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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Nov 06. 2023

당신의 리더는 행복 해 보이나요?

 하루 100km가량을 출퇴근하다 보니, 저녁 시간을 이용한 회식보다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동료들과 소통하려 노력한다. 일주일에 4~5번 정도 점심시간마다 사람들을 만나는데, 선배들을 만나보면 크게 두 부류가 있다.  


 A 선배는 점심시간을 먹을 때면, 항상 가족들과 함께 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주말에 자녀와 함께 애견 카페에 다녀온 얘기, 함께 북카페에 가서 책을 봤던 얘기, 함께 이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저녁을 해 먹은 얘기 등등 가족들과 함께 했던 일들을 밝은 얼굴로 전달하고 가끔은 우리에게도 가족들과 함께 갈 만한 좋은 공간이 있다고 추천해 주기로 했다.


 반면 B 선배는 주로 회사 다른 팀들과 함께 했던 이야기를 자주 한다. 옆팀과 함께 저녁 먹은 얘기, 모 임원과 함께 했던 주말 라운딩 이야기 등 역시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풀어놓았다. 특히 그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듯한 프라이빗한 얘기들까지 곁들여줬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A 선배와의 식사를 더 선호한다. 하루에 거의 10시간 가까이 지내는 회사와 관련된 얘기보다는 개인의 삶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편이 훨씬 유익하다. 또한 가족들과 즐겁게 보낸 기억에 대한 스토리를 듣다 보면, 화자를 통해 전달되는 즐거움과 따뜻한 감정 덕에 오전 시간에 쌓였던 스트레스도 한 것 줄일 수 있다.

 상대적으로 회사 내 이야기를 많이 하는 식사 자리에 갈 경우, 큰 흥미의 깊이가 떨어진다.  조직에서 10년 이상 몸담고 있게 되면 조직이라는 곳의 생리도 이해하게 된다. 실력이 없는 상태에서 인맥을 활용하여 직책자가 되거나 혹은 임원이 된 이들의 말로를 수도 없이 심심찮게 보아왔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비화에 가까운 이야기들에는 흥미가 덜 하게 되었다. 물론 주변에 아직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도 많지만, 확실한 건 해가 지날수록 숫자가 줄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서로 상충되는 가치는 아니지만 서서히 회사에서의 성공보다는 행복한 가정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동료들이 늘고 있다.


 다소 역설적이지 않는가? 사회는 점점 개인화되어 가고, 또 예전에 비해 혼자 사는 사람도 많고, 또 결혼했다가 헤어진 커플들도 훨씬 많아진 현재의 사회에서 가정의 행복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얘기가 어딘가 모르게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가 그렇게 변화하다 보니, 행복한 가정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고, 그래서 사람들은 이 행복한 가정에 더 가치를 두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리더의 중요한 여건으로 '삶의 대한 만족도' 또는 '행복'이 큰 요소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삶의 행복도가 떨어지는 리더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매력이 반감될 것이다.


 오늘도 또래 동료와 점심을 먹으며 이런 얘길 했다.


"야 우리가 팀장 할 때는 진짜 힘들 거야. 예전 팀장들은 개인의 삶이 다소 망가져도 그것이 회사에서는 회사를 위해 희생한 한 하나의 훈장으로 여겨져 왔지만, 우리 때는 진짜 일도 많이 할 뿐더러, 회사에서 뿐 만 아니라 퇴근 이후의 삶도 행복해야 리더십이 생길 테니...... 하나만 잘하기도 벅찬데 말이야......"


선배세대들 보다 리더의 자격이 조금 더 엄격해진 것이, 사회가 성숙해져 감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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