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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모 Jun 13. 2019

팬들에게 헌정하는 어벤저스 엔드게임

드디어 어벤저스 엔드게임 1회차 관람을 마쳤습니다.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기 위해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지내왔던 날을 뒤로하고 스포일러가 가득한 감상평을 남기고자 합니다.


영화가 마치고
마지막 씬이 끝이 나고 영화의 막이 내리며 스탭롤이 지나갈 때, 제가 봤던 상영관 대다수의 관객분들이 스탭롤도 보지 않으시고 빠르게 빠져나가서 아쉬웠으나 저는 끝까지 남아 마블의 지난 11년의 영화를 돌이켜보며 곱씹었습니다.

마블의 시작을 알렸던 아이언맨1은 무려 11년 전입니다. 11년이 지나고 마침내 어벤저스라는 페이즈가 막을 내렸어요. 돌이켜보면 저는 한 명의 청년으로 자라고 어느덧 30대를 지났지만 팬의 입장으로 결코 긴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아이언맨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한국 방문 쇼케이스에서 한 말이 있다고 하는데


저도 젊었고 여러분들은 어린아이였을 수도 있을 텐데 잘 자라주시고 저를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지난 11년간 마블의 영화를 보면서 자라온 제가 생각나기도 하면서... 11년의 여정이 끝이 났구나 하는 생각과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었어요.



영화 속 주요 감상 포인트
1.마블의 지난 11년
이번 영화는 마블 영화를 사랑해준 팬들에게 보내는 헌사와 같은 작품입니다. 인피니티 스톤을 찾기 위해 주요 포인트가 되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지난 11년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어벤저스1의 전쟁터 뉴욕에서 과거의 어벤저스를 보고 페기를 보며 눈을 떼지 못하는 캡틴, 아버지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눈 토니, 어머니가 사망하는 날로 돌아가 어머니와 마주한 토르, 타노스와 마주하며 과거의 자신을 극복하고 가모라가 내미는 손을 맞잡은 네뷸라, 캡틴과 캡틴의 대결을 보여주기도 하며 과거의 향수를 일으키는 장면들이었죠. 저는 이전 작품들을 복습하고 보지 않았습니다만 확실히 이전 영화들을 복습하고 보면 훨씬 더 큰 감동과 전율이 일어날 겁니다.

