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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Sep 27. 2023

주말부부

 건설회사에 일하다 보니, 주말 부부를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다. 건설업의 특성상 현장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 짧게는 2~3년, 길어도 5년 정도면 보통 프로젝트가 종료되기 때문에 거주지의 이동이 잦다. 프로젝트가 종료될 때마다 가족들이 함께 이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처럼 맞벌이 부부가 많고, 또 자녀들이 초등학교 진학 후 전학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지는 나이가 되면 되도록 직원들은 자택을 나와서 현장 인근에 마련된 숙소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주중에 가족들과 떨어져서 지내고 주말부부로 지내는 것이 장단점이 있다. 사춘기 자녀를 둔 동료가 멀리 떨어진 지방현장을 지원하여 가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 집에서 있어봐야 애한테 맨날 잔소리만 하게 되고, 서로 관계만 틀어지는 것 같아. 그럴 바엔 차라리 주중에 서로 좀 거리를 두고 주말에나 한 번씩 와서 얼굴 보고 식사하고 하면 최소한 나쁜 기억은 안 갖게 될 것 같아서 그렇게 하기로 했지. 와이프도 나보고 그냥 가는 게 나을 것 같다더라."


또 40대 후반 정도되는 어느 팀장님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 야. 주말부부 정말 좋아. 삼대가 덕을 쌓아야 주말 부부 한다잖아. 이게 서로에게 좋아. 서로 자주 봐야 꼴 보기 싫은 점만 늘어갈 텐데, 주중에 각자 하고 싶은 거 하고 그러다 주말에 만나면 반갑거든. 그러면 부부 사이도 더 좋아지고. 뭐 애들 어릴 때는 좀 그렇지만, 중학교만 가봐라 찾지도 않는다. "


 장점을 말하는 직원들의 근거를 모아보면, 적당한 거리는 서로에게 좋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주말부부가 가지는 단점이 치명적인 경우도 많았다. 중학교 자녀를 둔 선배 직원이 저녁을 먹으며 내게 했던 넋두리가 기억난다. 


 "지난 주말에 대구(집) 가서 쉬고 있는데, 우리 아가 뭐라 했는지 아나? "

 " 네? 뭐라고 했는데요? "

 " 아빠 왜 안 가니? 이라더라. 와 순간 얼마나 서럽던지. 내가 누구 때문에 이라고 있는데......"

 " 사춘기 애들 뭐 다 그렇죠. 그냥 별생각 없이 내뱉은 말일 거예요."

 " 뭐 내도 이해는 가지. 가끔씩 한번 와서는 잔소리만 계속하니. 지도 짜증이 나겠지......

   니는 되도록 꼭 가족들이랑 붙어 다니고, 그리고 애들 어릴 때 많이 놀아주고......"


하지만 회사에서 인사이동이 어디 그리 만만한가. 개별 직원들의 필요와 회사의 필요가 각각 매칭이 된다면 가능하겠지만,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직원 모두가 100%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진 못한다. 물론 직원 개인의 상황이나 의견도 인사이동에 참고치 정도로 작동하겠지만, 40대 정도가 되면 회사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는 소위 말하는 중간관리자가 되기 때문에, 개인의 편익을 강하게 말하기도 참 어렵다. 그렇다 보니 많은 이들이 회사에서 정해준 길을 따르게 된다. 주말에만 보는 가족이 될지, 매일 함께 할지 참 중요한 문제를 회사에 맡기고 그 결과만 바라보게 된다. 일종의 배팅을 하며 이런 말을 한다.


"까라면 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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