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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Nov 30. 2019

출근할 수 있는 힘

미얀마에서 홀로 맞이하는 주말이 영 낯설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둘이서 주말 아침을 나름 바삐 보냈고, 아이가 하나 둘 생기면서는 더욱 분주한 주말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낯선 나라에서 홀로 맞이 하는 주말 아침이 내게는 참 낯설다. 그 분주함을 경험해 보지 못했으면, 이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몰랐을 거라는 생각에 늘 주말 아침이면 우선 씻고 숙소를 나섰다. 


주말에는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이 있는 NOVETEL 호텔의 베이커리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도어맨이 열어주는 거대한 문을 통과하여 '고멧' 이라는 베이커리에 들어서는 순간, 업무차 이곳에 왔다는 생각을 지을 수 있었다. 호텔 베이커리라서 확실히 빵과 커피의 풍미가 좋았고, 가격도 우리나라 파리바게트 수준으로 저렴했다. 맛도 맛이지만, 이곳을 자주 찾은 건 조용히 앉아서 한주를 돌아보고, 또 다음 한주를 계획하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옆 테이블의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투숙객들의 여유로운 모습, 차분한 BGM, 안락한 의자가 오늘이 확실히 주말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었다. 


사실 한국에서는 커피도 잘 안 마셨는데, 이곳에 와서는 주말마다 꼬박꼬박 이렇게 커피를 챙겨 마신다. 밖은 서 있기만 해도 더운 이곳에서, 에어컨 빵빵한 실내에 앉아 마시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큰 매력이 있었다. 커피 한잔 하며 지난 한 주간의 직장생활을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내가 몸 담고 있는 건설업, 그 중에서 건설현장은 하루하루 전쟁터 같이 흘러간다. 외부 기후, 민원에도 큰 영향을 받고, 또 경기에 민감한 사업이기 때문에 하루하루 다양한 변수에 치열하게 대응하는 일들이 주요 업무다. 게다가 다른 직장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의 욕구와 이익이 분명히 대립되는 곳이기에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낯선 땅에서 처음 이런 저런 시도를 하다보니, 국내에 비해 더 많은 예측불가 요소들이 수시로 튀어나온다. 신입시절에는 이러한 갈등이 회사에서 잘 구축한 시스템으로 인해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었으나, 10여 년 직장생활을 하며 터득한 것은 저런 부류의 갈등 해결을 위한 조율은 오로지 개인의 몫임을 분명 깨달았다. 


 또한 개인의 몫으로 치부하더라도, 개인이 이 과정을 조율해 갈때 조직이 늘 합리적이로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 임관 전 군사훈련을 받을 때, 선배들이 얼차려를 주고 나서는 '이거 다 너희들을 위한 거야. 군대라는 조직에서는 불합리한 것들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돼. 그것도 하나의 훈련이야.'라고 말하곤 했다. 그때는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말이었으나, 이제는 사회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것에 어느 정도 순응되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 또 애석하기도 또 아쉽기도 했다. 이런 비 생산적인 생각을 하다 보면, 궁극에는 또다시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어떻게 한 직장에서 30~40년을 일하셨을까? 그때는 평일도 야근이 많고, 토요일에도 출근했을 텐데......'


우리 부모님만 떠올려봐도 그렇다. 평범한 직장인이셨는데, 평일에도 한 밤중에 퇴근 하여 오셨고, 그때는 주 6일제 였으니 토요일에도 항상 출근하셨었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았던 식구들만 봐도,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외삼촌, 막내 이모 등 집에서 함께 살았던 식구들도 많았었다. 안팎으로 받으셨던 스트레스와 부담이 지금 내가 느끼는 무거움에 비할바가 되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자기반성을 촉진시키고 다음 주에 원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자극한다. 부모님으로부터 DNA를 물려받았으니, 적어도 전 세대에 비해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것이 DNA를 받은 자로서 감당해야 할 책무가 아닐까? 비록 전쟁터 같은 직장이지만, 힘내어 다시 참전할 수 있는 건 여유 있는 주말에 즐긴 이런 잡생각들 덕분이다.  


소소한 일상의 변화는 활력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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