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방향 읽지 않기
디자인이 어려운 이유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 루이스 설리번
“덜 할수록 좋다(Less , but better!)”디터람스
“디자인은 어떻게 기능하냐의 문제입니다” 스티브잡스
“디자인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삶의 풍요로움과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김봉진
“나는 옷을 디자인하지 않습니다. 나는 꿈을 디자인합니다” 랄프 로렌
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이론과 정의가 있다. 어떤 사람은 최소한만 남기는 것을 좋은 것으로 보고, 어떤 사람은 놀라움을 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디자인은 예술과 다르게 만든 사람의 관점뿐만 아니라 시대의 변화(트렌드), 구매자의 취향(개인), 사용성(시간)까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요소까지 생각하다 보면 '좋은 디자인'을 정의하는 것이 거듭제곱처럼 복잡해지고 만다.
인테리어 디자인 쉽게 하기
주거 인테리어 디자인이 제품, 의류, 그래픽, 상업 디자인과 다른 점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고객이 한 명, 집에 거주할 사람만 만족시키면 된다는 점이다. 집이 핑크색이든, 미니멀하든,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같든 상관없다. 셀프인테리어의 경우는 디자인이 더 쉽다. 기획자와 사용자가 같아 '나만 좋으면 그만이다'.
반면 인테리어 디자인이 다른 디자인과 다른 점은 사용기간이 매우 길다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러므로 주거'디자인'기준은 자유롭지만 한편으로 '지속적으로 아름다워'보여야 한다.
이러한 상반되는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 주거 인테리어 특징이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내 집을 고치는 사람이 덜 실패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디자인 완성도를 좌우하는 것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애써 하였을 경우다
넷플릭스 방영 중인 흑백요리사 3편에 심사위원이 파스타를 만든 참가자 합격을 보류한다.
"이렇게 고급재료들과 파스타를 예쁘게 만들고 나서 그 위에 꽃을 올린 이유를 모르겠어요…아무 맛도 없고 아무 이유도 없고 오로지 그냥 뭔가를 더 얻기 위해서 얹은 그런 행위를 하셨더라고요."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뭔가를 하지 않는 것은 하는 것보다 어렵다. 고수는 언제 멈춰야 할지를 알지만 초보자는 기력이 다할 때까지 달린다. 예쁜 것을 모은다고 전체가 아름다워지지 않는다. 맥락 없이 놓인 것은 디자이너 의도를 모호하게 만들고 소비자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주기 어렵다. 또한 정확한 목표 없이 놓인 사물은 그것을 유지하는데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게 만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여기 몇 가지 노하우가 있다.
1. 최종 결과물을 시각화 작업해 놓기
마음이 흔들리고 결정이 번복되는 것은 전문가라고 다르지 않다. 그래서 건축, 디자인 에이전시에서는 프로젝트 기간 동안 목표를 상기하고 기준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제안서를 만들고, 이미지 보드를 만들어 벽에 붙여 놓는다. 이 방식을 셀프인테리어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먼저 자신이 생각하는 최종 결과물에 가까운 이미지를 출력해서 벽에 붙여 놓는다. 그리고 컴퓨터와 핸드폰 배경화면을 이 그림으로 바꾼다. 핸드폰 사진 앱에 들어가 인테리어 전용 폴더를 만들고 여기에 리서치한 것을 한 데 모은다. 그리고 무언가를 결정하고 전에 저장한 이미지를 보면서 여기에 어울리는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대입해 본다. 분명 무언가를 덜 사고 덜 바꾸게 될 것이다.
2. 디자인 순서는 크고 변경하기 어려운 것부터
성경에서 하나님이 세상을 천지창조 했을 때 첫째 날 빛을 만들고 다음날 하늘, 셋째 날은 땅을 만들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는 반대로 하면 된다. 먼저 땅을 생각하고 하늘, 빛을 디자인한다. 이것은 각각 바닥, 벽, 조명에 해당한다. 바닥은 공간 전체 무게감과 앞으로 나아갈 디자인 방향을 좌우한다. 나무, 타일, 장판, 우레탄 등에 따라 집에 어울리는 가구, 벽면 칼라가 완전히 바뀐다. 벽은 보통 하얀색으로 칠하나 바닥 질감과 색에 따라 적정한 칼라를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명을 기획하는 것이다. 공간 전체를 밝게 만들 것인지 어둡게 할 것인지, 조명 칼라는 어떤 색으로 할 것인지, 전구를 천장에서 길게 떨어뜨릴지 간접 조명을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한다. 또 바닥, 벽, 조명 순서로 디자인하는 이유는 변경이 어려운 순서이기도 하다. 중간에 바꾸기 어려운 요소를 가장 오래 고민하고 중요하게 다룬다. 그리고 나머지는 최소화한다. 예를 들어 가구, 패브릭, 현관문, 포인트 벽지 등은 바닥과 벽이 완성된 것을 보고 정해도 늦지 않다.
3. 행복한 순간을 중심으로 공간 기획하기
집은 어디까지나 가장 개인적인 행복과 즐거움을 주는 장소여야 한다. 전문가가 아무리 어떤 콘셉트가 좋다고 해도 내가 불편하면 소용없다. 집을 고치기 전에 내가 어떤 순간에서 가장 행복한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본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면서 신문을 보는 순간. 퇴근하고 나서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떡볶이를 먹는 모습. 반려동물과 거실에서 양말 던지기 놀이를 하는 주말 아침. 자기 전 라디오를 틀어놓고 다이어리를 끄적끄적하는 나.
이러한 순간에 어울리는 가구 배치, 바닥과 벽면 재질, 조명 색 등을 고민해 보는 것이다. 영화 한 장면처럼 상세하게 분위기와 그 안에서 내가 하고 있을(혹은 바라는) 행동을 그려보면 화려한 대리석 벽면, 비정형 의자, 커다란 스탠드 조명 등은 후순위로 밀려난다. 오히려 공간을 비우거나 저렴한 접이식 테이블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기준을 나에게 돌리면 선택이 쉽다.
지리학자 이-푸 투안은 그의 저서 <공간과 장소>에서 space(공간)과 place(장소)를 구분한다. 공간은 물리적 환경이며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반면 장소는 나의 경험과 감정이 녹아들어 의미가 생긴 정지된 곳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이란 공간을 장소로 바꾸는 작업이다. 무한한 우주에 나의 중심을 찍는 일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시선, 의견에서 조금 벗어나 나만의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 일상이 반복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보자. 긴장을 조금 풀고 나의 집을 나답게 만든다고 생각하면 디자인 방향을 잃지 않고 셀프 인테리어 디자인을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