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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Dec 12. 2019

신입사원이 봉사하러 입사했나?

 건물을 짓는 이 건설업은 근로자의 영향도가 매우 큰 산업이다. 잘 갖춰진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는 제조업과 다르게, 사람이 한 땀 한 땀 해 나가는 일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기술의 발전 속도도 느리다. 5G가 운전자도 필요 없게 만들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 이 순간에도, 건설 현장에서 누군가는 시멘트 포를 뜯어 물을 섞어, 벽돌을 한 장씩 쌓아 올리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엇보다도 근로자의 경험을 중시하게 되었다. 그래서 조직문화가 타 산업 대비 상하의 구분이 있는 수직적 구조다.


건설현장에는 많은 노동자들이 필요하다

 미얀마 양곤에 있는 사무실에 첫 출근하여 직원들에게 인사를 할 때, 눈에 띄게 젊어 보이는 직원들 몇 이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셋 모두 20대 후반으로 동갑내기 들이라고 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미안할 정도로 이들은 모두 바빠 보였다. 일과시간도 정신없이 바빠 보이더니,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야근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날을 제외하곤 대부분 야근을 했다. 단순 서류업무의 상당 부분은 모두 이 막내들에게 집중되다 보니, 저녁에 남아 밀린 서류업무를 할 때가 많았다.


 나도 뒤늦게 프로젝트에 합류한 탓에 야근할 일이 많았기에, 이들과 종종 저녁 먹으며 얘기할 기회가 많았다. 옆에서 지켜봐 왔던 것처럼 이들은 참 많은 업무를 하고 있었다. 일에 늘 치어 있었다. 물론 경험이 많지 않아 업무 처리 속도가 늦은 탓도 일부 있겠으나, 상사들로 부터 떠 내려오는 일들을 더 이상 보낼 곳이 없기 때문에 일이 쌓일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각자 맡은 바 책무를 다 하는 것이 직장생활의 기본원리인데, 이 맡은 바 책무가 약자에게 지나치게 쏠린 것은 아닌가.


 많은 이들이 우리 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로 '전문성에 대한 불신'을 꼽는다. 대학에서 4년이라는 엄청난 시간 동안 관련된 전공을 학습하였으면 충분한 전문성을 갖췄을 텐데도 불구하고,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을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로 치부하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 보니, 이들 막내에게는 단순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을 위주로 업무를 나눠준다. 누군가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고, 회사 특유의 직무관련 사항에 대한 교육을 뒷받침해 주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도 전문성에 걸맞게 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90년 생들과 조우하려 노력하는 요즘 주목할 부분이다. 누군가는 귀찮아하는 하는 일이나 하찮은 일을 시켜놓고, 가끔 저녁에 삼겹살 한번 사주는 것으로 막내들의 사기를 돌보던 시대는 분명 지났다. 신입사원은 봉사활동하러 입사한 사람들이 아니다.


 몇 해전 뉴욕 여행에서의 경험으로 마무리를 대신하고자 한다. 당시 현지에서 작은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한 분을 만나 얘기 나눈 적이 있다. 한국에서도 유명 의대를 졸업하였기에 훨씬 더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왜 굳이 이곳에서 사시는지 궁금했다. 그의 답변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 한국에서는 의대를 졸업해도 병원에서 아주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하지만 미국은 달라. 의사 면허를 갖는 순간부터 그 사람이 초짜여도 권위를 인정해 주고, 의사 대우를 해 주지. 절대 허드렛일은 안 시켜. 힘들게 전문가를 길러내고, 전문성을 또 인정 안 하니 거기서 낭비되는 비용이 얼마야? 비단 의사만 그렇겠어? 사회 전반에 걸쳐서 그 손실 비용을 따져보면 정말 어마어마할 거고, 돈도 돈이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우수 인력의 양성을 잃게 되는 거지......'

야근 후 함께 땀흘리며 스트레스를 풀던 테니스 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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