2. 히어로들의 변화된 모습
1) 아이언맨(토니 스타크)
엔드게임에서는 계약이 끝나거나 새로운 페이즈를 위해 퇴장하는 히어로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있죠. 어떻게 퇴장 시킬지 가장 주목했던 부분이었는데 제 기준으로는 무척 감동적이고 멋진 마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언맨1에서 마블의 화려한 막을 열었던 아이언맨은 자기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희생함으로 퇴장하게 됩니다. 엔드게임에서도 나왔지만 토니는 아이언맨으로서 지구를 구하는 것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늘 노력을 해왔어요. 하지만 끝내 자신을 희생하므로 아이언맨이라는 히어로의 멋진 퇴장을 만들어냈습니다.
2) 캡틴 아메리카(스티브 로저스)
캡틴은 누구보다 사람들을 위하는 정의롭고 강직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토니와 스티브는 늘 부딪히기 마련이고 둘의 의견이 나뉘며 시빌 워가 발발하기도 했죠. 영화의 막바지 캡틴은 인피니티 스톤을 다시 과거로 돌려놓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합니다. 돌아오기로 한 5초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돌아오지 않은 캡틴은 과거에 남아 나이를 먹은 모습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팔콘에게 캡틴 아메리카의 상징인 방패를 넘겨주며 토니의 말처럼 '스티브로서의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라고 말한 캡틴은 더 이상 캡틴이 아닌 스티브 로저스로서 70년 전 페기 카터와 했던 약속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3) 블랙 위도우(나타샤 로마노프)
단독 영화를 앞두고 있는 블랙 위도우의 죽음은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엔드게임 속의 감정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택하는 것도 맞겠다 싶었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어요. 타노스와의 전투 후 황폐해진 지구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블랙 위도우는 어벤저스를 자신의 가족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곳(가족이 돌아올 곳)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죠. 항상 이성적이고 냉정한 선택을 하던 그녀는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시간 여행 전 '잠시 뒤에 보자'라고 말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며 그녀의 희생은 더욱 도드라졌습니다.
4) 토르
엔드게임에서의 토르는 운명이 이끄는 대로 살아온 아스가르드 왕에서 토르 그 자체가 되려고 합니다. 타노스와의 전투 후 정신적인 후유증을 지닌 채 5년간 술독에 빠져 배불뚝이가 된 토르의 모습은 충격적이었지만 이후 가오갤 후속작에 참여시키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엔드게임 전 마지막 토르 주연 영화 라그나로크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가오갤과 비슷했고 그런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토르의 모습을 일부로 웃음 포인트로 남겼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토르의 마지막이 그렇다면 굉장히 아쉬울 거예요. 가오갤 다음 편 준비 중이라고 하고 토르가 가오갤 멤버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엔드게임 마지막에서 보여줬으니 가오갤 다음 편에도 출연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가오갤 멤버들과 함께 가는 장면은 왕의 자리를 발키리에게 넘기고 자신의 본모습을 찾아가려는 토르의 자세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상징과 떡밥
1) 어벤저스 어셈블
정확히 어느 영화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캡틴이 마지막에 어벤저스를 외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장이 마치기 전에 영화가 끝나버렸었죠. 캡틴이 하려던 말은 '어벤저스 어셈블'이었습니다. 원작에서도 자주 나오는 어벤저스 어셈블은 캡틴이 어벤저스를 모은다는 의미입니다. 번역하신 분이 직역하지 않으시고 그 말 그대로 어벤저스 어셈블이 자막으로 넣으신 기가 막힌 번역이었어요.
2) 퇴장하는 히어로들
많은 히어로들이 사라졌습니다. 1세대를 책임 지던 아이언맨, 캡틴, 블랙 위도우, 비전 등이 퇴장했고 다음 세대를 이끌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캡틴 마블 등이 마지막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영화는 물론 팬들에게 보내는 헌사이자 기존 멤버들이 퇴장하는 마지막 영화기에 비중은 1세대 히어로들이었다고는 하나 2세대로 자연스럽게 바통터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3) 바뀐 캡틴
캡틴의 상징인 방패는 팔콘에게로 갔습니다. 개인적으로 2대 캡틴은 버키가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관계를 보면 그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버키는 화이트 울프로 남고 2대 캡틴은 팔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라는 위치와 캡틴 마블이라는 위치가 융합될지 혹은 나뉠지 궁금하네요.
4) 캡틴의 엉덩이
엔드게임에선 유독 캡틴의 엉덩이를 자주 언급합니다. 이는 외국에서 캡틴의 엉덩이가 짤방 등으로 많이 사용되기도 했고 인기 있는 엉덩이라는 것에서 팬 서비스 차원으로 언급한 것 같아요.
5) 1400만 분의 1
1400만 분의 1은 토니의 희생이었습니다. 어벤저스 인피티니 워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미래를 보고 타노스를 이기고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1400만 분의 1이라고 했습니다. 마지막 전투에서 등장한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토니가 1400분의 1이 이 상황이 맞냐고 물어볼 때, 스트레인지는 나중에 알려줄 때가 그때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때는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기기 전 토니가 장갑을 빼앗아 손가락을 튕기는 때였던 거죠. 토니와 스트레인지의 마지막 눈 맞춤과 흔들리는 토니의 표정... 마침내 희생을 선택한 토니의 모습은 영화 속 명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6) 루소 감독과 루소 감독 딸
영화 초반 캡틴은 집단 상담(?)을 하는데 그중 한 명이 루소 감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딸은 호크아이의 딸로 출현했습니다. 그리고 루소 감독의 컨셉은 동성애자였습니다. 데이트 상대는 '그'였으니까요.
7) 여성 히어로
1세대를 빛낸 블랙 위도우는 죽음으로 새로운 여성 히어로들이 뭉쳤습니다. 앞선 인피니티워에서도 여성 히어로들이 뭉쳐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이번엔 마치 하나의 포스터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멋진 연출을 했습니다. 이는 후에 여성 히어로 단체 A Force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네요.



마치며
계속 말하지만 어벤저스 엔드게임은 지난 11년간 함께해준 팬들에게 헌사하는 작품입니다. 11년을 함께했던 관객들은 캡틴이 토르의 망치를 드는 모습에 벅차고 아이언맨이 손가락을 튕기는 모습에 감동하며 모든 히어로들이 모여서 전투를 준비하는 모습에서 전율을 느꼈을 겁니다.
영화로서의 완성도를 이야기하자면 분명 아쉬운 작품입니다. 초반 지나가던 쥐가 버튼을 눌러 양자 영역에서 나올 수 있게 된 앤트맨과 같이 우연에 의해 전개가 있고 설정 오류, 급한 전개가 무척 아쉽긴 했죠.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압도할 정도로 엔드게임이 가지는 11년의 무게는 엄청났습니다. 역대 최고의 히어로 무비로서 자리매김할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영화 내내 감동과 전율이, 그리고 눈이 즐거웠습니다. 다 회차 관람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이번 주 내로 한 번 더 보러 가야겠네요.
다시는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앞으로 나오는 마블의 영화가 11년의 무게를 털어내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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