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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모 Jun 13. 2019

기생충 해석, 분석(주관적, 스포O)

 

다들 기생충 보셨나요? 전 지난 토요일 저녁에 보고 왔습니다. 한국 영화에 지쳐있던 저에게 기생충은 한국 영화도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을 전환시켜준 작품이에요. 근 몇 년 간 일부로 한국 영화는 피하고 있었거든요. 그렇다고 외국 영화를 보기에는 그마저도 많이 없고... 그래서 사실 영화 그 자체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식어가고 있었습니다. 마블의 히어로 영화들을 보면서 힘을 냈다고 할까요.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를 거머쥘만한 영화가 없었던 게 현실이었으니까요.


  그런 저에게 기생충은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도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스토리의 전후, 캐릭터의 관계 정도를 떠나서 영화가 주는 주제를 의식하고 사고하는 과정이 참 오랜만이었어요. 그래서 기생충은 두 번 나눠서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는 지금 쓰고 있는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 분석글. 두 번째는 제 나름대로 주제의식을 고찰하는 글을 쓸 예정입니다. 이번 글은 주로 장면의 상징성, 구조 등을 알아보며 글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하나의 큰 주제를 가지고 쓰는 글이 아닌 만큼 글이 연결되지 않고 마치 번호를 매기듯 글이 나눠져 있을 겁니다. 읽는데 참고해주세요.



(찾아본 리뷰는 백수골방님의 해석 영상 하나입니다. 참고한 부분은 본문에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위·아래

  영화는 동익네 집과 기택네 집을 항상 위와 아래로 구분해서 보여줍니다. 영화의 첫 장면을 먼저 보도록 하죠. 기택네는 반지하입니다. 반지하에서 바라보는 밖은 술에 취해 벽에 오줌을 갈기는 사람 정도만 보일 뿐이죠. 하지만 그런 사람에게조차 하지 말라고 외치지 못합니다. 오히려 기우의 친구 민혁이가 그 사람을 쫓아내요.


  민혁이의 소개로 기우가 동익의 딸 다혜의 영어 과외 선생으로 취업하면서 동익 네로 한 명씩 취업하게 됩니다. 동익네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보면 하늘과 맞닿아 보일 정도죠. 그리고 그 크기는 엄청납니다. 그 집을 가기 위해서는 항상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야 하고 집으로 가는 길은 항상 내리막길입니다. 이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것은 바로 '물'입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죠. 비가 많이 내리는 날 동익네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택네가 사는 동네는 물난리가 나고 졸지에 수재민(?)이 된 동네 사람들은 새벽에 체육관에 모여서 잠을 청하게 되죠. 다음날 맑아진 하늘을 보며 기지개를 켜고 옷을 골라 입는 연교와 한 벌의 옷이라도 더 받기 위해 치열하게 다투는 수재민들을 번갈아 보여주는 장면은 이 차이를 확연하게 보여줍니다. 비가 오는 날 맨발로 집으로 향하던 기우가 흐르는 물에 잠시 멈칫했던 것도 이 차이를 깨달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위와 아래는 상류층의 사람들이 사는 세상과 하류층의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확연하게 나눠줍니다. 전혀 다른 세계 같은 느낌이죠? 동익이 다니는 회사와 피자 포장지를 제작해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애를 쓰는 기택의 가족의 삶은 너무 다릅니다. 그리고 동익 네로 모든 가족이 취직을 하게 된 기택의 가족은 마치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그들이 주는 돈을 받아 살아가죠.                                               



2. 수석

 수석은 기우의 친구 민혁이가 기택의 가족들에게 준 선물입니다. 백수골방님의 리뷰 영상을 보면 수석의 의미에 대한 해석이 있습니다. 백수골방님처럼 수석이 육사 출신 할아버지가 모은 의미까진 알지 못했더라도 수석이 계획을 의미한다고 말씀하시는 건 동의해요. 계획이며 하나의 기회라고도 생각이 되는데 이는 민혁이 동익 네로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고 민혁이처럼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영화가 비 오는 날 첫 번째 위기의 절정에 다다를 때 기우가 "민혁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민혁이에게 일을 받은 날 민혁이가 다혜에게 보여준 감정과 말을 기우는 다혜에게 민혁이와 같은 감정을 가지려고 합니다. 가지려고 한다는 생각하는 건 다혜의 다이어리를 훔쳐보며 이게 도움이 된다는 말을 하고 파티를 하는 중에 다혜와 키스를 하던 때에도 다혜에게 충실한 감정을 보여주기보다 자신이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지를 물어보는 것을 볼 때 기우의 모든 행동은 '계획'이었고 민혁이처럼 행동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기택네 가족이 동익의 집에 둘러앉아 어느 때처럼 술을 마실 때 "다혜가 대학생이 되면 정식으로 만나자고 하려고요"라고 했던 말은 민혁이 했던 말과 똑같죠.


