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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Oct 05. 2023

펠리세이드를 타는 40대 남자

 건설업은 여전히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그래서 개인의 경험이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자연스레 근속 연수도 길어진다. 또한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그 결과 이직을 한다고 해도, 크게 처우가 나아지지 않기 때문에 이직률도 타 산업에 비해서 낮은 편이다. 특히 소위 말하는 메이저 건설사간 이동은 더욱 드물다. 개인적으로도 15년 동안 한 회사를 다니고 있다. 내가 특별한 게 아니라 비슷한 또래의 건설회사에 종사하는 친구들도 대부분 그렇다. 


 한 회사에 오래 근무하니,  '익숙한 것들'이 참 많이 생겼다. 회사의 시스템, 부서별 업무, 담당자, 매년 돌아가는 패턴 등등 강산이 한번 반 변하는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익숙해진 것들이다. 익숙함이라는 것이 업무 효율을 높여줘 편리함도 생기지만, 업무의 흥미를 잃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새로운 업무를 하며 활력을 얻는 이에게 익숙함은 큰 적이다. 누군가는 5년 주기설은 또 다른 누군가는 10년 주기설을 말하는데,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익숙함은 반대로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 심해질 시점에 평소 가깝게 지낸 회사의 P선배가 '사내 벤처'를 제안했다. 좋은 아이템이 있는데 같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서, 사내 벤처에 공모하여 진짜 사업을 한번 해 보자는 제안이었다. 늘 그렇듯 초기 구상된 아이디어는 많은 가능성만큼이나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었다. 며칠 뒤 P 선배의 제안으로 K 선배까지 합류하게 되었다. K 선배는 잘 알지는 못하고 서로 인사만 하는 정도의 사이였는데, 그를 칭찬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벤처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셋의 본격적인 킥오프 미팅은 서울의 한 일식집에서 진행했다. 한 두어 시간가량 서로가 가진 벤처에 대한 생각, 또 아이템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다 보니 상당히 흥미진진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서로의 공통점이 몇 가지 발견했다. 먼저 직장 내에서 가장 고충이 많다는 40대 가장이라는 점. 또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는 점 그리고 펠리에시드를 탄다는 점이다. 


 이후로 우리는 벤처에 대해 계속 논의를 이어갔으나, 쿠팡처럼 매출이 J 커브를 그리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현재 아이템으로 벤처는 시도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대신 그동안 함께 아이디어를 굴리며 얻게 된 40대 남자들만의 각기 다른 생존 기술을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해 보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회사 내에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이행하고, 업무에 충실한 만큼 시간을 쪼개고 열정을 더해서 각자 개인의 삶도 풍성히 살아내고 있는 40대 남자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졌다. 이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소소함을 누리며 사는 삶의 즐거움을 공유할 수도 있고, 또 치열하게 하루를 보낸 누군가에게는 힘이 될 것이라는 희망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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