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합과 꽃 한 송이

특별한 공간을 만드는 작은 움직임

by monowhite

단조로운 카페 공간을 단번에 고급스럽게 만들고 싶다면 테이블 위에 '꽃'을 두라고 말하고 싶다. 공간 디자인의 마지막 또는 화룡점정은 살아있는 것을 어떻게 한 스푼 더하냐의 문제이다. 가로 세로 완벽하게 맞춰진 가구와 커피 바, 매끈한 벽면은 그 자체로 멋지지만 공간 'harmony 조화'는 반대 요소가 더해질 때 각각의 장점이 부각되며 살아 있는 공간이 된다. 인위적인 것 - 자연스러운 것, 디자인 - 자연, 정리-혼돈, 무생물 - 생물, 무채색 - 칼라 등등.


유퀴즈온더블럭에 전 SM 비주얼 디렉터이자 현재 뉴진스를 기획한 민희진이 출현하였다. 어떻게 매번 성공하는 ‘콘셉트’을 만드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근데 그 싫증이 어떤 논리로 이루어지냐 하면, 정반합 삼 단계로 보통 전개가 돼요”


그녀는 헤겔의 정반합을 언급하면서 새로운 콘셉트를 기획할 때 그전에 어떤 게 주류였는지 살피고 그것의 ‘반대’를 찾아 적용한다는 것이다.

유행이라는 것, 트렌드라는 것, 소비자가 느끼기에 새롭다는 것. 정반합 원리는 유행을 좇지 않고 선두 하는 그녀만의 디렉팅 노하우였다.


이러한 정반합의 논리는 공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공간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꽃 한 송이가 그 예이다.

꽃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생동감을 더하고 직선 레이아웃은 더욱 명료하게, 흰 벽면은 또렷하게 만든다. 꽃이 가진 색 자체는 어떤 페인트로도 대체할 수 없는 오묘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잎과 꽃잎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 공간을 보는 이의 시선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꽃에서 풍기는 향기는 덤이며 꽃과 함께 테이블을 집중하게 만든다. 꽃이 없다면 손님은 커피만 기억하겠지만, 꽃이 있는 테이블은 꽃 향기와 함께 그 시간이 추억이 된다.


꽃을 카페 공간에 가장 잘 적용하는 곳은 베이글 전문점 포비와 블루버틀 광화문 점이다.

포비는 모든 지점에 꽃을 구독하여 꽂아 둔다. 나무 테이블 위에 그 달에만 볼 수 있는 이국적인 꽃이 항상 꽂혀 있다. 블루버틀 광화문점은 미니멀한 커피 바에 큰 화병을 둔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활짝 핀 꽃들이 손님을 먼저 반긴다.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블루버틀 매장에 꽃이 없었다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고 꽤 긴 시간 기다려야 하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스페셜한 커피의 특별함을 생생한 '꽃'이 먼저 만들고 있다.


카페 공간에 식물이 있다는 것은 정적인 공간에 시간과 계절이 성큼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파인다이닝에서 가장 고급 요리는 ‘계절’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귀하고 소중한 것은 유한하다. 벚꽃처럼 짧은 순간이다. 테이블 위에 둔 장미꽃은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며 일주일 이면 더 볼 수 없다. 꽃 한 송이를 마주한 우리는 그 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안다. 혼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카페를 찾았든 꽃과 함께 한 시간은 대체 불가능한 시간이다.

식물로만 가득한 카페 공간. 밤에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꽃을 두면 공간 분위기를 바꾸는 것 이외의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공간을 운영할 때 꼭 식물 또는 꽃을 두라고 말한다.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로 매일 출퇴근하는 나를 칭찬하고 나 스스로를 반겨주고 싶을 때, 꽃은 위로가 된다. 정성과 시간을 들인 식물은 창업가에게 ‘반려’ 식물이다. 공간에 정성과 손길이 닿아야 하는 대상이 생기면 공간 전체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된다.


생땍쥐페리 소설 ‘어린왕자’의 별에서 유일한 친구는 장미꽃이었다. 어린왕자가 별을 떠나 장미를 회상하는 장면이 있다.

내 장미도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나 그 꽃 하나만으로도 너희들 전부보다 더 소중해. 내가 물을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유리 덮개를 씌워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바람막이로 바람을 막아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불평을 들어주고 허풍을 들어주고 때로는 침묵까지 들어준 꽃이기 때문이야. 그것이 내 장미이기 때문이야

오늘 나의 별에, 나의 공간에 꽃과 나무를 둔다면 당신도 어린왕자와 같은 마음이 들 것이다. 소행성에서 유일한 친구이자 별을 추억할 수 있게 만든 것은 작게 피어난 장미꽃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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