  계획은 기우에게 무척 중요합니다. 기택이 기우에게 "너는 계획이 있구나"라고 했던 말은 기우가 말한 것처럼 상징적입니다. 계획이 있는 기우, 무계획이 계획이라고 말하는 기택. 기우는 늘 계획을 하고 움직입니다. 오죽하면 그 시크해 보이던 기정이도 기우에게 앞으로 계획이 있냐고 물었을까요. 하지만 상황이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자 기택에게 "아버지. 계획이 뭐예요?" 하고 묻습니다. 계획 없이 움직이는 것은 기우에게 매우 불안한 일이었죠. 기택의 무계획이 계획이라는 말을 들은 기우는 새로운 계획을 세웁니다. 근세와 문광을 죽이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겠다는 계획이죠. 하지만 이 계획은 결국 실패하고 오히려 가족들에게 독이 되어 돌아옵니다. 기우의 실패로 기우는 머리에 큰 부상을 입고 동생 기정은 근세에 의해 살해당하고 기택은 살인자로 지명 수배됩니다. 마침내 끝에 가서 기우는 수석을 버립니다. 더 이상 계획이 자신을 이끌어 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하나의 목표만을 가집니다. 돈. 돈을 벌 거라고. 물론 기우는 돈을 벌어서 동익의 집을 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기우가 했던 상상처럼 허황된 꿈이에요.                                              


                                                                                                                                                                

3. 냄새

 동익의 가족은 냄새에 민감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동익과 그의 아들 다송이가 그러하죠. 동익은 기택의 냄새를 싫어하고 다송은 기택네 가족에서 나는 냄새를 알아챕니다. 그리고 그 답은 "반지하를 벗어나는 한 냄새는 빠지지 않아"라는 기정의 말을 통해서 알 수 있죠. 동익의 가족에겐 익숙하지 않은 냄새입니다. 항상 누군가는 동익의 가족의 집을 치워주고 빨래를 해주고 관리를 해줍니다. 그리고 환기도 잘 되는 곳에 집이 있으니 냄새가 나빠질 리 없죠. 좀 더 '상징적'으로 생각해보면 파티에서 보여주었던 여유로움을 생각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동익네 가족과 지인들은 무척 여유롭습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기택네 가족과 근세는 치열하게 전쟁을 하며 살아가죠. 둘 중 하나는 떨어져야 동익네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먹을 수 있을 겁니다.


  기택은 동익이 하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비가 오는 날 테이블 밑에 숨어 있던 기택이 동익의 말을 듣고 생각하는 표정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줍니다. 그리고 동익네와 기택네를 구분하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그들의 냄새이기도 했습니다. 다송이가 냄새로 그들을 찾아냈듯이 말이죠.


  동익이 했던 말을 담아두고 있던 기택은 결국 살인이 일어나던 날 폭발합니다. 다송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동익과 기택은 숨어 있었고 선을 넘으려는 기택에게 일하러 온 것 아니냐는 동익의 말은 기택이 더욱 동익에 대해 적대적이게 만듭니다. 그러던 중 기정이 찔리고 동익은 기절한 다송이를 위해 기택에게 가지고 있는 자동차 열쇠를 던지라고 합니다. 제대로 날아가지 않은 열쇠가 근세의 밑에 깔리자 코를 막고 근세를 들어 열쇠를 꺼내는 모습을 본 기택은 동익을 찌르고 말죠. 자기 가족에게만 나는 줄 알았던 냄새가 근세에게도 났던 것입니다. 동익네에서 일하는 잠깐이라도 자신들은 근세와 다르다고 생각했고 동익네 가족과 어느 정도 같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동익의 행동을 보고서 기택은 깨달았던 거죠. 자신도 동익이 보기엔 근세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4. 동익

  본래 선을 지킨다는 의미를 소주제로 정하려 했으나 보다 넓게 동익이라는 사람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동익은 항상 선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전 운전기사를 자른 것도 운전기사가 성행위를 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의 차에서 한 것 때문이었죠. 그리고 기택에게도 요구하는 것은 선을 넘지 않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부자는 모두 착하다'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동익네가 보여주는 것은 착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들에게 해주는 것만큼의 보수를 제공해주는 것이었죠. 그 이상을 넘어서게 된다면 바로 동익이 기택에게 말했던 것처럼 "일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세요"라는 경고가 돌아옵니다. 착해서 좋게 대해준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동익은 가족의 가장입니다. 조금 크게 보면 가부장적인 가정을 더 크게 본다면 자본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먼저 그의 아내 연교는 동익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동익은 돈을 벌어오며 그 돈으로 지금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됩니다. 항상 그에게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는 연교는 아들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몸을 더듬는 것을 허락합니다. 영화에서 묘사는 되지 않았지만 성행위까지 갔을 테죠. 그런 의미로 생각해보면 연교 또한 기생하는 인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기택이 동익에게 사모님을 사랑하시지 않냐는 말에 처음에는 수긍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동익은 마지막 그 질문에 결국 폭발하고 맙니다. 동익이 생각하는 연교는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아이들의 엄마 혹은 언제든 자기 마음대로 취할 수 있는 대상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조금 억측 같다고도 생각이 듭니다만^^;)                                              

