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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Dec 17. 2019

회사가 진짜 창의적인 사람을 원할까?

 양곤 주변은 삼면으로 강에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서울처럼 다리가 많이 놓이진 않아, 강 건너 마을로 갈 때는 차보다는 배로 가는 게 유리하다. 선착장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로 북 쩍 댔다. 정박해 있는 배는 무척 오래돼 보였는데, 이 배에 과연 이 많은 사람들이 탈 수 있을까 궁금했다. 티켓을 구매할 때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야 하는데 괜스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목적지가 5분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기에 크게 불안하진 않았다. 배는 요란스레 뱃머리를 돌리는데 한 10분을 소요하더니 정말 5분도 안 걸려 강 건너 마을인 Dala 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 인근에는 자전거 뒤에 사람이 탈 수 있는 수레를 달린 일종의 인력거를 타고, 투어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 뜨거운 땡볕에서 이 마을을 둘러보기에 그만한 교통수단도 없었기에 간략히 가격 네고를 하고 수레에 몸을 실었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DALA행 배에 승선하는 사람들

 불과 배로 5분만 건너왔을 뿐인데, 이곳의 풍경은 양곤과 180도 다르다. 늘 교통체증이 심한 양곤과는 다르게 차도 거의 없는 평화로운 시골의 풍경이었다. 특히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밭에서 이제 막 돌이나 지났을 동생을 데리고 흙장난하고 있는 아이,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는 아이들, 높은 곳에서 신나게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아이들, 신발도 안 신고 비포장 길에서 축구하는 아이들, 장터에서 신나게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잡기 놀이하는 아이들...... 이렇게 자유로운 환경에서 뛰놀 수 있는 이곳의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고, 한국에서 열심히 빡빡하게 짜인 학원 스케줄을 따라 매일 시간을 보내는 한국의 아이들이 안타깝기도 했다. 우리나라 교육제도에는 참 문제가 많음을 이곳에서도 느낀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교육제도야 정치, 사회적 이슈라고 치부하더라도, 그렇다면 기업의 직원 교육은 문제가 없을까? 대게의 기업들은 바람직한 인재상으로 ‘창의적인 인재’를 꼽는다. 그런데 왜 주변에는 창의적인 직장인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인가? 찬찬히 생각해보면, 기업들은 시스템이 매우 잘 구축되어 있다. 특히 구성원이 많은 대기업일수록 누가 오더라도 일하기 편하게 조직 전체와 각 부서 또 개인의 업무가 매뉴얼화되어 있다. 기업의 교육은 이 시스템을 최적화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이 시스템을 따르는데 ‘창의’라는 것은 다소 사치스러운 요소다. 오히려 시스템의 별 불만이나 다른 생각 없이 순응할 수 있는 직원들이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대다수의 직장인이 회사에서 업무 하면 할수록 경력은 쌓여가지만, 이 창의성은 퇴화될 수밖에 없다.  창의성이 퇴화된 채로 성장한 팀장은 창의적인 신입사원보다는 또 별다른 의문 없이 시스템에 순응하는 직원을 선호하게 된다. 악순환이다.


 물론 효율을 중시하는 회사의 시스템 하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창의적’ 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낯설지 않은 현실에서는 더 이상 효율을 추구하기보다는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기업의 생사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앞으로 어렵게 선발한 ‘창의적인 인재’들을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최적의 효율이 아닌 새로운 시도들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이들에게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존 시스템을 무시하고, 무에서 시작하여 새로운 과정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이런 시도들이 조금씩 늘어나가 보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좀 더 많아지고, 또 조직도 그만큼 창의적인 형태로 발전해 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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