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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귿 Sep 10. 2020

어른이하면 안 될까요.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어른이하면 안 될까요.


 국어사전을 보면 어른이를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나 만화, 장난감 따위에 열광하거나, 이를 광적으로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어른. ‘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말'이라고 정의합니다. 외국에서는 이런 문화현상을 '키덜트 문화'라고 하죠. 


 어른이란 말이 요즘 참 많이 쓰입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극장가를 장악했던 마블 유니버스는 2차, 3차 창작품들과 함께 다양한 굿즈들을 만들어 냈고, 굿즈를 소장하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키덜트 문화가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전부터 이런 문화는 있었겠지만 보다 더 전문적인(?) 키덜트 문화가 생겼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어릴 적부터 만화나 소설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리고 해리포터를 통해 판타지까지 접하게 되면서 화려한 마법이 펼쳐지는 세계에 빠지기도 했죠. 그때부터 방에는 기존 서적들과 함께 판타지 도서가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은 빌려보는 게 아니라며 사서 보던 특이한 습관까지 있어서 책을 사느라 지갑이 텅텅 비기도 했죠. 그런데 해리포터 영화가 나오고 마블 유니버스가 시작되면서 관련 굿즈들을 모으는 취미도 생겼습니다. 큰 피규어나 장식물은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비싸기도 해서 작은 레고 피규어를 모으가 시작했습니다.

그 좋아하던 책을 빼어 침대 머리맡에 쌓아두고 책장 한편에 덕질할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취미생활을 무척 즐겁지만 사람들에게 이런 취미가 있다는 것을 알리면 좋은 반응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접했던 부정적인 반응들은 대개 나이에 맞지 않는 취미생활이라는 반응이었는데, 전 억울한 마음이었습니다. 30대가 되고 싶어서 된 것도 아닐뿐더러 키덜트 문화를 즐기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던 때거든요.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난 후 문화에 대한 편견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런 문화를 즐기는 저에게도 편견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친구가 하던 게임이 있었는데 저에게 어떤 게임인지 알려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친구는 당시에 했던 게임이 무엇이었는지 말해줬는데, 머리에서 돌 깨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친구가 했던 게임은 캐릭터를 육성해서 공주로 만들어주는 게임인데 저도 어릴 때 했던 게임이었거든요. 커서도 그런 게임 하냐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을 때 느꼈습니다. 저부터 키덜트 문화와 자신의 취미생활에 편견이 있었음을요.


 다행인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키덜트 문화에 대한 편견이 많이 해소되면서 관심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키덜트 문화를 향유하는 층은 주로 2030 세대인데, 굿즈가 이들을 주 대상으로 생산되고 있고 실제로 많이 구매하기도 합니다. 굿즈 대상이 2030 세대라는 것은 판매 가격만 봐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 예를 들어 레고는 어릴 때 구매하던 레고와 지금의 레고를 비교하면 현재 팔고 있는 레고의 가격이 훨씬 비쌉니다. 이는 레고의 주 소비층이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이'이기 때문이에요.


  어른이로서 키덜트 문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점은 무척 즐거운 일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레고 피규어를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남들에게 알리기 조금은 부끄럽고 쑥스러웠다면 지금은 손쉽게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의 취미생활에 편견이 없다면 상대방의 취미 역시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거예요.


 지금은 어른이로서 꿈을 이루기 위해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꿈이 나만의 서재를 가지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서재와 함께 레고 진열대도 만들고 싶은 꿈이 생겼어요. 이런 꿈이 돈을 벌 수 있게 해 주고 나아가 삶을 환기시켜줍니다. 즐겁고 행복한 취미생활이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죠. 그래서 아직 나잇값을 못하다는 말을 들어도 키덜트 문화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전 아직 즐길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어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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