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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귿 Sep 08. 2020

그렇습니다. 30대입니다.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그렇습니다. 30대입니다.


 평생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20대를 넘어 30대가 되었습니다. 스무 살에 만났던 학과 선배들이 당시엔 무척 크게만 보였는데, 이미 그때를 제쳐버린 지금의 나는 30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가끔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벌써 60이 되어 좀 있으면 퇴직해야 한다"라고. 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벌써 30대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신년이 되면서 30대라고 통보받은 그날도 이미 몇 년 전이지만요.


 세상은 내가 체감하지 못하는 30대의 삶을 일깨워주곤 합니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는 친근하게 물으시는 부모님의 안부인사, 돈 달라고 떼쓰는 작고 귀여운 통장, 난시가 심해져 안경을 끼고 난 뒤로 압박감에 고통을 호소하는 콧잔등 말고도 무뎌진 30대의 감각을 살려주는 일들을 일상에서 겪곤 합니다.


 걷는 걸 좋아해 운동도 할 겸 일주일에 몇 번은 걸으며 생각합니다. 생각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리가 복잡해지지만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는 건 '나는 지금 방황하고 있다'라는 사실 뿐입니다. 소위 말하는 번듯한 직장도 없이 프리랜서로 일을 하지만 부모님이 보시기에 불안하고, 나 역시도 요동치는 수입이 불안한 것은 사실과 결혼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금의 나는 행복하고 잘 살고 있는가 싶은 의문이 듭니다.


 꼭 질풍노도의 시기가 이제야 찾아온 기분입니다만 지금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언제 또 할까요. 30대라고 특별한 건 없습니다. 난 변한 게 없지만 어느 순간 세상이 나를 30대로 정했고 그에 걸맞은 생각과 행동을 원합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세상이 원하는 기준에 맞춰 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그 요구를 묻어둘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30대가 뭔지 잘 모르겠고 이렇게 살아가는 게 정답인지 모르겠지만(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방황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길을 찾는 시행착오 정도일 뿐 그 자체가 나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방황하더라도 그 자리에 서서 먼 길을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앞으로 한 발짝씩만 나아갔으면 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30대를 채우다 보면 그 보답과 위로를 받을 날이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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