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 지식은 소유할 때보다 나눌 때 더 커진다고 생각한다.
6년간 다닌 회사를 퇴사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었다. 동시에 이곳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도 60여 일이 지났다. 6년간 함께 했던 회사는 인터넷 의류 쇼핑몰 '임블리', '멋남'으로 유명한 '부건에프엔씨'였다. 2012년 마케팅 팀원으로 입사해 회사의 많은 위기 순간을 넘어 입사 당시 70여 명 규모에서 2017년 기준 약 300여 명의 직원과 매출 1,000억 원대 목전까지 성장한 기업이다.
그 과정 속에서 ‘전략기획 팀장’, ‘통합서비스 운영 부서장’으로 대표님을 포함한 경영진과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시도하고 이루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멋진 팀원들이 늘 곁에 있었기에 6년간 한 곳에서 회사와 스스로의 성장을 추구하며 달려올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나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이라 생각하고 달려오길 5년, 그리고 찾아온 이듬해 2017년 3월, 퇴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때 시작되었다. 한 번의 내부 이슈를 통해 경영진이 추구하는 방향과 내 삶의 방향이 더 이상 비슷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 이슈에 대해선 아직은 이곳에 자세히 쓸 수 없지만 그때 받은 가치관의 차이는 2017년 내내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관이 직원과 같을 수 없으니 내가 해야할 업무에 충실 하자"라는 마음으로 임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던 12월 18일, 퇴근 시간이 다돼서 자리로 걸려온 전화 한 통.
'부서장님, 본부장님 실로 내려오시랍니다.' 경영지원부에서 걸려온 전화, 내려간 그곳엔 대표님이 있었고 자리에 앉자마자 꺼내신 한마디 "혹시 외부 활동하고 있나?", "어떻게 회사를 다니면서 외부 활동을 할 수 있지?"였다.
답변이 필요했다.
"네, 다만 우리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소상공인 분들을 대상으로 제 경험과 노하우가 도움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4명을 상담을 해 드린 것이 전부입니다. 업종도 다른 분들이고, 정기적인 컨설팅도 아닌 2시간 정도의 상담입니다.", "상담은 최근 한 달 주말을 통해 진행했습니다." "먼저 말씀 못 드린 점은 죄송합니다."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과 방향의 차이였기에 이해를 구하거나 설득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6년간 달려온 시간이 30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이후 이어진 나머지 대화는 생략하겠다. 그냥 그분들 관점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존재하듯, 나는 나 대로의 삶의 방향과 가치가 다른 것일 뿐, 각자 생각의 차이라 생각하면 그만이다. 누가 옳고 누가 틀린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라 생각한다.
사실 이 부분은 퇴사 후 지금 내가 '브런치'에 온라인 쇼핑몰 창업 후 고군분투하며 나아가고 있는 소상공인 분들을 위한 '쇼핑몰 운영 실무전략' 관련으로 글을 쓰고 있는 이유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경험과 지식은 소유할 때보다 나눌 때 더 커진다고 생각한다.
열정을 쏟아 최선을 다했던 6년이란 시간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가고자 하는 인생의 가치가 확고해져서 일까? 미련 없이 회사를 퇴사할 수 있었다.
6년간
나름 최선을 다해 달려왔기에
시원 섭섭할 줄 알았다.
공허함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기우였다.
그래도 열정을 쏟아 최선을 다해 6년간 함께한 곳이다. 비록 이젠 6년의 인연을 마무리하게 되었지만 먼발치에서 회사의 성장을 응원하고자 한다. 다양한 위기를 넘기고 1천억 기업 목전까지 성장했으니, 그에 걸맞은 품격과 비전으로 쇼핑몰을 넘어서 꼭 패션 브랜드 기업으로 도약을 희망해본다.
ⓒ 크리에이티브마인 이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