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토스트와 식빵으로 만드는 소금빵
식빵 한 봉지를 샀다. 식빵을 응용한 요리는 한 나라의 동네 수만큼 많다. 샌드위치를 만들려고 요리책을 찾아보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정작 식빵을 몇 분 구워야 하는지 나와있지 않았다. '알맞게', '노릇하게' 구우라고 한다. 결국 식빵이 '노릇해지기까지' 프라이팬 앞을 서성이며 뒤집개로 뒤적이기를 몇 번 반복한다.
밀가루 반죽이 오븐에 구워지는 시간은 170도, 20분. 사람이 살면서 오븐에 반죽을 넣고 식빵을 굽는 것보다 집에서 토스트를 만드는 횟수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무도 이 시간을 말해주지 않는다.
일상적인 일은 가끔 벌어지는 것에 비해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말해 주는 것이 가끔 만나는 사람이 말해주는 것보다 덜 객관적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적게 걸리는 일은 오래 걸리는 것보다 쉬운 것이라는 편견에 빠지기도 한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빈도가 높을수록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부엌에서 식빵을 굽는 것이 그렇다.
잠시 한 눈 판 사이 마지막 하나 남은 식빵을 까맣게 태우기 전까지 전혀 궁금하지 않은 일인 것이다.
1. [앞면 굽기] 짙은 갈색으로 변하는 순간
직접 실험해 보기로 했다. 가스레인지 불을 킨다.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른다. 이 시간은 5초면 충분하다. 버터는 순식간에 녹는다. 식빵을 올린다. 식빵에 버터가 충분히 묻을 수 있도록 동서남북 방향으로 3~5cm씩 조금씩 밀어준다. 제일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약불이어야 한다. 한 번 익은 탄수화물은 잘 탄다.
그리고 1분 30초 뒤에 불을 끈다. 화력과 프라이팬 상태, 예열 시간에 따라 채도 차이가 날 수 있다. 1분 30초, +-10초 정도 오차 범위에서 식빵이 갈색이 되거나 탄다. 2분을 넘기면 까맣게 변한다. 가장 맛있는 순간은 ‘식빵의 죽음’과 맞닿아 있다. 타기 직전이 가장 맛있다.
2. [뒷면 굽기] 부드러움 남기기
버터를 넉넉히 묻혀 구운 식빵 표면은 기름에 튀긴 것처럼 바삭한 껍질이 된다. 포크로 표면을 쓸어내리면 나무껍질 소리가 난다. 반대쪽 면을 굽는 방법은 더 단순하다. 한쪽 면을 구운 후, 가스레인지 불을 끈다. 그리고 식빵을 뒤집어 남아있는 열로 굽는다. 10~20초 정도 지나면 부분 부분 짙은 아이보리 색 표면이 나타난다. 프라이팬이 뜨겁지 않기 때문에 식빵 촉촉함이 유지된다.
뒷면이 프라이팬에서 데워지는 동안 토스트를 담을 접시와 포크를 준비한다. 불이 꺼져 있으니 맘이 여유롭다. 천천히 토마토를 자르거나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도 좋다. 그 사이 공기에 노출된 앞면은 수분이 날아가면서 더 바삭해진다. 이렇게 구운 식빵은 바삭함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공존한다.
식빵 한 봉지를 다시 샀다. 식빵 굽는 시간이 즐거워졌다. 1분 30초만 기다리면 어떤 식빵도 결국 맛있어진다. 부엌 앞에서 서성이지 않아도 된다. 음악을 듣다가 후렴이 나올 때쯤 프라이팬 앞으로 가 한 번만 뒤집으면 된다. 또는 식빵을 굽기 시작할 때 유리컵에 우유를 붓고 전자레인지를 1분 30초 맞춘다. 우유가 데워지는 시간과 토스트가 완성되는 시간이 같다. 이제 식탁으로 따뜻한 우유와 짙은 갈색 식빵을 동시에 가져와 맛있게 먹으면 된다.
제일 약한 불, 1분 30초
2분이면 사망
뒷면은 불을 끄고 남은 열로
마지막. [500원짜리 식빵으로 소금빵 만들기]
버터를 넉넉히 두른 프라이팬에 식빵을 굽고, 2mm 크기의 소금을 뿌린다(집에 있는 소금이면 어떤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구워진 식빵을 돌돌 말거나 반 접어서 먹어보자. 눈을 감고 먹으면 세 번째 씹을 때부터 ‘소금빵’이 느껴진다. 진짜다.
식빵 굽는 이야기, 식빵을 응용한 요리는 아래 동영상을 확인하세요^^
https://youtu.be/4ylJTnLnuuQ?si=gKMTDYqJDFGQGtF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