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초대장, 문

문 디자인의 비밀

by monowhite


명동에 가면 롯데에서 운영하는 3가지 유형의 백화점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영플라자, 명품관 에비뉴엘, 백화점의 표준 롯데 백화점. 남대문로에 나란히 서 있는 백화점 출입문을 유심히 본다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건물들 ‘문’은 각 건물에서 지향하는 소비자와의 '거리'를 보여준다.


<YOUNG PLAZA> 투명하고 가벼운 유리문. 공간 내외부가 매우 잘 보이는 구조이다.
<롯데 백화점 본점> 너무 투명하지도 무겁지도 않은 출입문
<롯데 에베뉴엘> 가장 화려하고 무거우며 가끔 도어맨이 서 있기도 하다.


유럽 여행을 갔을 때 한번쯤은 고급 쇼룸 앞에서 들어갈지 말지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머뭇거림은 공간을 기획한 사람이 정확하게 의도한 것인지도 모른다. 롯데 명품관은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없도록 크고 웅장하게 문을 디자인하였다. 가볍게 둘러볼 양이면 저 무거운 문을 쉽게 열지 못할 것이다. 내부로 들어가려면 결심과 용기가 필요하다. 명확한 목적이 있는 사람만 ‘힘을 들여’ 들어갈 수 있다. 에비뉴엘 문을 통과하여 안쪽 세계로 들어간 소비자는 이에 대한 보상으로 뭔가를 사야만 한다. 반면 영플라자 문은 비밀이 없다. 가볍고 장식이 없는 유리문이다. 밖에서도 내부 공간에 진열된 상품이 선명하게 보인다. 영플라자 1층은친구를 만나기 오 분 전 잠시 들려도 좋을 장소이고 일주일간 힘들게 일한 나를 위한 선물을 사고 싶게 만든다.


문은 외부와 내부 공간을 연결하면서 동시에 구분 짓는다. 문을 통과한다는 것은 고객이 내가 만든 공간을 경험하는 첫 시작이자 행인이 '손님'으로 바뀌는 순간을 의미한다. 문 모양에 따라 행인과 '가게'와의 심리적 거리를 멀게 할 수도 있고 고객을 ‘선별’ 할 수도 있다.


무겁고 불투명한 문은 들어오기는 어렵지만 한 번 들어오면 아늑하고 특별한 아지트처럼 느끼게 만든다.(건물 3층에 숨겨진 프라이빗 위스키 바를 생각해보라.) 문이 길고 가볍고, 열린 구조라면 행인과 단골 간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행인은 지나가다가 가게 주인에게 길을 물어볼 수도 있고 공간에 머물고 있는 손님은 지나가는 행인과 눈을 마주치며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낸다.


"당신도 내가 앉은자리에 언제든 앉을 수 있어요!"


공간을 만들 때 당신 공간이 동네에서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는가?

한 명 한 명에게 정성껏 당신의 취향을 느끼게 하고 집중된 특별한 경험을 주고 싶은가.

아니면,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방문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길 원하는가.


공간 운영 전략과 당신이 주고 싶은 고객 경험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그 시작은 길과 당신의 공간을 구분 짓고 손님 발검음을 가볍게 또는 무겁게 만들 수 있는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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