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사회적 기업을 제외한 주변 젊은 창업가들은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1.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창업을 하셨고, 돈을 좇아 사시는 분
2. 혁신(기술, 비즈니스모델, 디자인 등을 관련)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하시고 계속 그렇게 노력중이신 분
3.혁신(기술, 비즈니스모델, 디자인 등을 관련)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창업을 했으나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가치가 흔들리고 변질되어 힘들어하시는 분
4.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재미있어 하는 일을 항해하듯 즐기는 분
5. 혁신을 거듭하여 끝내 사람들이 좋아하는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분.
나는 아마 3번이고, 정신 차리고 5번으로 나아가자가 하는 상태이다. 5번에 해당하는 분들, '혁신을 거듭하여 끝내 사람들이 좋아하는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신 분'을 나는 '위대한 기업'이라 부르겠다.
5번에 속하는 '위대한 기업'은 1, 4번을 제외한 모든 창업자들의 목표이자, 1, 4번을 포함한 모든 창업자들의 로망이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통찰과 미칠듯한 노력으로 결국 '가치를 좇았더니 돈이 쫓아오더라'고 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이다. 후발주자들을 아류작, 미투상품들로 만들어버리는 유일한 존재다. 후발주자들이 가격경쟁을하고 엄청난 광고비를 투입할 때 '위대한 기업'은 늘 그래왔듯 탁월함을 추구하며 계속 더 나은 것을 만들면 된다. 고유하기에 경쟁으로 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그들의 가치에 온전히 집중할 여유를 얻은 자들이다.
젠틀몬스터는 5번에 속한 '위대한 기업' 중 하나이다. 2011년에 설립된 기업이고 트렌드가 급변하는 분야에 속한 기업이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강렬한 임팩트로 시장을 파괴적으로 선도했다는 점' 그것 하나만으로 나는 그들을 위대하다고 하겠다.
부럽다! 젠틀몬스터!
젠틀몬스터와의 첫 만남.
1년 전 가로수길을 걷다 괴상한 건물을 마주했다. 거리 전체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그 괴상한 건물은 어떤 미친 아티스트 또는 외계인이 환각상태에서 '싸질러놓은' 것 같았다.
사실 젠틀몬스터를 처음 봤을 땐 충격이었지만 '외국에 잘 하는 브랜드가 정말 마음 먹고 지은 플래그십 스토어인가 보다'싶었다. 제품이나 공간이 너무 탁월했기에 자주 들러 둘러보곤 했던 그런 브랜드였다.
이후 홍대나 논현에 걸을 때 젠틀몬스터 매장들이 발견되었다. '어?! 얘네는 뭔데 플래그십 스토어를 이렇게 많이 짓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 젠틀몬스터를 더 자주 보게되었는데 이 미친 매장은 지나 갈 때마다 인테리어가 바뀌었다.
'우와 돈이 남아도나봐!!! 여기 뭐야?!'하는 생각에 젠틀몬스터에 대해 알아보았다.
말도안돼! 젠틀몬스터가 2011년에 창업한 국내 브랜드였다니!
크레이지몬스터 젠틀몬스터 Crazy Monster Gentel Monster
젠틀몬스터를 미쳤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젠틀몬스터는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제품, 공간, 스타일, 문화, 기술적인 면에서 탁월한 감성과 품질의 선글라스-안경을 제공하는 선글라스-안경 분야 선도기업이다.
- 젠틀몬스터가 시장진입하던 시기, 안경-선글라스 시장은 명품 브랜드들을 포함한 기존 플레이어들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있던 레드오션이었다.
- 젠틀몬스터는 영어교육 관련 중소기업 다니시던 30대 중반의 남성(김한국 대표이사)이 2011년 설립한 회사다.
- 처음에는 선글라스 여러개를 집에 보내주고 선택해서 쓸 수 있는 온라인 비즈니스로 출발했다.
- 위기와 실패의 과정에서, 고객의 삶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젊은이들의 취향을 만족하는 뚜렷한 감성과 개성이 담긴 20-30만원 대 프리미엄 선글라스 시장'을 발견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디자인에 전폭적인 투자를 했다.
