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말투에서 신뢰가 느껴졌던 날

말보다 태도가 먼저 다가오는 순간에 대하여


우리는 종종,

말의 내용이 아니라 말의 분위기에 설득당합니다.


‘신뢰’라는 단어는

논리보다 먼저, 태도로 느껴지는 것이니까요.



며칠 전이었습니다.

한 자리에서 처음 만난 분이 있었는데,

그의 첫마디에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졌습니다.


“늦지 않게 도착하신 거, 고맙습니다.”

별말 아닌데도,

그 말투엔 이상한 안정감이 있었습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어조는 단정했고

그의 눈빛은 말보다 먼저 신중하게 움직였습니다.



사실 저는,

사람의 말투를 오래 지켜보는 일을 해왔습니다.

무대 뒤에서 배우의 말 하나, 눈짓 하나를 조율하며

그들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일이었죠.


그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말은 내용보다 먼저 ‘느낌’으로 신뢰를 만든다.


진심이 담긴 말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무게가 있습니다.

차분한 톤, 불필요한 단어의 생략,

귀를 찌르지 않고 스며드는 어조.

이런 말투에는 자기 확신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함께 깃들어 있죠.



그날 그 사람의 말투에서 제가 느낀 건

‘잘 말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잘 듣고 있던 사람’의 태도였습니다.


그건 훈련된 것처럼 보였고,

또 동시에 아주 자연스러웠습니다.


그 순간 저는 확신했죠.

“이 사람은 평소에도 사람을 존중하는 말의 구조를 가지고 있겠구나.”



신뢰는 ‘한 번의 말’로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말투로

그 사람의 ‘평소’가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건 결국,

그 사람이 자기 말에 얼마나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오늘 당신의 말투에는

어떤 감정이 담겨 있나요?

조금 더 빠르게 말하고 싶은가요,

아니면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고 싶은가요?


신뢰는

말의 속도보다

말의 결을 다듬을 때 시작됩니다.



그 사람의 말투가,

내 마음을 먼저 정리해 준 날이 있습니다.


그런 말,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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