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게시판에서 발견하는 Insight
이런 질문을 보자마자, Z세대, 밀레니얼 세대, 욜로족, 1 코노미 등... 다양한 단어와 소비자 트렌드 등이 떠 오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글의 목적은 세대별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문적이고 고차원적인 고객 분석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번 글(구매후기만으로 경쟁 쇼핑몰 매출 파악하는 방법)과 같이 쇼핑몰 창업자 또는 예비 창업자들이 놓치기 쉬운, 하지만 소호 쇼핑몰에서 꼭 필요한 실무 밀착형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현재 상황
운영 중인 30대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의류 쇼핑몰이 안정권에 접어든 상황에서, 추가 매출 확대를 목적으로 10대 후반-20대 초중반 타깃으로 한 여성 캐주얼 쇼핑몰을 추가로 론칭했다. 론칭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으나 광고비를 투입하는 만큼 매출이 오르지 않고 모든 부분에서 정체의 늪에 빠졌다. 상품 문제와 직결되는 환불률은 7%로 안정적이었다. 현재까지 광고 효율이 200% 내외로 안 좋은 상황이지만 월 2~3천만 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투자 개념으로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매출, 고객, 재구매 관련 수치는 더 이상 오르지 않으면서 앞으로 를 기대할 수 없게 되어버렸고, 영업이익 마이너스 규모가 너무 커지고 있어 현실적인 부담으로 다가왔다. 원인이 무엇인지 문제를 찾아 해결하지 못하면 해당 쇼핑몰을 지속해 갈지 불투명한 시점에 놓였다.
문제 해결을 위해 쇼핑몰 차원에서 다양한 시도
1. 상품 등록 개수를 늘림.
2. 경쟁사 베스트 상품을 더 싸게 판매.
3. 페이스북 이슈 콘텐츠 추가 제작.
4. 광고 채널 점검(검증된 광고만 운영)까지.
5. 이밖에도 모델 추가 촬영, 사진 스타일 변경, 전체적으로 가격도 더 싸게 파는 전략까지 시도.
하지만 결과를 간단히 이야기하면, 해당 쇼핑몰의 매출은 1%도 나아지지 않고 있었고 시간은 계속 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원인 분석과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이슈가 주어졌다. 이미 많은 시도를 하고 있었고 나름 성공적인 쇼핑몰 운영 경험이 있는 대표와 MD팀장, 웹디자이너, 포토그래퍼가 주축이 된 쇼핑몰 있었기에 일반 고객 시각으로 보아도 타 쇼핑몰과 비교해서 크게 문제가 될 만한 요소는 보이지 않았다.
나름 베테랑 경력자가 모인 쇼핑몰, 거기에 상품 수, 더 저렴한 가격, 모델 사이즈 추가, 사진 스타일 변경까지....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많이, 빠르게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다양한 지표가 제자리였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자체적으로 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았다면, 혹시 고객이 원하는 것은 이와는 전혀 다른 것이 아닐까?"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여러분의 쇼핑몰 사업에 있어서 문제와 해결의 원천 소스(?) 가 있는 곳은 어딜까? 생각해본 적 있을 것이다. 다양한 소비자 리포트?, 컨설팅 업체의 조언?, 설문조사 통계?, 광고 대행사 AE의 의견?, 구글 GA?, 쇼핑몰 매출 관련 통계자료? 아니다. 바로 여러분 쇼핑몰의 고객 게시판이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실제 고객들의 불편과 불만의 소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고객 게시판 말이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고객 게시판을 통해 우리의 고객을 다시 보다
우선, '문제의 쇼핑몰'을 기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몰과 비교 분석을 진행했다. 환불률은 7%대로 낮은 수치였기 때문에 반품과 관련된 문의는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분석 결과 위의 표대로 고객 게시판을 통해서 배송 관련 문의 비율이 32%로 기존 쇼핑몰 대비 2배가량 높은 것을 확인했고, 상품 문의 중에서 품절에 따른 재 입고 문의 비율이 51%로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배송 전 변경 취소 문의가 유난히 높음을 볼 수 있었다.
"배송 문의 비율이 많이 높다는 것은 고객들이 배송기간에 엄청 민감하다는 것으로 바꿔 말할 수 있고, 재입고 문의가 높은 부분은 배송지연에 엄청 예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배송 전 변경/취소 문의가 높다는 것은 배송이 늦으면 바로 마음을 바꾸는, 즉 기다림의 시간이 짧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이렇게 고객 게시판 분석을 통해 도출된 키워드는 '배송'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배송과 연관된 서비스의 문제로 정의할 수 있다. '문제의 쇼핑몰' 고객은 이미 우리에게 상품이나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것이 필요하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맨 위에서 자체적으로 시도한 다양한 것에서 놓치고 있던 부분이다.