- 젠틀몬스터는 2014년 새로운 디자인의 선글라스를 350개나 선보였으며, 그 중 30%는 매니아를 위한 앞선-또는 난해한 제품이다.
- 기사에서 봤는데 젠틀몬스터 선글라스 디자이너 중 23세 부터 젠틀몬스터와 함께해온 이도 있다고한다(지금은 20대 후반이겠지?!)
- 천재들도 혀를 내두르는 젠틀몬스터에 갓 졸업한 디자이너라니! 젠틀몬스터는 얼마나 도전정신과 장인정신이 뿌리박힌 기업이란 말인가!
- 창업 5년 차 젠틀몬스터는 뉴욕에도 지사를 두고있을 정도의 글로벌 브랜드이며 젠틀몬스터의 제품들은 전 세계 500여개(그 이상)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 젠틀몬스터는 거대한 빌딩을 꽉 채우는 압도적인 쇼룸을 다섯 개나 보유하고 있다.
- 젠틀몬스터는 창업원년 2011년 1억 2천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이후 2013년 50억 원, 2014년 200억 원 내외(추정)로 초고속 성장했다. 올해는 500억 기대해본다.
- 젠틀몬스터의 성공을 보고 많은 후발주자들이 젠틀몬스터를 흉내냈다.
- 후발주자들 중 젠틀몬스터의 발가락 때 만큼이라도 쫓아온 기업은 아무도 없다.
(굳이 이름을 언급하지 않겠다.)
감히 평해보자면 요즘 최고의 스타트업이라 손꼽히는 배달의민족, 피키캐스트 만큼이나 그 이상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한다. 젠틀몬스터가 성공적인 스타트업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오래 전 부터 존재했던 것 마냥 너무 탁월해서 가닐까 생각한다.
젠틀몬스터에서 발견한 위대한 기업의 특성
1. 위대한 기업은 저마다의 탁월함을 맹렬히 추구한다.
사람들은 건전하고 명확한, 공감할 수 있는 철학이 반영된 제품에 열광한다. 기업의 철학을 고스란히 제품에 녹여내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노력한 결과가 탁월함이다. 젠틀몬스터의 탁월함에 대해 칭찬하면 '프리미엄 브랜드인데 당연히 탁월해야지'라고 답하는 이들이 있다. 중저가 가구브랜드이자 홈퍼니싱home furnishing시장을 열어젖힌(과거 가구는 평생 쓰는 물건이었으나 지금은 기호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이케아IKEA도 탁월함을 추구한다. 그들의 탁월함은 낮은 가격의 고품질 디자인 가구이다. 다이소도 낮은 가격에 그 이상의 제품을 제공하려 피나는 노력을한다. 탁월함의 기준은 기업마다 다르다. 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기업, 브랜드들 중 탁월함을 추구하지 않는 이는 아무도 없다.
2. 위대한 기업은 경쟁하지 않고, 유일한 존재brand가 되고자한다.
거시적으로 모든 기업들은 동종 기업들과, 때론 다른 시장의 기업들과 직간접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위대한 기업이 경쟁하지 않는다는 말은 '경쟁을 의식하고, 경쟁을 기업 문화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젠틀몬스터가 비슷한 가격, 품질 포지셔닝의 제품 레퍼런스를 참고해가며 그들 제품을 만들었다면 지금과 같은 개성이 나올 수 있었을까?
위대한 결과물을 만든 이들은 경쟁할 시간에 인간(고객)의 삶을 깊이있게 생각한다. 본질을 탐구하고, 최선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듦으로써 유일하고 탁월한 무언가를 만들고자 한다. 위대한 기업은 '창작자의 고통'을 이겨내고 '온전한 창조'에 성공한 이들이다.
3. 위대한 기업은 놓치는 것이 없다.
젠틀몬스터와 같은 사업은 '디자인-브랜딩-유통' 세 가지가 중요하다. 젠틀몬스터는 추구해아하는 핵심역량 '디자인-브랜딩-유통'을 하나를 취하면 하나를 희생해야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자원의 효율적 분배'의 관점에서 본다면, 전재산이 100만 원인 경우 디자인에 70만큼 투자하면 나머지 브랜딩과 유통에는 합쳐서 30만큼 투자할 수 있다. 하나를 취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김한국 대표는 모든 면에서 탁월함을 추구해야하고, 이는 +-(더하기빼기)가 아닌 시너지(곱하기)의 효과를 보이게 된다고 믿는다.
