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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white Sep 16. 2023

한 달간 커피를 먹지 않으면 벌어지는 일_2편

커피 없는 커피 만들기

커피 대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아서


“우리 커피 한 잔 할까?” (쉬는 시간)

“우리 커피 한잔 할래요?” (데이트 신청)

“커피 잠깐 한잔 하러 나가자” (부탁, 요청)


사람들은 왜 커피를 반복적으로 먹을까? 맛을 떠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몽롱한 상태를 깨우기 위해 마신다. 카페인은 각성상태를 만든다. 다른 이유는 암묵적으로 합의된 '커피타임'을 만들어준다.


커피를 대신해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줄 음료가 필요하다. 커피 없는 커피 음료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작두콩차. 아메리카노와 색이 매우 비슷하다


1. 아메리카노 대신 검은 물을 만들어보자

검은 액체를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몸에 좋고 물에 끓이면 짙은 갈색일 띠는 3종류 차를 주문했다. 보리차, 작두콩차, 홍차.


홍차와 커피의 차이

카페인 성분이 있고 커피만큼 긴 역사를 가진 홍차에도 카페인이 있다. 알칼로이드 alkaloid라는 성분이다. 이것은 중추신경을 흥분시킨다. 그러나 홍차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성분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커피와 다른 점이다. 홍차에는 테오필린, 테오브로민, 카테킨, 테아닌 등의 성분이 함께 들어 있어 카페인 흡수를 낮추고 마음을 안정시킨다. 반면 커피는 카페인 함량이 높을 뿐 아니라 몸에 빠르게 흡수된다.


보리차와 작두콩차

보리차를 고른 이유는 단순했다. 우리는 보통 옅은 커피를  ‘보리차 탄맛’이 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면 반대로 보리차를 진하게 우리면 아메리카노와 비슷하지 않을까.(물론, 실험 결과 전혀 비슷하지 않았다)

작두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콩깍지까지 함께 말려 얇게 자른 모양으로 판매되고 있다.

작두콩은 콩과에 속하는 식물로 콩깍지가 30cm까지 자란다. 완두콩을 10배로 확대한 모양이다. 소설 <잭과 콩나무>의 콩나무가 실제로 있었다면 작두콩이었을 거라고 한다. 먹는 방법은 보리차와 동일하다. 물 1리터에 차 20g을 넣고 끓이면 된다. 작두콩차는 보리차보다 달고 약간의 기분 좋은 쌉싸름 한 맛이 난다. 물에 우린 차는 색도 짙어 육안으로는 아메리카노와 구분하기 어렵다.


3종류 차 모두 색은 아메리카노와 비슷하다. 그러나 커피가 가진 톡 쏘는 시큼함, 중독성 있는 쓴 맛, 열대 과일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메리카노를 대체하기에는 뭔가 허전했다. 묵지한 한 방이 없었다. 보리차, 작두콩차, 홍차는 커피에 비하면 여운이 짧은 디저트 같았다. 담백하고 달달한 가벼운 디저트.


2. 라테 도전

한 달간 투명한 차만 마실수는 없었다.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음료를 만들 수 없다면 라테를 만들어보자.


세 종류 차에 뜨거운 물을 붓고 투명한 병에 각각 담았다. 그리고 우유 대신 귀리음료를 넣었다. 식물성 귀리 음료를 넣으니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갑자기 실험실이 된 주방
귀리음료는 오틀리 바리스타 에디션 제품을 사용했다. 귀리음료 중 이 제품이 우유와 질감이 가장 유사했다
왼쪽부터 귀리음료에 보리, 작두콩, 홍차를 섞은 것이다

음료를 담은 병을 냉장고에 넣고 맛이 더 진하게 추출될 수 있도록 12시간 기다렸다. 다음 날 같은 시간,  냉장고에서 병을 꺼냈다. 색이 각각 다르다. 하얀색에 가까운 보리차, 짙은 갈색을 띠는 작두콩차, 그리고 시중에 파는 밀크티와 흡사한 홍차. 가장 연한 색부터 먹어보기로 했다.


보리차를 귀리음료에 섞은 것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맛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 모금 마시니.


