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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깥 Mar 24. 2019

본질로 돌아가기

마음챙김 명상 100일 프로젝트 with 마보 Day 3 ~ Day 7

Day 3 <쫓기는 마음>

해야 할 일을 미루다가 데드라인이 닥쳤다. 매번 반복되는 일이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이럴 때면 항상 심적으로 쫓긴다. 그렇다고 달리 행동하는 건 아니다. 마음만 급해질 뿐이다. 누구나 그런 거니까... 데드라인만 맞추면 되니까...


'생각을 바라보는 건' 의외로 묘한 느낌이었다. 오늘까지 끝내야 될 일에 대한 생각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으로 가득 찬 나 자신을 인지하는 것이었다. 한심했다. 정작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끝없이 불안해하고 쫓기고 있다니... 더 이상 모순적이고 비합리적일 수 없었다. 마음챙김 명상은 그런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함이라는데 아직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저 어떤 생각을 하다가 그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인지하는 순간을 경험한 것. 오늘은 여기까지다.



Day 4 <자신과의 대화>

회사 동기와 스터디하는 날이었다. 쉬는 시간에 동기가 일과 조직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같은 조직에서 같은 일을 했었기 때문에 그 친구의 고민이 너무나도 공감됐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가 해줄 수 있는 말도 건넸다. 이야기는 길어졌고, 결국 우리는 스터디 뒷부분을 미루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같이 고민을 털어놓고 나눈 시간이 훨씬 가치 있게 느껴졌다. 동기도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명상을 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고민이 있을 때,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가 만약 없다면 어떨까? 혹은 누군가에게 말하기 힘든 내용이라면?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혼자 견뎌내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명상을 하며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한걸음 물러서 바라보게 된다면 마치 동기의 이야기를 내가 들어주었듯 나의 이야기를 내가 들어주는 것과 같지 않을까? 명상은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Day 5 <본질로 돌아가기>

명상을 너무 잘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유정은쌤의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껏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던 이유가 잘하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인 것 같다.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고 호흡이 안정됐다. 뭐가 됐든 잘하려는 마음이 앞서는 건 천성인 것 같다. 회사 선배도 비슷한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일을 잘하고 못하는 것과 자신의 가치를 그대로 연결시키지는 말라고.


명상을 잘한다는 건 뭘까? 그 기준을 정할 수 있다면 아마도 마음챙김 명상의 본질에 이르는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5일간의 짧은 시간에 나름 이해한 마음챙김 명상의 본질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니 잘하려는 마음을 앞세우기 전에 현재의 호흡, 현재의 상태, 현재의 생각에만 집중하자.



Day 6 <정답은 그곳에 있지 않다>

명상을 하는 동안 수많은 생각과 싸운다. 아, 싸운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겠다. 불쑥 찾아오는 생각에서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과정의 연속이다. 어째 명상을 하면 생각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원래 생각과 걱정이 많은 편이긴 하다. 올 초에 신년 운세를 보러 갔는데 "뭔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해?"라고 대뜸 물어보는 역술가의 말에 웃었던 기억도 난다.


'판단하지 말라'는 유정은쌤의 말이 귀에 들어왔다. 명상을 하면 머리가 맑아질 테니까 생각도 잘 정리될 거라고 기대했던 것 같다. 가만히 보면 내 걱정의 99%가 미래의 일 때문이다. 그중에서 일부는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고, 아닌 경우라도 그 시점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지 지금의 내가 어찌할 방법은 없다. 그런데 명상을 하면서 뭔가 해결책이 툭 튀어나오기를 바랐으니 자꾸 생각을 판단하게 된 것이다.


숫자를 세며 호흡을 하는 방법을 쓰니 집중하기 한결 편했다. 현재의 내게서 미래의 일에 대한 정답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저 현재의 상태에 집중하는 것이 명상의 본질임을 어제 느꼈고, 현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숫자 세기 같은 과제를 부여하는 것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방법인 것 같다. 당분간은 이 방법을 쭉 써보려고 한다.



Day 7 <1주 차 돌아보기>

자세와 호흡이 제법 편안해졌다.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언제쯤 편안해질 수 있을지 걱정했던 걸 감안하면 솔직히 좀 놀랍다. 짧은 기간이라도 꾸준히 실천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아직 목과 어깨에 힘을 빼지 못하고 있긴 하다. 최근에 그쪽의 상태가 좋지 않았던 탓인지, 아직 힘을 빼는 방법을 몰라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자세와 호흡이 그랬듯 목과 어깨도 편안해지는 시기가 온다고 믿는다.


조급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마보의 장점인 것 같다. 엄격하게 짜인 규칙과 의무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면 한없이 조급해하며 자책하다 흥미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언제든 지금의 호흡으로 돌아올 수 있다"라는 말이 참 좋게 들린다. 명상을 의무가 아닌 가능성으로 가득 찬 시간으로 느끼게 해 준다. 그 속에서 어떤 변화를 경험할지 앞으로 남은 시간이 기대된다.



http://from-theo.com/archives/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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