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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white Jun 16. 2024

평범은 대출을 일으키고 다름은 불안을 낳는다  

은행에서 주택구입자금을 마련하다

다친대도 길을 걸어 kiss me

쉽지 않음 내가 쉽게 easy

나의 발걸음은 매 순간 history, 이건 my way

영웅처럼 걸어 even if I am not flawless


르세라핌 노래 중 easy를 제일 좋아한다. 고독하고 외로운 길을 당당하게 나아가는 여성의 노래. 그녀들은 인생에서는 마음가짐에 따라 어려운 길도 쉬운 길이 될 수 있다고 노래한다.

부동산 계약서를 들고 대출 상담을 위해 은행을 방문했다. 두 달 정도 겪은 주택담보대출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한 번 어려운 길은 끝까지 어려웠다. 금융에서는 다수가 만들어 놓은 길을 가면 easy를 만나고 혼자 다른 길을 가면 고난을 겪는다. 인생에서 의지만으로 해결 할 수 없는 것이 대출이다.


주택 구매 비용에서 최대 80%까지 대출이 되는 것을 온라인 리서치로 확인하고 2억 원 대출 계획을 세웠다. 대출금에 저축한 돈을 보태도 인테리어 비용 2천만 원이 남았다. 꽤 여유로운 자금계획이었다. 그런데 처음 S은행을 방문하고 희망은 좌절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내가 은행 방문하기 한 달 전 정책이 바뀌어 대출 가능한 금액이 줄었으며, 나의 상황과 구매하려는 집이 주택 구매 정책과 금리 혜택 모두를 빗겨나가는 경우였던 것이다.  


이러다… 주택구매를 포기해야 하나?

#1인 가구는 대출도 외롭다

내 인생을 통틀어 단호하고 분명하게 ‘아니요’를 연달아 세 번 외친 것은 처음이었다.


결혼하셨나요?

아니요.

결혼 예정이신가요?

아니요.

대출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주택담보대출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신혼부부, 저소득 또는 무주택자, 청년이다. 언뜻 들으면 대상이 넓은 것 같지만 40대 싱글인 경우라면 이 모든 것을 피해 간다. 34세를 넘긴 마음만 청년인 1인 가구는 대출받기가 쉽지 않다.

평범하지 않은 가족구성은 대출이 어렵다

출산율이 낮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먼저 주거가 안정적이 되어야 사랑도 하고 결혼도 결심할 것 같은데, 1인 주거를 위한 금융 정책은 거의 없다. 유튜버에 나오는 금융 전문가는 자신의 소득을 고려하여 무리하게 빚을 내지 말라고 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나라에서 정한 청년 (34세 이하) 나이에 집을 사는 것은 리스크가 높다. 그렇지만 무주택 청년이면 최대 5억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디딤돌 대출은 연봉 7천만 원 이하가 기준이다. 계속 연봉 3천만 원을 받다가 인센티브를 한 해에 몰아 7천만 원을 넘기면 역시 조건에서 탈락이다.


저금리 대출을 받기 위한 조건 ‘사랑, 젊음, 저소득’ 세 가지가 모두 나에게 해당되지 않았다(*소득의 경우 기준에서 60만 원을 넘겨 탈락되었다). 가파르게 상승하던 첫 집 구매의 행복감과 대출금은 버뮤다 삼각지대에 빠진 것처럼 추락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대출금액이 적어도, 금리혜택을 받지 못해도 지금 구매하려는 집이 꼭 필요한가 되물었다. 이자가 올라도 매월 안정적으로 대출금을 갚아나갈 수 있는지 다시 계산했다. 네 대답은 ‘그렇다’였다. 은행 대출 창구에서 느꼈던 아쉽고 억울한 마음을 추스르고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대한민국 주요 대출 정책에 맞지 않는다면 차라리 글로벌 기준으로 눈을 돌리자.

  

나의 대출 금리는 이제 미국 연준 파월의장과 공동 운명체다.


#아파트가 아니면 대출은 어렵다

대한민국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주거 비율은 51.9%다. 국민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산다는 얘기다. 다수가 구매한 상품은 그 산업의 기준이 되고 정책은 이 기준을 통해 움직인다. 주거 역시 마찬가지다. 표준화된 아파트는 환금성을 보장한다.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다.


협소주택, 빌라, 한옥, 다세대 등 소수의 주거 형태를고른다면 집 구매는 상대적으로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아파트여도 대규모 단지가 아니라면 대출 절차가 한 단계 복잡해진다. 내가 계약한 집은 25년 넘은 오래된 아파트였다. 세대수가 20 이하다. 건축법상 아파트다. 그러나 은행에서는 ‘아파트’가 아니었다.


은행에 방문하니 평면도가 있냐고 묻는다. 대출을 하는데 평면도를 묻는 것이 의아했다. 당연히 있을 리가 없다. S은행, K은행, N은행을 방문하면서 차츰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보통의 아파트라면 평면도와 거기에 맞는 공시지가를 검색할 수 있어 대출금액을 빠르게 산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KB아파트 시세에 등록되지 않은 집은 별도로 은행에서 공시지가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여기에 대출 심사 기간 일주일이 추가된다.


간편한 절차와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고 싶다면 무조건 ‘아파트’를 사야 한다. 만약 당신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를 사려고 할 경우 오히려 아파트 보다 현금이 더 필요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은행에서는 ‘아파트’만 대출 해준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서울에서 아파트를 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간이 주는 편리성 못지않게 쉽게 구매하고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절차적 ‘편리성’이 있었던 것이다.

이글루, 궁전, 한옥집은 대출받기 어렵다


#가까스로 자금을 마련하다

한 달 정도 여러 은행을 돌고 돌아 약 1억 7천만 원 대출을 받았다. 최대한 많은 은행을 돌아다니며 나에게 가능한 상품이 있는지, 어떻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지 물어보아 방법을 찾았다. 부족한 자금은 마침 급격하게 오른 엔비디아 주식, 비트코인, 금반지를 팔아 마련했다. 통장 잔액 0원. 첫번째 나의 집에서 대출금을 다 갚기 전까지 30년간 은반지만 낄 것이다.




#마지막 TIP - 서울에서 가장 안전하고 고요한 은행은 어디일까?

대출을 앞둔 사람이라면 가능한 ‘한적한 지점’을 찾아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만약 은행 상담창구에 앉아있는데 대기번호 10번이 넘어가면 상담을 빨리 종료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궁금한 것을 자세하게 물어보기 어려워진다. 상담해 주는 분 역시 ‘일단 서류 놓고 가시면 검토하고 연락드릴게요’라고 답변할 수밖에 없다. 집을 살 수 있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서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없다면 마음이 더 불안해진다.


또한 대출 절차는 생각보다 길다.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상담-서류접수-부족한 서류 보안- 대출금액과 이자 확정- 약정서 작성- 대출 진행> 단계를 거친다. 최소 은행에 2~3번 이상 방문할 것이고 전화 통화는 5번 이상 한다. 방문객이 적은 은행에서 대기시간을 줄이면 업무가 착착 진행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버스를 타고 일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은행을 방문했다. 그리고 마침내 서울에서 가장 ‘여유롭고 친절한’ 지점을 찾았다. 네이버 지도에는 표시되지만 간판이 없는 곳, 방문을 위해서는 건물 입구에서 출입증을 발급받고 보안검사를 받아야 하는 곳.


바로 광화문에 있는 정부청사 1층에 위치한 농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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