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하는 작은 가게의 비밀
커피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가 다시 카운터에 가서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물어본다. 다행히 와이파이 비번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인터넷 설치 시 설정된 비밀번호가 그대로 적혀 있다. 대문자와 소문자가 무작위로 섞여 있는 10자리 코드. 집중해서 한 글자 한 글자 핸드폰에 입력해본다. 한 번에 통과되지 못하고 지웠다 썼다를 두세 번 반복한다.
인터넷을 접속하여 빨리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 갓 나온 카푸치노 거품이 조금씩 꺼져가고 있다.
가게를 창업할 때 소비자에게 인터넷을 제공해주지 않을 목적이 아니라면 와이파이 번호를 잘 안내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그 법칙은 다음과 같다.
1. 카운터를 포함하여 손님이 앉았을 때 눈에 닿기 쉬운 곳 3~4군데에 붙이자.
손님이 자리에 앉아 시선이 자연스럽게 닿는 곳에 메모를 부착한다. 비밀번호를 찾기 위해 다시 일어날 필요가 없다. 동시에 카페에서 근무하는 바리스타 역시 음식을 제조하다 뒤돌아서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번거로운 경우도 사라진다. 메모를 여러군데 붙이는 것 만으로도 손님과 일하는 직원 각각 10초의 시간을 아끼게 해준다.
2. 여덞 개 문자로 당신 가게를 기억하게 만들자.
맥심에서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이태원에 있다. 그곳의 와이파이 비번은 무엇일까.
PW: coffee=maxim
맥심의 광고 카피가 와이파이 비번이라니.
인터넷을 연결하려는 고객은 누구나 맥심 광고 카피를 속으로 외치게 된다. 와이파이 비빌번호가 하루에 수십 명, 어쩌면 수백 명 스스로 광고에 참여하게 만드는 단순하고 강력한 무료 광고가 되었다. 재치있는 단어조합이 인터넷을 연결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맥심 플랜트 카페에 온 손님은 '커피는 맥심'이란 카피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3. 비밀번호도 인테리어가 될 수 있다.
몇 개월간 고민하며 만든 당신의 가게. 바닥, 조명, 벽 어느 것 하나 당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소중하게 만든 공간에 자신의 의도가 담겨 있지 않은 '비밀번호'를 부착한다는 게 조금은 부담스로울 수 있다. 그럴 때는 비밀번호를 '간판'처럼 붙이지 말고 공간에 녹아들게, 자연스럽게 '적어보는' 방식을 추천한다.
제주도 카페 ABC에 가면 인테리어 소품처럼 보이는 조약돌에 와이파이 표시가 되어 있다. 그 어느 것도 과장되거나 눈에 띄는 것 없이 조화롭다. 오히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친절한' 안내는 그 자체로 근사한 인테리어 일부가 된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다이소에서 천 원짜리 종이테이프를 무심하게 7cm로 잘라 검정펜으로 적는 것이다. 종이테이프는 저렴하고 페인트 벽에 붙였다가 떼기를 반복해도 벽이 손상되지 않는다. 이것은 무광에 채도가 낮아 어디에 부착하여도 크게 공간 분위기를 해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정성 들여 쓴 손글씨는 당신 가게에만의 차별화된 이미지가 될 것이다.
지금 당신의 가게 와이파이 비밀번호는 무엇인가요?
가게를 열기 전에 5분 정도 시간을 내어 인터넷 설치 기사님에게 와이파이 비밀번호 설정 바꾸는 방법을 꼭 물어보자. 5분 투자하면 매일 50명에게 짧지만 강력한 당신 가게 만의 브랜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