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마인드와 조화가 결과물의 성패를 가른다.
UX분야는 다른 업과는 다르게 '아웃소싱' 이 상당히 활발한 편이다.
그 이유는 분야 자체의 특수성 때문인데,
과거부터 포토샵 기반의 디자인과 HTML 기반의 퍼블리싱(코딩) 업무는 일반적인 사무직에서 수행하기 쉬운 업무가 아니었으며, 웹디자인 과정 같은 별도의 과정을 이수하여 스킬이 있어야 수행이 가능했다.
( 과거에는 그래픽 디자인 같은 기능사 자격증 등이 인기가 많았고 기본적인 소양이었다. 이 자격증이 취득하기 어려운 자격증은 아니었지만, 관심사가 있는 사람이 최소 3개월 이상 교육기관을 통해 취득하는 경우가 많았다. )
또한 UX업무의 경우 내부에 전담하는 인력이 없는 경우가 많았기에, 직무의 특수성을 잘 살려서 '웹에이전시'를 통한 아웃소싱(외주) 2000년대 초반부터 왕성하게 성장했고 또 발전해왔다.
최근의 트렌드는 기업에서 UX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UX 인력을 자사 내에 두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in-house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한 에이젼시에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친구들이 in-house로 들어가기도 하고 반대로 기업에서도 이런 친구들을 영입하기 위해 노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반대로 '웹에이젼시' 또한 '디지털 에이젼시' / 'UX 컨설팅' 등으로 분야와 업무 속성을 바꾸어가면서 전문성을 더 높이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기업에서는 상당수의 UX 운영 업무는 in-house에서 수행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구축하거나 리뉴얼할 때 컨설팅의 관점에서 외주를 사용하게 되고,
운영 업무나 상시로 진행되는 업무는 in-house에서 처리한다.
반대로 UX를 주업으로 하던 웹에이젼시 들은 장기간의 다수 인력이 소요되는 ( 하지만 부담이 많은 )
실무 프로젝트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기보다 컨설팅 차원의 UX를 수행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자, 그러면 현업의 입장에서 외주 업체를 어떻게 만나고 세팅해야 되는가?
A기업의 J과장은 리뉴얼 프로젝트의 오더를 받고, 자사의 역량으로 처리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외주를 찾기 시작했다. 수십 여개의 에이젼시 사이트를 뒤져보고 레퍼런스와 자료를 찾고 그중 10개 이상의 업체를 컨택했다. 각 에이젼시의 대표 담당자들은 인력 사정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 일정을 감안하여 리소스를 검토하였고, 프로젝트의 성과로 얻을 수 있는 예산과 성공의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그 결과 참여의사를 보낸 회사 리스트가 생성되었고, 해당 리스트를 기반으로 비딩 절차가 진행되었다. ( 과거에는 제안서를 기반으로 비딩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제안에 들어가는 리소스가 상당하기도 하고 아이디어만 탈취되는 경우도 많아 최근에는 제안서 기반으로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 회사에서의 각종 기준과 in-house의 UX 인력들의 면밀한 검토를 진행하였고, 이에 따라 업체가 선정되었다. in-house의 ux 담당자와 업체의 ux 담당자 간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양사 간의 진행방향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였고, 그에 따라 투입인력과 산출물을 사전에 정의하고 그에 맞는 M/M와 비용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
B기업이 K과장은 리뉴얼 프로젝트의 오더를 받고, 자사의 역량으로 처리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외주를 찾기 시작했다. 수십 여개의 에이젼시 사이트를 뒤져보고 레퍼런스와 자료를 찾아보던 중, 상부의 지시로 비딩 절차 없이 특정 업체가 외주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별도의 검토 과정이 없었기에 업체에 대한 정보나 투입되는 인력에 대해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고, 흔히 말하는 라인을 타고 들어온 업체는 진행방향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만을 피력하며 역으로 갑질을 시작했다. 비용에 대한 협의 역시 충분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계약이 체결되었다.
이 두 가지 케이스를 읽어보면, UX를 모르는 사람이 읽어보아도 상식적으로
어떤 누구도 당연히 A기업 방식이 맞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실제 B기업처럼 일하는 케이스가 아직도 다수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살펴보겠다.
