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변화 3가지와 '커피는 잘못이 없다.'
커피를 한 달간 먹지 않고 일어난 변화 3가지
1. 늘어난 수면시간
한 시간 일찍 잠드는 습관을 만들려면 평균 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불과 2주 만에 잠이 드는 시간이 새벽 2시에서 12시로 당겨졌다. 어떤 날은 11시부터 졸리기도 했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중간에 잠이 깨지 않는다. 숙면이다. 365일 맞춰둔 7시 알람이 필요 없게 되었다. 날이 밝아오면 저절로 눈이 떠졌다.
2. 몸무게 감소
밀가루, 설탕 섭취량이 줄었다.
반대는 반대와 끌린다. 커피가 쓰면 쓸수록 설탕과 기름, 버터가 가득한 도넛이 맛있게 느껴진다. 커피를 먹을 때 빵을 먹고 빵을 먹으면 커피를 마신다. 달콤한 맛과 쓴 맛이 번갈아 가며 음식을 더 많이 오래 먹게 만든다. 커피를 먹지 않게 되면서 탄수화물 먹는 양도 함께 줄었다. 한 달이 지나니 몸무게가 0.5kg 빠져있다.
3. 밝아진 피부
1년에 한 번 정도는 피부과에 간다. 얼굴 잡티를 없애고 피부 톤을 밝게 만드는 시술을 받았다. 올해는 일이 많아 피부과를 가지 못했다. 그런데 커피를 끊은 지 3주 만에 한 톤 밝아진 피부가 되었다. 피부 트러블도 줄고 얼굴빛이 전체적으로 균일해졌다.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커피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 것이다. 길어진 수면 시간. 케이크, 쿠키 등에 담긴 화학 첨가물 섭취량 감소. 우유를 먹지 않게 되면서 장이 편안해진 것. 무엇보다 커피 대신 과일과 홍차, 각종 견과류를 섭취하면서 영향학 적으로 건강한 식단이 만들어진 것 때문이라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에 몸과 마음, 얼굴에 변화가 생겼다. 이러한 긍정적 변화는 '커피를 먹지 않는 실험'을 끝까지 마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마지막 이야기, 커피는 잘못이 없다.
첫 번째, 커피기원과 커피음식
커피는 붉고 작은 열매다. 열매는 대게 몸에 좋다. 처음 커피나무 열매는 다른 열매와 다르지 않았다. 씨를 뱉고 과육을 먹었을 것이다. 7세기 에티오피아에 사는 칼디kaldi라는 목동이 커피열매를 먹은 염소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커피에 ‘신묘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티오피아 오모로 족은 이 신기한 빨간 커피 열매를 통째로 고깃기름에 볶았다.
그리고 당구공 크기로 빚어 ‘힘이 필요할 때’ 꺼내 먹었다고 한다. 커피는 요리 식재료 중 하나였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커피 열매 과육이 아니라 커피 씨 안에 정신을 깨우는 성분(카페인)이 집중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씨앗만을 추출해 요리를 하기 시작한다.
고통이 반복되면 쾌락이 되고 쾌락이 반복되면 고통이 된다. 짜릿하고 씁쓰름한 맛. 카페인을 먹기 시작한 사람들은 점점 진하고 '머리가 띵' 할 강한 자극을 찾기 시작했다. 부엌 화로에서 커피를 끓이는 방식으론 부족하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진하게 커피씨의 숨은 맛을 추출하기 위해 온갖 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한다.
라마르조꼬 기계가 커피 원두에 가하는 압력은 일상적인 생활에서 인간이 만날 수 없는 힘이다. 70kg 넘는 육중한 기계가 깊은 강바닥에 깔린 정도의 압력으로 커피 가루를 누른다. 고온과 고압으로 누를수록 진하고 강렬한 맛이 추출된다.
텔레비전과 유튜브에 나오는 건강 정보를 보면 어떤 재료는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소개된다. 암을 예방하고 치유해준다고 한다. 또 어떤 식재료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심지어 물을 많이 먹어도 죽는다고 하지 않는가.
영양성분과 주의사항, 효과와 부작용은 같이 붙어 다닌다. 불변의 법칙은 우리 몸을 완벽하게 치료해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성분은 없다는 것과 완벽하게 나쁜 음식, 완벽하게 좋은 음식도 없다는 것이다.
건강한 음식은 '적당함'과 '조화'의 문제다. 그리고 이 조화는 단순한 방식으로, 최소한을 더해 욕심 없이 필요한 만큼만 취하는 것에서 나온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다양한 식재료를 그냥 그 이치대로 '자연스럽게 취하면' 그만인 것이다.
이제 커피라는 이름에 커피 열매는 없고 자극적인 맛과 효율적인 유통을 위해 검게 볶은 커피콩만 남아 있다. 앵두 같은 빨간 열매, 영양소가 풍부한 커피열매.
커피는 잘못이 없다
8월 23일 저녁 8시 20분, 브런치를 쓰기 위해 라디오를 켰다. 음악이 나온다.
"커피를 처음 마시던 날 기억해 생각보다 쓰기만 했지/ 어른이라면 이런 것도 즐길 줄 알아야 해 그런 거겠지" 심규선 <어른이 되는 레시피>
처음 커피를 먹던 날을 떠올려본다. 쓰고 맛이 없었다. 어른이 되면 제일 먹고 싶었던 음료수. 첫인상은 최악이었다. 노래 가사처럼 어쩌면 어른이 되었다는 의무감으로 커피를 즐기려고 노력했다. 처음은 생크림을 얹은 모카자바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생크림을 빼고 우유를 뺀다. 마지막엔 아이스아메리카노. 그리고 에스프레소와 물 한 잔. 매일 사 먹는 게 지겨울 쯤엔 집에 소형 커피머신을 설치한다. 그렇게 커피 역사처럼 나 역시 점점 더 진하고 자극적인 검은 액체를 찾기 시작했던 것이다.
전쟁과 커피
커피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에티오피아에서는 전쟁터에 나가기 전 동료들과 커피를 나눠 마셨다고 한다. 중요한 의식에 커피가 등장한다. 그들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커피를 마시며 반드시 전쟁에서 ‘살아’ 돌아오겠다고 다짐을 하였을 것이다. 우리도 아침에 커피를 마신다. 소리 없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우아하고 저렴한 방법으로 의식을 치른다.
'나는 오늘도 이 커피와 함께 살아서 돌아올 것이다.'
두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가다듬어 온갖 감정적 소용돌이와 예측 불가능한 사건사고로부터.
산책을 하러 공원에 갔다. 공원 바닥에 낫이 떨어져 있고 벤치에는 커피믹스가 놓여 있다. 화단을 가꾸는 작업자 분들이 보인다. 커피와 낫, 커피와 전쟁. 커피는 잘못이 없다.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리가 잘못이다.
- 끝-
-> 1편: 커피를 끊기 어려운 이유
-> 2편: 커피 대체 음료 만들기
*커피 대체 음료 만드는 과정은 아래 동영상을 통해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s://youtu.be/SQjwJoU4qPA?si=V2sladg9NXhQOy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