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모기채, 다이소 5천 원
혼자 사는 사람은 귀가 예민하다. 작은 방에 작은 소리는 증폭되기 쉽다. 창문 밖 낯선 사람의 소리에는 항상 귀를 기울인다. 혼자 살고 있지만 혼자 살아가는 소리를 내고 싶지 않아 라디오와 유튜브 소리를 작게 튼다. 살면서 내는 생활 소음이 문 밖을 나가지 않길 바란다.
새로운 집에 이사를 하면 집주인은 보통 벽지를 바꿔주신다. 물론 나갈 때 깨끗한 상태가 유지되는 조건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 벽지를 얼룩지게 만드는 원인은 한 여름밤 모기였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찾을 수 없던 모기가 귀 옆으로 드러난다. 자기 전 모기를 잡지 않으면 ‘결코’ 잠들 수 없다. 혼자 사는 집에 생명체는 혼자로 충분하다. 침대에서 일어나 형광등 불을 켜고 오래된 잡지를 휘두르면, 이미 배가 통통하게 오른 모기는 오 분 전 내 것이었던 피를 흰 벽지에 쏟으며 죽음을 맞이한다.
흰색 벽지에 묻은 피는 시간이 지나면 검붉게 변하고 이윽고 검은 얼룩을 남긴다. 벽지에 붙은 모기를 재빠르게 물티슈로 닦아도 2cm가량 얼룩을 남긴다.
모기를 잡으면서 벽지도 동시에 보호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은 몇십 년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아니,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분터 유행한 다이소 '전기 모기채'는 여름과 모기, 벽지의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해 준다. 깨끗한 벽지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한 여름밤 모기를 쉽게 잡을 수 있는 최고의 생필품 아니, 2020년에 들어 최고의 발명품으로 ‘전기 모기채’를 꼽고 싶다.
스브스 뉴스에 따르면 중국에서 유사한 형태로 특허 출원을 한 적은 있으나 최초 발명가가 제품 생산을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디자인 특허는 보호 기간이 만료되어 이제는 누구나 유사한 형태 전기 모기채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다이소 5,000원 전기 모기채와 AA 건전지 2개.
자기 전 모기채를 잡고 방 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머리맡에는 다이소 전기 모기채를 둔다. 올여름 새로 이사한 집에는 전기 모기채 덕분에 벽지에 얼룩 하나도 생기지 않았다. 독립할 때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전자제품으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전자레인지 다음으로 '전기 모기채'를 추천한다. 심지어 드라이기, 선풍기, 텔레비전보다 순위가 높다. 가격은 오천 원으로 전자 제품 중 가장 저렴하며 고장도 나지 않는다.
가을비가 온다. 비가 그치면 18도에서 6도까지 기온이 떨어진다고 한다. 계절이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매일매일 오분 간 함께 했던 전자 모기채를 쓸 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깨끗한 여름을 만들어준 이 발명품에 감사를. 인간과 모기와의 전쟁은 몇 백 년간 이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 정도 대안이 있다면 비약적인 역사적 진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