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 시간 줄이고 독서습관 만들기
계란 프라이와 스마트폰의 공통점은 1분마다 뒤집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유 없이 아이폰을 뒤집었다 다시 뒤집는다. 미국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직장인은 평균 3분밖에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한다. 부엌에서 계란을 부치며 채 1분도 기다리지 못하고 뒤집개로 계란을 뒤적이는 모습이 핸드폰을 대하는 나의 손을 닮았다.
2007년 1월 9일은 인류 문화를 바꾼 역사적인 날이다. 이 날 스티브 잡스가 최초로 세상에 아이폰을 선보였다. 개인이 언제든 손바닥 안에서 온라인 세계와 접속할 수 있는 세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17년이 지났다. 사람이 태어나고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세상에서, 스마트폰이 먼저 있고 사람이 태어나는 세상이 되었다.
작년 겨울 책을 보면서, 밥을 먹으면서,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계속 뒤집는 나를 발견했다. 뭔가 이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서 두 가지 일(스마트폰을 보거나 다른 일을 하거나)을 동시에 해도 괜찮을까. 불과 몇 년 전과 다르게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급격하게 증가한 나의 일상을 발견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확실히 한 가지 일에 길게 몰입하는 시간이 줄었으며 알아도 인생이 바뀌지 않는 뉴스와 이미지를 쫓느라 몇 시간 동안 핸드폰을 붙잡고 있었다.
새해를 맞아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이기로 결심했다. 낮 시간은 마음껏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자기 전 30분 동안은 보지 않기로 했다. 목표 기간은 한 달. 2023년 11월 6일부터 12월 6일까지 31일간 매일 책을 30분씩 읽었다. 그리고 3가지 장점을 발견했다.
첫 번째, 매일 30분이면 책 3권을 완독 할 수 있다.
30일간 책 3권을 보았다. 읽은 책은 <인생의 전부>, <발자크 평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30분은 평균 50페이지를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글자가 크고 여백이 많은 책은 60쪽, 글자가 작고 문장이 긴 책은 40쪽 정도를 읽을 수 있다. 한 달에 책 3권이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이 속도면 1년 36권을 읽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관련 도서 100권을 읽으면 된다고 한다. 매일 30분 독서를 3년 하면 전문가에 준하는 독서양을 쌓을 수 있다. 심지어 낮 시간을 희생하지 않고서 말이다.
두 번째, 책과 대화를 하다.
얼마 전 삼겹살 집에 밥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저녁시간 고깃집이라면 분명 시끄러워야 할 터인데 티브이 소리만 들렸다.
한 가족이 옆에 앉아있었다. 아빠는 스마트폰으로 축구 시청, 엄마는 유튜브 드라마, 아들은 오락을 하고 있었다. 각자 이어폰을 끼고 ‘아무 말 없이’ 다 익은 고기를 자기 밥그릇에 얹었다.
이 장면은 나에게 적잖게 충격이었다. 오랜만에 가족이 외출하여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언제 서로의 안부를 물을까. 오늘 고기맛은 어땠는지, 다음 주 평일에는 친구와 무엇을 하면 보낼지. 이런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언제 나눌까 궁금했다.
대화는 영어로 dialogue다. dia(관통)+logue(의미)라는 두 의미가 결합된 단어다. 어원에 따르면 ‘대화는 서로 의미를 나누는 과정’이다. 대화는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일어나지만, 책과도 가능하다. 한 문장 한 문장 꾹꾹 눌러쓴 글에는 누군가에게 반드시 들려주고 싶은 작가의 간절한 마음이 배어 있다. 늦은 밤 책을 읽으며 작가의 마음, 또는 작가가 그려낸 인물의 마음이 전해진다.
나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에서 잠시 멈추기도 하고, 괴짜 주인공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기도 한다. 슬프면 같이 슬프고 기쁘면 같이 기쁘다. 반면 스마트폰 속 릴스와 숏츠는 쉴 새 없이 말과 이미지를 던진다. 나의 반응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장식 많은 독백이다. 목표 기간 마지막 주에 읽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뒷 표지에 다음과 같은 서평이 적혀있다.
"이 책은 당신의 가슴을 사로잡고, 당신의 상상력을 장악하고, 당신의 예상을 박살내고, 당신의 세계를 뒤흔들 것이다(사이 공모메리, 베스트셀러 <문어의 영혼> 저자)."
책을 보면서 정말 그렇게 느꼈다. 아주 오랜만에 ‘대화’를 하였던 것이다.
세 번째, 숙면을 취하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수면 유도 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잠드는 것을 방해한다고 한다. 반면 책은 가장 안전한 아날로그 수면제다. 그날 몸 상태와 책 내용 두 가지 요소에 따라 수면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1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도 한다. 나의 경우는 저녁 11시 30분에 책을 읽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30분 지나 졸음이 쏟아졌다. 책장을 덮으면서 이불을 덮었다.
코카콜라를 제치고 만년 2위였던 펩시를 1위로 만든 인도 여성 인드라 누이 자서전. 하루 15시간씩 글을 쓰면 인간 희극이라는 거대한 유니버스 세계를 만든 발자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외치는 룰루 밀러.
포털 기사와 자기 계발 동영상에서는 ‘엄청 좋거나 나쁘거나, 죽일 놈이거나 세상 착한 영웅이거나’ 이분법적 언어가 주를 이룬다. 또 유명한 사람들이 ‘지금 자리에서 당장 일어나 달리지 않으면 마지막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말한다. 메시지에 따르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모닝 요가와 책 읽기와 경매와 비트코인을 하여야 할 터인데, 이상하게 유튜브에서 주는 이 따끔한 경고를 바닥에 누워 꼼짝 않고 보고 있다. 토르의 망치라도 쥐고 있는 것처럼.
다시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으로 돌아가보자.
2010년 1월 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잡스는 아이패드를 선보였다. 아이폰과 노트북 사이에 있는 것, 아이패드. 그는 ‘이것은 노트북보다 친밀합니다.’라고 말한다.
이 날 프레젠테이션 발표 마지막 장에서 스티브 잡스는 직접 아이패드로 신문 기사와 원하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책을 읽는 것을 시연한다. 잡스는 이 기계로 사람들이 책과 신문을 더 편리하게, 많이 읽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애플이 아이패드 같은 제품들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늘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2024년 1월 17일은 아이패드가 세상을 점령한 지 14년이 되는 날이다. 발명가의 바람대로 이 스마트한 기계를 가지고 아침에 <뉴욕 타임즈>를 읽고 펭귄 클래식 북스 <오만과 편견>을 더 자주 읽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아마, 어쩌면, 아닐 것이다.
30일간의 독서 여정과 책 내용은 아래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qm-o2FWrycY?si=8Ao5atulC0A8WS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