배송?? 해당 문제의 쇼핑몰은 이제 6개월 된 몰이고, 비교를 한 쇼핑몰은 안정권에 접어든 몰로써 핵심 타깃과 연령, 라이프스타일, 상품 구성 비율(자체 제작)등의 다른 변수에서 나오는 현상 일 수도 있는데, 위와 같은 비교 분석 결과로 '배송(시간)'이라 단언할 수 있나?
이유 있는 반론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해당 '문제의 쇼핑몰' 론칭 시에 벤치마킹 한 쇼핑몰을 포함하여 비슷한 옷과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쇼핑몰 및 타깃이 전혀 다른 쇼핑몰들을 함께 묶어 비교 분석했다. 여기에서도 비슷한 고객 성향을 나타낸다면 이것은 우리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 맞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우선, 타깃이 전혀 다른 쇼핑몰 3개 분석
미시, 남성, 30대 여성 라이프 스타일을 겨냥한 쇼핑몰 추가 분석
목표 타깃이 같은 10대 후반-20대 중반 쇼핑몰 분석
위의 표(2)와 같이 '문제의 쇼핑몰'과 비슷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A, B 쇼핑몰도 표(1) 대비하여 공통적으로 배송과 관련된 문의 비율이 크게 높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내부 시도 (상품 등록 개수 늘리기, 경쟁사 베스트 상품 더 싸게 팔기, 페이스북 이슈 콘텐츠 추가 제작, 광고 채널 점검(검증된 광고 채널 운영), 이밖에도 모델 추가 촬영, 사진 스타일 변경)에도 불구하고 매출을 포함한 각종 수치가 정체인 상황이 배송(시간)에 대한 이슈인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고 부담 때문에 최소한의 '선' 사입도 되도록 하지 않는 방향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 주문이 들어온 후 상품의 품절 여부를 시장에 확인하면서 움직이고 있다. 이 때문에 특정 상품 재고가 부족해 배송이 늦는 것은 감수하고 있다. 이렇게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기존 쇼핑몰 론칭 시에도 비슷하게 적용되었던 시스템으로 문제가 없었다."
이렇듯 고객 게시판은
고객 불만의 소리가 모인 곳이 아닌,
쇼핑몰 성공을 위한
인사이트가 숨어 있는 곳이다.
성공적인 쇼핑몰 운영을 하고 있는 베테랑 경력자들이 만든 쇼핑몰이 재구매율 8%짜리 초라한 쇼핑몰이라니 대체 왜? 그리고 다양한 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더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원인을 못 찾고 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성공적인 쇼핑몰 운영 경험이 있는 경력자들이 왜 수많은 시도를 하면서 당연히 검토해봤을 법한 배송과 관련된 서비스에 대한 부분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것일까?
위에 이미지는 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자주 나오는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다. 어렸을 적부터 아기 코끼리의 뒷다리를 말뚝에 묶어 놓는다. 그러면 아기 코끼리는 안간힘을 써도 말뚝 주변을 벗어날 수 없다. 성인 코끼리가 되어서 그 족쇄를 뽑아버릴 힘이 충분해져도, 이제는 더 이상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코끼리가 바보 같다고 생각되는가?
바로 이 '문제의 쇼핑몰'이 위의 코끼리 이야기와 같이 고정관념의 위험함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본인들의 과거 경험을 토대로 개선에 나서면서 배송과 관련한 부분은 지나쳤던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에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쇼핑몰 또한 론칭 초기에 비슷한 방식과 배송 시스템으로 움직였지만 고객들은 이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았고 매출은 안정적으로 성장했기에 이 부분이 문제가 되리라곤 생각을 하지 않고 있던 부분이다. 과거로부터 학습된 성공 경험이 역설적으로 독이 된 경우이다.
(참고하면 좋은 글: 의류 쇼핑몰 신상품 할인은 왜 하는 걸까? / 의류 쇼핑몰에 '움직이는. gif'가 많은 이유 3가지)
과거의 경험과 익숙함에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시각을 갖는 것이 필요한
순간이다.
ⓒ 크리에이티브마인 이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