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봤을 법 한 '신과 함께'가 지난 20일에 개봉했습니다. 저도 기대하던 작품이라 꼭 보러 가야겠다 마음먹고 먼저 보고 오신 분들의 평을 기다리고 있었죠(저는 다른 사람들의 평을 보고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생각합니다). 영화 '신과 함께'의 평가는 거의 '원작 웹툰과 내용이 다르고 CG가 좋으며 눈물을 쏙 빼놓는 영화'였습니다. 원작을 좋아하는 저라서 사실 보러 가지 말까 생각도 했지만 지인의 평 중 '한국에서 보기 힘든 CG를 연출한 영화'라는 평이 있어 보러 간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웹툰의 주인공들이 모여있는 컷. 이번 '신과 함께-죄와 벌' 편에서는 저승에서의 일을 다루기에 진기한 변호사(가운데) 오른쪽에 있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함께 보러 간 사람이 4D로 보자고 해서 고민하다가 우선 2D로 보기로 했습니다. 보고 만족스러우면 4D로도 보게 되겠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두 번 다시 보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역시 원작과는 다른 내용으로 흘러갔습니다. 원작의 등장인물과 배경만 가져온 2차 창작물이라 생각하고 봐서 이 점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원작의 스토리를 너무 압축해서 영화에 눌러 담고 결론까지 도출시키려 하니 스토리 라인의 부실함이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주인공 김자홍과 동생 김수홍 그리고 어머니의 관계, 저승사자들이 김자홍을 환생시켜야 하는 당위성, 김자홍의 고구마 백 개 먹은 답답함 등이 있었는데, 스토리 진행 때문에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지옥이 바뀐 것까지는 그냥 넘어갈 수 있겠지만 결국은 모든 내용이 효(孝)로 이어져 한국인의 효와 한이라는 정서를 건드려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었습니다.
김자홍은 왜 귀인이었을까요. 영화상에 따르면 19년 만에 나타난 귀인이라고 하는데, 영화 속 저승차사들의 말과는 다르게 모든 지옥문에서 형벌을 받을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기왕 CG를 썼으니 모든 지옥을 다 보여줘야 하는 것도 분명 필요하겠죠. 그러면 굳이 왜 김자홍을 귀인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지옥 순례(!)를 시키냐는 겁니다. 거기다 동생 김수홍은 왜 귀인이 되었을까요. 원귀라는 존재는 저승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영혼을 소멸시키지 않지만 영향을 끼치면 소멸시켜야 한다고 하는데, 김수홍은 엄청난 영향을 영화 내내 끼칩니다. 그리고 이승에서는 다수의 부상자를 내며 그가 한 행동이 뉴스에까지 보도되죠. 그런데 영화가 끝날 때 김수홍도 귀인이 됩니다.
염라는 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포지션은 효를 관장하는 지옥을 다스리며 지옥 최고의 왕입니다. 그는 이 모든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눈을 감고 있다가 마지막에 저승차사 중 한 명인 강림도령을 시험하기 위해(중간중간 사건에 개입하는 내용을 삽입시켜) 이 모든 일을 계획했다는 뉘앙스를 풍기죠. 강림은 다른 두 차사들과 다르게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사실 스토리 진행 때문에 강림만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한 것 같은데, 대체 왜 강림만 지난 기억을 유지하고 있을까요...), 이 기억이 오버랩 되어 김수홍의 모든 행각에 차사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저승의 법을 깨버립니다. 그리고 그걸 묻어두는 염라대왕. 역시 지옥에서도 줄을 잘 서야 하는 건가 봅니다.
시작부터 어머니를 부르짖는 김자홍의 모습에서 어렴풋이 중심적인 내용은 가족애가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게 효로 눈물의 방점을 찍을 것이라곤 생각 못한 제가 참으로 한심스럽네요. 보는 내내 답답하고 좋은 소재를 더 좋게 다룰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습니다.
웹툰 신과 함께는 저승에서 변호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만들어 스토리 진행의 신선함과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변호라는 개념을 넣다 보니 차사가 직접 변호한다는 내용으로 진행된 것 같지만 CG를 살리기 위해 쓸데없이 더 멋지고 화려한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소모한 시간과 동생의 사건을 빼거나 바꿔서 진행했다면 훨씬 변호하는 장면에 힘을 써서 재밌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각 지옥의 특징을 살려 현실 비판적 내용을 말하는데, 간접살인(인터넷 댓글로 연예인을 욕해서 죽음으로 몰아가는 행위 등)이나 저승에서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말로 이승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공소시효가 지난다고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등의 내용은 충분히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이런 스케일의 CG를 사용한 영화를 봤다는 점도 굉장히 고무적이기도 하고요. 환관1,2와 성주신, 이승의 할아버지와 손자 등 깨알 재미를 통해 극의 분위기 환기를 해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신과 함께는 2부작으로 기획, 제작되었습니다. 1편인 죄와 벌 이후 2편은 2018년 여름 시즌 개봉에 맞춰 현재 후반 작업 중에 있다고 합니다. 웹툰 이승 편을 주제로 다룬다고 하는데, 2편에서는 CG뿐 아니라 스토리 진행도 더 잘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며 이만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