                        

                                 

5. 기정과 다혜

  기정과 다혜는 양쪽에서도 이질적인 사람들입니다. 기정은 기우의 계획에 가담하면서도 근세와 싸우는 것은 반대합니다. 사건이 일어난 날부터 계속 근세와 문광을 걱정하는데 강하게 억압하려 했던 기택과 반대로 도와주자는 말과 서로에게 좋은 일을 찾아보자고 합니다.


  기정은 양쪽에서 중간 정도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죽음이라고 생각해요. 뭔가 너무 억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정의 위치는 영화 내에서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아래, 흑과 백이 나누어져 있는 세상에서 그 사이의 존재는 제거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다혜는 상류층에서 태어났지만 그것과 별개로 사춘기적 소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만 영화적 내용을 생각하면서 보면 민혁이를 좋아하지 않고 기우를 좋아하는 것, 가족끼리 즐기는 파티를 보면서도 지루하다는 표현을 하면서 싫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혜가 가족들과 다르다는 것을 볼 수도 있지요.                                              

                                                                                                                                                        

6. 벌레

 영화에서 벌레는 총 두 가지가 언급됩니다. 영화 초반부에 언급되었던 꼽등이와 바퀴벌레. 초반부 꼽등이를 보면서 튕겨내어 버린 기택은 밖에서 방역을 하는 모습을 보고 문을 닫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꼽등이를 없애기 위해 문을 열어 두라고 하죠. 그리고 바퀴벌레를 비유한 대사가 있는데 불을 켜면 바글바글 모여있던 바퀴벌레가 흔적도 없이 흩어진다고 합니다. 방역과 빛은 벌레를 없애는 역할을 합니다. 벌레가 사람의 집에 기생하면서 살듯 기택네 가족 또한 동익네 가족에게 기생하면서 삽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자신들이 벌레와 같은 기생의 삶을 살고 있던 것은 몰랐던 거죠.                                               



7. 남궁 씨가 만든 집

  동익네 가족이 사는 집은 남궁현자라는 사람이 만든 집입니다. 설국열차에서였나 송강호가 맡은 배역의 성도 남궁 씨였는데 남궁이 남쪽의 좋은 집이라는 의미라고 했던 것 같네요...ㅎㅎ


  지하에서 기택은 근세가 그러했던 것처럼 집에 기생하는 존재가 됩니다. 하지만 집주인이 바뀌어도 집은 변함이 없습니다. 집은 항상 그 위치에 존재하지만 주인은 계속 바뀝니다. 좀 더 넓은 의미로 큰 회사를 집이라고 의미를 둔다면 큰 회사의 주인은 아무리 바뀌더라도 회사가 망하지는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보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그런 것이긴 하지만 회사가 쉽게 망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리고 그 회사에서 주는 돈을 받아 사는 사람들은 회사에 기생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좀 더 넓게 생각해보면 집은 자본으로서 그 주인이 사장이 되었든 국가의 수장이 되었든 간에 자본의 위치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신앙과 같다고 할까요? 자본은 절대적인 위치에 있고 사람들은 돈을 갈망합니다. 자본은 그 위치가 갈수록 공고해지며 사람들은 자본의 흐름 속에 살아가죠. 어떠한 행위도 자본의 위치에 반기를 들 수 없습니다. 그동안 자본주의 시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많은 사상과 이념들이 나왔지만 결국 자본의 위상을 떨어뜨릴 수는 없었고 오히려 더욱 그 자리가 공고해졌죠. 이 집이 그러합니다. 동익이 죽어도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 것이고 그 사람들이 나가도 다시 새로운 사람이 입주할 것입니다.                                              



 여러 생각이 드는데 아직 충분히 정리는 되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한 번 밖에 보지 않아 놓친 부분도 많겠지만 나름대로 생각하고 정리를 해봤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네요ㅎㅎ 제게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도 손에 꼽을 수작입니다.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잘 잡았다고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 칸에서도 황금 종려상을 주면서 영화의 가치를 인정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한국 영화 최초로 받은 거라고 들은 것 같은데ㅎㅎ


  기생충 해석, 분석 글은 지극히 주관적 해석이라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도 못할 수도 있지만  쓴다 해두고 겨우겨우 쓰게 된 제게는 무척 속 시원한 글이에요. 1차 분석 글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빠른 시일 내로 주제의식을 생각하고 고찰하여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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