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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ative Uxer Sep 17. 2020

요즘 UX의 유행어 - 토스처럼, 카뱅처럼 만들어와

Uxer에게 해서는 안 되는 오더 

요즘 UX 분야에서 유행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 다른 거 필요 없고, 토스/카뱅처럼 만들어와 "



좋게 표현하면 이 정도이고, 조금 더 직접적으로는 

'OO랑 똑같이 만들어와!', 'OO가 맘에 드니까 다른 거 하지 말고 똑같이만 해!' 같은 말들도 있죠. 


이런 식의 표현이 나온 건 처음은 아닙니다. 

예전에도 '네이버처럼 만들어와' 또는 '현대카드처럼 만들어와' 이런 표현이 있을 때도 있었구요.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UX 업체나 서비스를 빗대어 말하면서 똑같이 진행하라는 건,

이 업을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지시하는 입장에서는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진짜 그 서비스가 잘되어있고 방향이 같아 따라가라고 하는 의도를 가지고 말하는 경우도 있고,

'어떻게'를 표현해야 할 줄 몰라서 '그냥 잘 만들어~' 하기보다는

적어도 '내가 이만큼 알아' 인지를 시키려고 의식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UX를 하는 사람에게

'다른 서비스를 베끼라는' 표현이 얼마나 불쾌하고 위험한 표현인지 그들은 알지 못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 모든 서비스의 UX가 같은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모든 서비스는 각 서비스마다 본질적인 특성이 있고, 배경이 되는 법과 규정들을 다르게 적용받습니다. 


업종별/상황별 이용하는 고객 특성이 다르며 회사마다 이용하는 이용자 층도 다를 것입니다.

( 적어도 제가 직접 경험한 금융/게임/멤버십/커머스 등은 그렇습니다. )

물론 고객이 다른만큼 UX 도 회사마다, 서비스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차별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아이폰이 나오면서 애플의 UI가 보편화되고, Material Design 이 안드로이드의 UI의 기반을 마련했다면, 그다음 레벨에서는 '각 서비스에 대해 UX를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최근 카카오뱅크와 토스가 특히 더 주목받게 된 것은

그간 우리나라의 은행이나 금융권 서비스가 수행하고 있던 모바일 서비스 및  

초기 우후죽순 생겨났던 페이먼트 서비스와 차별화되고 정교한 UX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 스는 페이먼트 서비스를 시장 초기부 터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다른 회사와 다르게 UX에 많은 투자를 했죠. ) 


하지만 토스와 카카오뱅크의 UX가 모든 업에 통용할 수 있는 UX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UI요소 일부를 가져올 수 있어도 동일한 방향으로 UX를 모두 가져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좀 더 심플하게, 좀 더 고객 편의성을 중심으로, 고객의 액션을 유도하는 UX의 방향성은 어느 서비스에도 반영할 수 있지만, 카뱅의 메인화면 토스의 내비게이션이 모든 서비스에 최적인 것은 분명하게 아닙니다. 



두 번째, 당신의 회사는 선도업체와 같은 환경인가요? 

토스나 카뱅에 있는 UX기획자를 ( 또는 Ux Designer를 ) 데려왔다고 해보면 어떨까요. 

그럼 똑같이 좋은 UX를 만들 수 있을까요? 사실 쉽게 만들 수 없을 것입니다. 인프라가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대부분 업계에서 통용되는 UX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들은 비슷하고,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경력자가 쌓인 팀 구성의 스펙이나 실력은 대동소이합니다. 

( 물론 UX를 잘하는 일부 능력자들은 있고, 숨어있는 디테일의 차이가 품질의 차이를 만들기도 하지만 ). 

최근에는 behance등이 활성화되어 좋은 UX에 대해 가지고 있는 레퍼런스 또한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 회사가 가진 개발력, 각 현업(비즈니스 실무자)이 가진 생각들, 의사결정 절차,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기업 문화 등 복합적인 요소를 통해 판이하게 다른 결과물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UX는 Uxer만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토스/카뱅처럼 만들어오라고 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 당신의 회사는 토스/카뱅 같은가요? "

같은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가요? 같은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는가요? 


당신이 오늘 그간의 결과물을 무시하고, 다른 회사를 베끼라고 말한 그 Uxer가 혹시 이 업계의 능력자는 아닌가요? ( 그 직원이 좋은 회사로 이직을 하고 나서야 깨닫지는 않는가요? ) 


세 번째, 분명한 수행방안이 없는 말로 지시하지는 않으셨나요? 


좋지 않은 오더는 '아삽(ASAP)'만 부르짖는 오더입니다. 

그 오더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많은 준비와 여건을 함께 지정해야 원활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누가', '어떻게'는 없이 '언제'만 포함되어 있는 오더를 흔히 접하게 됩니다.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리소스(인력) / 수행 방안과 방법론은 배제된 채로  '빠르게'만 말을 하죠. 


특히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고 UX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UX 자체에 필요한 리소스는 기본으로

개발/플랫폼(시스템) 및 외부환경(OS/통신사/법적 정책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타사를 쫒아가라고 하는 것인지, 

누가, 어떻게를 포함하여 전달한다면 UX를 하는 사람의 혼란이 줄어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조금은 부정적인 표현이 많은 이 글의 

과연 '카뱅처럼/토스처럼'의 의미를 상호 간에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을지 고민해봤습니다.

 

중요한 것은 카뱅 토스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카카오페이가 은행에서 토스가 페이/송금 영역에서 혁신의 아이콘이 된 것처럼
자사의 서비스 영역에서 "혁신의 아이콘"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카뱅과 토스 같은 서비스를 원하신다면 


Uxer에게 '같은 컴포넌트를 써서 UI를 구성하는 것'

'내비게이션을 하단에 배치하는 것'이나 '콘텐츠를 배너가 아닌 타이틀 방식으로 배치하는 것' 이 아니라 


'서비스와 시장을 혁신' 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된다면 

Uxer들도 이 표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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