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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won Jan 29. 2018

스타트업은 처음이라서

Career Milestone: 스타트업에서의 인턴십 (2016)


석사과정을 밟던 중 맞은 한 여름 방학, 그저 학생으로서만 보내고 싶지 않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디든 불러만 준다면 열심히 일하리라는 생각으로 인턴십에 도전했고, 고맙게도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스타트업은 특이하게도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의 정 반대편인 Presidio라는 커다란 숲 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는 그 특별한 출근길을 참 좋아했다. 금문교가 구름사이로 보이는 푸른 바다를 등지고 커다랗게 쭉 뻗은 나무들과, 새들의 지저귐을 따라 걷다보면 벽돌로 지어진 회사 건물이 나타났다. 자연속에 숨어있는 이 작은 오피스에서는 뉴욕타임즈에서 미디어 전략을 담당한 저널리즘 베테랑부터 지난 10년동안 버닝맨을 세계적인 페스티벌로 일궈낸 바 있는 PR전문가까지 다양한 경력과 무기를 가진 이들이 모여 전세계의 좋은 미션을 가진 스타트업을 조명하고 비즈니스 관련 이벤트와 미디어 컨텐츠를 만들고 있었다. 나는 소셜미디어를 관리하는 마케터로서 회사에서 만들어내는 컨텐츠들을 모두 리뷰하고 발행하는 일을 맡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내가 실리콘밸리의 힘차게 뛰는 동맥의 일부가 된 듯 하여 마구 설렜다. 


우리가 기획한 이벤트에는 Stephen Curry도 Slyce라는 스타트업의 Co-founder로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마운 마음은 잠시, 이내 불평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자발적으로 시작한 인턴십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나에게 맞는 포지션인지, 잘 하고 있는건지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2년정도의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인턴으로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회의감도 들었다. 


그러나 시간을 조금 보내면서 깨달은 사실은 참 역설적이게도 나부터가 이곳에서 학생인턴의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나 말고도 다른 여자 인턴 두명이 있었다. 한명은 나보다 훨씬 어렸음에도 늘 대담한 자세로 회의에 임했고, 한명은 훨씬 더 짧은 기간동안 이곳에서 몸담는 외국인이었지만, 그런 것들에 연연하지 않고 보스처럼 일들을 해냈다. 그들을 바라보며 내 행동 하나하나에 칭찬을 받고 싶어했고, 그래서 회의나 미팅때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지 않고 주저했던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를 이끌어줄 사람을 찾았고, 그래서 나를 뽑아준 보스가 회사를 떠나야 했을 때 방황한 적도 있었다. 특히나 스타트업은 주인의식과 긍정적인 자세가 필수적인 공간이다. 작은 규모에서 더 효율성을 발휘하는 만큼, 팀원 하나하나의 에너지와 주도적인 자세가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그들이 나의 의견에 하나하나 귀 기울여주는 만큼, 나 역시 “인턴”이라는 포지션을 떠나 대화와 아이디어를 주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었다. 


우리회사가 성장하는 Mission-Driven Startup으로 조명한 바 있는 뉴욕의 LittleBits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의 스타트업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휴가를 떠났다. 그것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순간들을 기회로 삼고 나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그것은 한순간의 큰 결심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 흘러가는 강물 위에 몸을 맡기듯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나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발휘되는 용기였다. 


그렇다고 내가 단번에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거나, 회의시간에 카리스마있게 의견을 말한다거나, 저널리즘과 PR 베테랑인 미국인 동료들과 견줄만큼 의사를 뛰어나게 표현하진 못했다. 그렇지만, 나는 책임감이 강하고, 그래서 맡은 일에 꼼꼼하다는 소리를 들을만큼 일을 하고, 다방면에 스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종류의 강점은 오랜시간이 지날수록 더 드러나고 빛을 발하는 종류의 것들이었다. 


점차 사람들은 나의 숨은 강점들을 알아채기 시작했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해왔다. 디자인, 아날리틱스, 소셜미디어, 여러개의 감투를 쓰는 전형적인 스타트업의 멤버로서 말이다. 쓸모있는 사람이 되는 것의 행복감은 그 어떤 액수의 봉급보다도 나를 움직이고 있었다. 


나 자신에게 조금만 시간을 주면 빛을 발휘하고, 그 어떤 환경에서도 재능을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 그것이야 말로 내가 첫 스타트업 경험을 통해 받은 가장 값진 선물이었다. 




[Career Milestone] in 커리어테라피

일기장 속에 간직해놓았던, 

그때는 미처 몰랐지만 돌이켜보니 아름다웠던,

그래서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나 위로가 될지 모를

기억의 조각들을 공유합니다 


독자님과의 소통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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