진에게도 잘 전달이 되어, 한 달 휴가가 하나의 제도로서 자리 잡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팀장님 저 한 두어 달 쉬어도 될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