'무조건, 모든 면에서 디테일'이라는 철학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4. 위대한 기업은 끈기있고 치열하게 즐기는 자들이 만들어낸다.
젠틀몬스터는 첫 번 째 비즈니스모델(고객이 좋아하는 선글라스 보내주고 마음에 드는 것은 구매하게,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무료로 회수하는 온라인 선글라스 비즈니스)을 실패했다. 실패의 과정에서 디자인과 브랜딩의 중요성을 깨닫고 새로운 시장을 발견했다.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디자인과 브랜딩에 관한 파격적인 투자를 해왔다. 초기 창업멤버들은 벼랑 끝에서 첫 히트상품을 낼 때 까지 밤을 지새웠다.
창업멤버들은 힘든과정을 거쳐 결국 히트상품을 만들어냈다. 만족할 때 까지 만들어서 세상에 나온 젠틀몬스터의 첫 히트작 TRAM C2는 오직 제품과 디스플레이, 브랜드의 임팩트만으로 패션피플들의 로망이 되었다. 이어 연예인들이 줄지어 끼고다니고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이 즐겨착용하며 젠틀몬스터는 메가히트 브랜드가 되었다.
작은 기업이 힘든 시절을 이겨내며 뛰어난 것을 만들어내려면 투자금도 필요하지만 가치에 대한 믿음, 그것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과정에서의 즐거움이 있어야한다.
5. 위대한 기업은 창조적 욕망을 존중한다.
: 젠틀몬스터 홍대 쇼룸 1층은 25일 간격으로 인테리어가 바뀐다. 설치예술가, 아티스트 등이 바꾸기도하고 음악하는 사람이 와서 공연을 하기도한다. 뱀의 뼈로 선글라스를 만드는 등 제품의 30%는 매우 매니악한 제품이다. 패션계 종사자들은 '10개 만들어서 1개라도 성공하면 대박'이라고 말한다. 김한국 대표는 '디자이너들이 모두가 좋아할만한 선글라스만 만들고 1개라도 성공하길 바라며 일 한다면, 디자이너들이 재미없어한다'고 한다. 젠틀몬스터는 디자이너들이 재밌어하는 일들을 벌이고, 그들이 만들고 싶은 선글라스도 한 개가 됐더라도 만들도록 한다. 창조적 욕망에 대한 존중이 지금 젠틀몬스터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6. 위대한 기업은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에 관심이 많다.
김한국 대표는 창업 초기 3개월 간 책 100권 읽기를 실천했을 정도로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그는 안경을 만들면서 안경만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경을 잘 알고 잘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고객의 삶을 알면 더 좋은 것 아닌가?하고 묻는다. 그는 정치-경제-예술 등에 대해 끊임 없이 공부하고 이야기하기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감각적인 부분까지도 분명히 알고, 고객과 관련된 자신만의 통찰을 갖고있으며,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고있다. 위대함은 인간(고객)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와 통찰(언어적-비언어적인 영역 포함)을 통해 탄생되는 것이 아닐까?
7. 위대한 기업은 꿈과 희망을 준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브랜드이자,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브랜드 젠틀몬스터. 탁월한 제품을 끊임 없이 쏟아내고 탁월함 자체의 한계를 끌어올리고 있는 브랜드 젠틀몬스터. 가치를 추구한 결과 흔들리지 않고 그들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고유한 영역과 자유를 얻게 된 그들이 부럽다.
약간 극단적으로 나는 젠틀몬스터와 같은 선도기업이 아닌 이상 '행복한 기업'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후발주자들은 선발주자들을 의식할 수 밖에 없고, 가격-단기광고 등 전술적인 것으로 승부봐야한다. 항상 아류작, 2등이기 때문에 일하는 이들이 온전히 즐겁고 뿌듯할 수 없다.
젠틀몬스터 같이 가치와 신념을 지켜 탁월함에 이른 이들은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 옳은 것을 실천하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탁월함을 추구할 용기, 할 수 있다는 희망.
제 3의 창업인생을 앞둔 내게 많은 가르침과 용기, 희망을 준 젠틀몬스터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