어, 왜 맛있지. 죠리퐁 맛이다

이상하다. 색 변화도 거의 없는데 ‘우유에 갓 죠리퐁을 섞은’ 단 맛이 난다. 귀리와 보리, 두 곡물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것이었나. 꼴딱꼴딱 잘 넘어간다. 아이들 간식용으로 적합할 것 같았다. 작두콩으로 만든 음료는 색이 가장 짙었고 맛도 선명했다. 이 조합에서는 코코아 맛이 났다. 역시 괜찮은 맛이었다. 우유 대신 홍차에 식물성 음료를 넣은 것은, 예상대로 밀크티와 맛이 비슷했다. 차이점은 오트밀 음료에는 지방 성분이 없어 뒷맛이 깔끔하다는 것. 여기에는 꿀 반스푼을 넣었다. 풍미가 살면서 홍차의 씁쓰름한 맛도 기분 좋게 느껴졌다.


식물과 식물로 만든 세 종류 음료에는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자주 먹어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우유가 섞인 카페라테를 먹으면 배탈이 났다. 이것을 먹고 30분 뒤면 항상 화장실에 갔다. 몸이 싫어하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일 먹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시적 맑은 정신'을 위해 '몸'을 희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3. 우유 대체품

우유를 먹지 못하거나 채식하는 사람은 아몬드유를 만들어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이 점점 커진다.

아몬드를 사서 프라이팬에 볶았다. 캐슈너트도 볶았다. 그리고 견과류 20알과 물 200리터를 믹서기에 넣고 갈았다. 맛은... 없다. 고소한 맛이 희석된 것 같았다. 여기에 소금과 꿀을 추가했다. 훨씬 낫다. 그런데 단점은 배가 몹시 불러온다는 것이다. 포만감이 높은 음식이었다. 음료수를 먹는다는 느낌보다 부드러운 수프를 먹는 것 같았다. 직접 만든 아몬드, 캐슈너트 음료는 입자도 거칠어 우유, 귀리음료를 대신하기에는 무리였다.

왼쪽부터 아몬드, 캐슈너트, 캐슈너트와 아몬드 그리고 코코아 파우더를 섞은 음료


4. 키위 효과

어느 날 아침 9시가 되었는데도 졸렸다. 냉장고에 사다 둔 키위를 꺼내 먹었다. 하나를 다 먹을 때쯤 뇌에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 처럼 정신이 명료해졌다. 몸에 신선한 에너지가 퍼지는 느낌이었다. 그 뒤로 아침에 피곤함을 느끼면 과일을 꺼내 먹었다. 즉각적인 몸의 변화가 신기하여 과일 효능을 찾아보았다.


색이 선명한 채소나 야채에는 라이코펜성분이 있다고 한다. 황산화 성분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물질이 몸에 들어가면 피로 원인이 되는 활성화산소를 낮춰 준다는 것이다.


 커피 카페인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여 피로를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반면 과일 항산화 성분은 피로의 원인이 되는 활성화산소를 억제하여 피로감을 제거한다. 똑같이 피로감을 낮추지만 원리는 완전히 달랐다.

과일의 상큼한 향, 시큼함 맛 역시 잠을 깨운다

아침에 과일을 깎으면 손가락 하나하나 섬세하게 움직이게 된다. 아마 신체의 이러한 움직임도 뇌를 깨우는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과일 향은 주로 껍질에 몰려있다. 칼로 껍질을 제거할 때 향 주머니가 터진다. 방 안에 오렌지향, 레몬향, 키위향, 사과향이 퍼진다.


과일을 깎으면 천연 아로마 테라피를 경험할 수 있다.


오늘도 실험 중

한 달 커피 끊기 도전은 끝났다. 그리고 한 달하고도 2주가 지났다. 6주째  ‘커피’를 먹지 않고 있다. 카페는  종종 간다. 커피숍 메뉴판 마지막 문단에 적힌 차를 주문한다. 얼그레이, 카모마일, 홍차, 녹차.


계절이 바뀌는 어느 날, 비가 추적추적 온다면 따뜻한 카페라테가 먹고 싶을 것이다. 오늘은 날씨가 선선하고 하늘이 파랗다. 아직 커피를 먹을 때가 아니다.


 굳이, 오늘 커피를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몸의 변화에 관하여,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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