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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won Apr 23. 2021

[욕망] 욕망을 긍정하다

욕망은 거부한다고 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욕망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렇게 배웠던 것도 같다.


최근 '욕망'이라는 감정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생전 처음으로 부끄러움을 거두고 내면의 욕망을 지긋하게 마주해보았다. 그 잠깐의 용기만으로도 욕망은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몇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들려주었다.


"나의 욕망은 끝이 없어요. 그러니 아무것도 주지 마세요." Ellen Harvey (http://www.ellenharvey.info)



1.욕망이라는 단어는 '탐욕'이 아니라 '꿈'에 가깝다.

욕망은 마치 생명력과도 같아서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무엇인가를 원하게 된다. 그 원하는 마음 덕분에 우리는 위험을 무릅쓸 용기도, 길을 잃고서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힘도, 오랜시간 버텨낼 인내도 갖게 되는 것이다. 욕망을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온 마음으로 긍정할 때, 그는 나의 나침반이 되어 인생의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태 욕망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종종 욕망은 괴로움의 감정과 함께 찾아오기 때문이다.


2.욕망은 하늘처럼 끝없이 무한한 감정이다.

욕망을 괴롭게 바라보는 이유는 욕망이 완전히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무한하게 계속 뻗어나가는 것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취업을 하고나면 더 큰 봉급을, 더 큰 봉급을 얻고나면 퇴사를, 퇴사를 하고나면 의미 있는 삶을 꿈꾸는 것처럼, 어떤 원하는 것을 이루면 반드시 새로운 욕망이 찾아오게 된다. 마치 하늘이 뜨겁게 태양을 태우다가, 비를 뿌리다가, 까만 밤에 별들을 쏘는 것처럼, 욕망은 끊임없이 얼굴을 바꾸며 우리를 쳐다본다.


3.욕망은 이루면 이룰수록 성숙해진다.

우리가 욕망을 괴로워하게 되는 또다른 이유는, 욕망하는 대상이 언어화하기도 부끄러울 만큼 원초적이거나, 이기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른이라면, 책임감 있는 가장이라면, 혹은 성공을 꿈꾸는 프로페셔널이라면 이런 욕망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거부하면서 말이다.

오히려 이런 종류의 욕망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유난히 뿔이 났거나 유치한 욕망일수록 우리가 그동안 한번도 돌봐주지 못한 마음 한구석의 어딘가를 가리킬 수 있다. 오늘 당장이라도 작게나마 그 욕망에 닿을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찾아 케어해 주어야 한다. 이제 막 말을 하기 시작한 어린 아이가 "저는 사회 정의를 위해 헌신하고 싶습니다" 라던지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예술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와 같은 욕망을 가질리 없다. 욕망은 우리의 내적 성장과 함께 성숙해져 갈 뿐이다.


4.우리가 욕망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진짜 원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욕망이라는 감정은 하늘처럼 거대한 동시에 하늘 위 수많은 별처럼 무수한 대상을 향하고 있을 수 있다. 내가 욕망하는 대상이 너무나 많아 힘이 드는 경우라면, 스스로를 욕심쟁이라고 꾸짖거나 모든 것을 이루려 본인을 채찍질 하기 전에, 과연 그 욕망들이 모두 나의 관심과 시간을 받을만한 것들인지 찬찬히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자크 라캉이 이미 100여년전 예리하게 통찰하였듯,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곤 한다. 내가 지금 목표로 삼고 있는 그것들이 정말 나의 순수한 욕망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내 주변의 친구들 사이의 유행 혹은 부모님이 오랫동안 한처럼 품은 욕망을 전해 받은 것인지 구분해보자. 나의 마음에 뿌리를 두지 않은 욕망이라면 반드시 적어도 하나쯤은 그렇게 알아차리는 순간 먼지처럼 공중에 뽀얗게 사라져 버릴 수 있다.



Texture of Casual Desire, Rafal Olbin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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