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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가드너 Nov 24. 2021

나를 괴롭혔던 당사자들이 모두 퇴사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눅눅해진 마음 들여다보기

이상하다. 그간 나를 괴롭혔던 당사자들이 모두 퇴사했다. 문제가 되는 상황이 자연스레 해결되어 버렸다.


치열하게 경쟁을 부추겼던 인턴 기간부터 2년의 재직 기간 동안, 나의 인사권과 직장생활을 좌지우지했던 사람들이 모두 회사를 나갔다. 사람보다 질긴 것이 조직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나를 그토록 괴롭게 하던, 몸을 담그고 있던 상황도 어느새 모르는 사이에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풀릴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 그 사람들은 같은 조직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조직 내에 있을 때처럼 논하는 게 큰 의미가 있지 않다. 


힘들었던 상황들은 기억에 남아 태도가 되었고, 무의식적으로 나를 지금도 잔잔히 건드리고 있다. 그리고 상황은 새로운 상황을 낳아, 그 사람이 나가고 나니 새로운 팀원이 퇴사를 앞두고 있다. 연이은 퇴사를 바라보면서 느낀 것은 사람이 힘들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분명히 힘들다는 것이라는 것이다. 사람이니까 힘든 게 맞는 거다. 그리고 본인이 감내하기 힘든 힘듦을 결국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는 거다. 잔인한 사실이지만, 아프다고 누가 대신 아파줄 것도 아니기 때문에. 


팀이 공중분해되기 직전의 상황을 마주하는 나는 다시금 나는 떠도는 입장이 됐다. 떠돌듯 무소속인 팀에서 다음 팀의 선택을 마냥 기다리고 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으로 나의 위치가 또 한 번 결정되고,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방면으로 배운 적이 많았고 그 성장점이 이제야 스스로 체감되는 방식으로 발현되고 있기도 하지만, 분명한 성장 뒤 감내했던 어려움과 어둠이 날 괴롭히고, 미생의 한 장면이 왜 하필 나였는지 문득 슬퍼지는 요즘. 객관적인 시각을 벗어나 나 스스로에 대한 위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냥 지나가고 묻었던 슬픔의 시간들을 조금 객관적으로 마주하고, 이에 대해서 스스로 위로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 뿌리를 또다시 점검할 시간이다.


어딘가 말을 할 곳이 없었는데 말을 할 곳은 이곳밖에 없는 요즘. 이상하게 무의식적으로 긴장하고 있는지 지금도 쓰라린 명치가 혹시 마음의 짐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 걱정되는 요즘. 업에서 선택받아야 한다는 불안함으로 반복하는 꿈을 다시 꾸는 요즘. 밥을 유난히 급하게 먹는 요즘.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 사람을 만나면 자꾸만 지치는 요즘. 이런 내 고독이 지나고 나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까요. 


모든 사람들이 매일 힘든 일만 있는 게 아닐 거고, 매일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닐 거다. 다만, 아무리 벗어나려고 내가 노력해도 잔잔한 호수에 던져지는 상황들이 있을 거니까. 괜찮다고 대수롭게 넘겼지만 어딘가 눅눅하게 젖어버린 마음과 순간들이 어쨌든 훗날 잘 버텨온 시간과 더 좋은 나를 만드는 과정이 될 수 있게끔, 그 과정을 살펴보아야겠다.


가시가 박힐 힘도 없어 눅눅해진 내 마음을 조금씩 들여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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