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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깥 Mar 13. 2017

플랫폼을 위한 변명

트레바리 넥스랩24 1701

Fake news : Media vs. Platform


페이스북은 미디어?

페이스북이 미디어인가 아닌가에 대한 답을 내려면 먼저 '미디어’를 정의해야 한다. 미디어란 무엇인가? 여기부터 명확하지 않다.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도구와 환경’이라는 광범위한 정의를 내릴 수 있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표출하는 주체’라고 보다 좁은 정의를 내릴 수도 있다. 그런데 후자로 정의해도 애매한 것이 뉴스룸을 지닌 삼성전자와 '채널 현대카드’를 지닌 현대카드도 미디어일까? '모든 기업은 궁극적으로 미디어 기업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미디어’는 어떻게 정의된 것일까? 읽을거리에 등장한 미디어라는 말도 조금씩 그 쓰임새가 다르다.


따라서 정의하기 조차 쉽지 않은 개념을 두고 페이스북을 그 범주에 넣어야 하는지 논쟁을 벌이는 것은 소모적인 갈등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페이스북이 미디어가 아니라고 해서 가짜뉴스 사태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으므로 '미디어냐 아니냐’는 논쟁은 문제의 본질과도 다소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은 주범이 아니다

기업의 책임이 어디까지 있을까? 업의 본질, 직접적 결과물, 결과물로 인해 조성된 생태계까지가 아닐까 싶다. 일단 생태계가 조성되면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지만, 좋으나 싫으나 생태계를 잘 가꾸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책무다. 여기서 생태계의 범위를 어느 선까지 확장할 것인가는 고려해야 한다. 무작정 책임 범위로 넣었다가는 웹의 아버지라 불리는 팀 버너스 리 경은 자칫 징역 5만년을 살아야 될지도 모른다. 다만 가짜뉴스 사태는 페이스북 생태계로 보기 충분해 보인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서 일정 정도의 책임이 있고,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한가지 조심해야 할 점은 페이스북을 마치 가짜뉴스의 주범인 것처럼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업의 본질이 '연결’이라고 수차례 밝혔다. 이를 위해 알고리즘을 계속 업데이트했을 것이다. 이 알고리즘을 타고 가짜뉴스는 널리 퍼졌다. "너를 사랑한 죄밖에 없다"는 드라마 속 클리셰를 빌리자면 페이스북은 '연결을 더 잘 하려는 죄’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을 악용한 가짜뉴스 생산자의 잘못이다. 비록 페이스북이 몇몇 뼈아픈 실책은 범했을지라도 가짜뉴스 사태의 유일한, 근본적인 악(惡)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쉬운 것과 어려운 것은 이유가 있다

가짜뉴스 사태를 해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첫째, 정보가 퍼지는 속도와 범위가 이미 통제하기 어렵다. 클럽장이신 상현 님의 보도 윤리에 관한 개인 포스팅을 다른 사람들이 공유했다. 중간중간 빅노드를 타고 퍼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이를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등의 소셜매체와 미디어오늘이 기재하면서 주류 논쟁으로 커졌다. 각각의 견해들이 더해지면서 이 담론의 줄기는 엄청난 뿌리를 내렸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일들이 거의 하루 사이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둘째, 악용하려고 작정하면 어떻게든 악용할 수 있다. 포털에서의 뉴스 어뷰징은 날이 갈수록 정교해진다. 당근과 채찍으로 생태계를 정화시키려고 노력하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어뷰징한다. 분명한 목적을 갖고 악용하려는 주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란 매우 어렵다. 옛날에 비해 정보 생산의 비용이 엄청나게 줄었다. 그러나 이는 거짓을 생산하는 비용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쉬운 해결책만을 찾고자 하면 덩어리로 재단하려는 시도로 귀결된다. 벌레가 먹은 사과가 있으면 벌레가 먹은 부분만 도려내는 것은 많은 노력이 들지만 그냥 반을 잘라버리면 가장 쉽다. 가짜뉴스를 막는 쉬운 방법은 연결 알고리즘을 느슨하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를 통해 포기하게 되는 '덩어리’가 사실상 사과의 대부분이 되는 것은 아닐까? 이번 사태는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다 복잡하고 다양한 주체들이 얽혀있지는 않을까?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조금은 더디지만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징세나 기부금을 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좋은 콘텐츠 생산자가 많이 출현하는 것은 당연히 반길 일이지만, 가짜뉴스 사태 해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볼 수는 없다.


기술 진보에 투자하고 운영의 영역이 필요하다면 그에 투자하고 단독 주체로서 하지 못하는 일은 여러 주체와 협력하고..


결국 뻔한 결론을 맞이했다.



#What We're Reading

1. Facebook won’t call itself a media company. Is it time to reimagine journalism for the digital age 
http://www.theverge.com/2016/11/16/13655102/facebook-journalism-ethics-media-company-algorithm-tax

2. Who owns the news consumer: Social media platforms or publishers? 
http://www.cjr.org/tow_center/platforms_and_publishers_new_research_from_the_tow_center.php

3. Facebook versus the Media 
https://stratechery.com/2016/facebook-versus-the-media/


#트레바리

http://treva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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