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나누기
셀프인테리어를 시작하기 전 다음의 질문에 답해보자.
완제품 한샘보다 직접 조립하고 설치하는 이케아 가구를 더 선호하는가?
평균 34도 한여름, 에어컨 없이 한 달 이상 버틸 수 있는가?
바퀴벌레, 곰팡이, 썩은 나무 등 검고 어두운 것을 만질 수 있는가?
라운드 하얀 셔츠를 사기 위해 최소 5개 이상 브랜드를 검색하고 비교하는 것을 즐기는가?
선택이 빠르고 선택한 것에 미련을 크게 두지 않는 편인가?
위 5가지 질문에 3개 이상 ‘아니다’라고 답한다면 셀프인테리어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직접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면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난방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 무언가를 조립하고 치우고 결정하는 일들을 매일 한다. 평소에 보지 못한 것과 해보지 않은 것들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 발생하고, 공사를 시작하고 일주일 만에 ‘이거 괜히 시작했나?’라는 후회가 들기 시작한다.
셀프인테리어란 무엇인가
전문가의 도움 없이 디자인 콘셉트와 공사범위를 정하고 예산을 세우는 일이다. 필요한 제품을 주문하고 배송받고 설치한다. 공사 기간 동안 현장 관리도 직접 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청소, 감리, 스케줄 조율과 업무요청이 있다. 셀프인테리어란 몇 개월간 ‘집 고치기’ 프로젝트 리더가 되는 것이고 모든 책임과 권한, 결과를 온전히 혼자서 감당하는 일이다.
셀프인테리어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지만 장점 역시 뚜렷하다. 나의 취향에 따라 마음껏 고치고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전체 예산에서 20~30% 정도 금액이 절약된다. (디자인 비용과 감리비용이 빠진다) 20평 내외의 집 크기라면, 천만 원에서 이천만 원 정도 금액이 왔다 갔다 한다.
셀프인테리어 비용 줄이기
만약 돈을 더 절약하고 싶다면 '집 고치기'를 직접 할 수도 있다. 인테리어 비용에서 많은 부분이 인건비에 해당하니, 나의 노동력을 투입할수록 비용은 크게 줄어든다. 그렇다고 처음 하는 일을 ‘ 다 잘하기는 어려운 법’.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공정과 직접 진행해도 리스크가 적은 공정을 정리해 보았다.
전문가가 필요한 공정
1. 전기
전기 배선위치를 바꾸거나 용량을 높이려면(승압) 반드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전기는 안전과 직결된다. 감전사고, 전기 합선의 위험성을 피해야 한다.
2. 타일 또는 바닥 시공
타일 붙이는 작업은 혼자서도 가능하다. 작업방식이 복잡하지 않다. 그러나 넓은 면적을 붙여야 할 경우 타일 간 수직 수평이 완벽하지 않으면 계속 눈에 띄고 집 전체가 반듯하게 보이지 않는다. 또한 타일은 철거 비용이 많이 든다. 처음에 제대로 붙여야 한다.
3. 철거와 벽을 세우는 일
내가 혼자 들 수 있는 최대 무게는 20kg이다. 그 이상이면 다루기 어렵다. 벽을 부수고 벽돌과 시멘트로 다시 벽을 세우는 일에는 절대적으로 ‘힘’이 필요하다. 특히 혼자 집을 고친다면 철거와 조적공사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것은 성인 남성 3명 이상이 필요한 작업이다.
4. 목공
집 고치기에서 나무로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다양한다. 합판으로 천장과 벽, 자작나무로는 책장, 신발장, 책상을 만들 수 있다. 나무를 다루려면 대패, 테이블쏘, 타카 등 전문 장비가 많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나무를 자르고 붙이는 것에 능숙해지기 어렵다.
5. 설비
살면서 집에 가장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누수’다. 화장실, 부엌, 세탁실, 보일러 등 집의 핵심적 기능은 물을 기반으로 한다. 게다가 누수가 발생하면 피해는 나의 집에서 끝나지 않고 아랫집까지 영향을 끼친다. 복구 비용도 적지 않게 든다. 물과 전기, 가스 등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흐르는 것은 전문가의 ‘감’과 ‘숙련도’에 맡겨야 하자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혼자서도 가능한 공정
1. 페인트와 벽지 벗기기
도배할 때 보통 벽지 위에 다시 벽지를 붙인다. 그 이유는 기존 벽지를 벗기는 작업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벽지 위에 물을 뿌려 끌을 가지고 힘주어 긁어내면 된다. 나의 경우는 벽 하나를 깨끗이 벗기는데 5시간이 걸렸다. 만약 방이 3개라면 3(방 개수) x 4 (4면) x 5(시간) = 60시간이다.
벽지를 벗기고 노출 벽면에 수성 페인트를 바른다. 수성 페인트는 굳기 전까지 물로 녹일 수 있기 때문에 수정, 변경이 용이하다. 다만 벽이 울퉁불퉁하다면 ‘퍼티(벽을 평평하게 만드는 것)’작업을 해야 한다. 퍼티 또는 핸디코트를 파인 곳에 바르고 굳으면 사포로 문질러 경계를 엷게 만든다.
2. 타공(커튼달기, 액자 걸기, 벽걸이 가구 설치, 손잡이 교체)
집 고치기의 필수품 중 하나는 무선 전동 드릴이다. 전동 드릴로 구멍을 뚫고 나사를 조인다. 이것으로 문고리 교체, 커튼 봉 달기, 이케아 가구 조립을 손쉽게 할 수 있다.
3. 조명 교체
조명 설치는 혼자서 가능한다. 유튜브를 보면 설치 방법이 자세하게 나와있다.(분전함에서 전기를 내리고 스위치를 끈 다음 절연 장갑을 끼고 작업하자) 특히 다른 공정과는 다르게 조명 설치 방법을 익혀두는 적극 추천한다. 이유는 조명을 설치했을 때 막상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생기며, 조명은 유행을 따르기도 한다. 교체 빈도가 생각보다 높다. 매번 전문가를 부르는 부르는 것이 부담될 수 있다.
4. 입주청소
입주 청소는 일반 청소와 다르다. 공사가 끝난 집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먼지가 두껍게 붙어있다. 바닥에는 페인트와 실리콘 얼룩, 욕실에는 타일 메지가 묻어 있기도 하다. 굳은 얼룩은 약품이나 끌로 제거하고 공사먼지는 힘주어 두세 번 반복해서 닦아야 없어진다. 청소 범위와 강도가 높지만 청소 종료와 함께 ‘드디어 모든 공사가 끝났다’는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요약하자면 인테리어 공정에서 ‘수정’이 용이한가, ‘안전’과 직결되는 가를 기준으로 혼자 할 수 있는 것과 전문가가 필요한 부분으로 나눈다.
설령 모든 공정을 전문가에게 맡긴다고 해도 괜찮다. 좋은 작업자를 찾는 것, 공사 스케줄을 정하고 정산하는 것, 계획대로 공사가 마무리되었는지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 자체도 큰 일이다. 이것만 해도 이미 당신은 현장 감리자이자 신참 디자이너, 프로젝트 리더로 첫 발을 내딛는 것이다.
그리고 첫 발 뒤로, 구천 구백 구십 걸음이 남아 있다.
집 고치는 일은 나의 체력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인테리어 전체 공정에서 자신의 힘과 에너지를 어디에쏟을지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무리하면 안 된다.자칫하면 건강과 인테리어를 바꾸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