첫 번째, 외주업체는 누가 선정하는가?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UX는 그 전문성이 남다른 분야이다. 회사의 head를 담당하는 전략부서나 주요 임원들 조차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쉽지 않다. 당연히 UX업체에 대한 판단이나 평가를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도 역시 UX실무자 들이다. in-house에 UX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보다 업체를 잘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회사의 비즈니스적인 측면, 조금 더 직접적으로 표현한다면 비용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업체의 본질을 평가해서 적합성을 판단하는 것은 UX 실무자여야 한다.
물론 UX 업체를 판단하는 것에 있어 비용이 중요한 요소를 결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투입 대비 성과의 방향을 측정할 수 있는 것도 회계나 자금 관련 부서가 아니라 UX부서이다.
회사는 UX담당자를 충분히 믿어야 하고, 반대로 UX를 담당하는 사람은 기본적인 윤리의식을 충분하게 가져야 한다 =>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거에는 접대를 통한 업체 소싱도 많이 있었다. 이런 구태의연한 방식들은 꼭 규제되어야 하고, 갑을 모두가 UX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업을 지키는 방향이 되지 못한 다는 것을 알고 자정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두 번째, 좋은 에이젼시는 어디인가 ( 에이젼시 순위는 의미가 있는가? )
GDWEB 같은 사이트를 보면 에이젼시 순위정보가 있다.
하지만 순위 정보 상단에 표기된 것처럼 해당 회사의 자체 기준에 의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많은 작품을 등록해야 좋은 에이젼시로 평가받을 수 있다. 특히 맨 하단이 안내처럼 규모, 매출, 인원수 조차 반영되어있지 않다. 이 사이트의 정보는 완전히 참고 자료 수준이다. 이런 정도의 에이젼시가 있구나, 컨텍 대상 리스르를 뽑으면 되는구나 정도, 절대로 이 순서가 좋은 에이젼시를 선택하는 척도가 되지는 않는다.
각 사의 서비스와 사업이 다르듯이 에이전시마다 잘하는 분야가 있고, 인원의 구성이 다르다. 구성원의 스킬, 나이, 마인드, 성향 등 다각도의 고려가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결국 외주를 하더라도 이후의 운영은 자사의 in-house직원들이 수행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기간 동안 하나의 목표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서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상호 발전해야 한다. 면밀하게 자사와 에이젼시의 상황을 감안하여 적합한 회사를 판단해야 한다.
세 번째, 비딩을 왜 하는가? 제대로 비딩 하는 방법은?
비딩을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쟁 입찰을 통해 경쟁력 있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함이 가장 큰 목표이다. 또한 위에 말한 것처럼 외주사의 상황과 투입되는 인력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 과정이 생략되면 과다한 비용 지출을 피할 수 없고,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 양사의 협의과정을 충분하게 거치지 못한다. 에이젼시에서는 비딩을 위해 제안을 준비하고 제안에 대한 사항을 확인하면서 업체와의 방향성을 맞추게 된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이 형식적인 비딩이다. 에이젼시에서 제안이라는 과정을 하는 것에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in-house에서도 그 노력을 충분히 받아주고 상호 협의를 하는 과정으로 삼아야지, 의미 없이 그 시간을 보내면 이후 프로젝트 진행 초기에 다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충분한 비딩 절차와 그에 대한 담당자 간의 협업은 프로젝트의 초반 리소스 절감과 높은 완성도를 유도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을 상호 간에 꼭 기억해야 한다.
여기서도 한 가지, 기업에서는 외주업체의 제안 아이디어만을 탈취해서는 안된다. 이 분야의 이상한 점 중 하나는 비딩 절차에서 많은 제안을 요구하면서도 제안에 대한 fee를 지급하지 않는 것에 있다. ( 사실 정말 공정한 비딩과 과정이라면, RFP로 보안유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에이젼시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
네 번째. 각자의 목표가 같으면서도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수행사(에이전시)에서는 기간 단위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때문에 정해진 납기에 원활하게 결과물을 전달하여 프로젝트를 마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좋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남겨야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로 남게 되고 이후에 더 많은 프로젝트를 하는 것에 밑바탕이 된다. 또한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을 남겨야 비즈니스로 이어져서 기업의 존재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외주를 사용하는 in-house에서는 최대한 많은 요구사항을 만들기 원하고, 좋은 퀄리티로 결과물을 받기를 원한다. 그 과정에서 기업의 결제선에 있는 많은 사람의 눈높이를 동시에 맞춰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고 프로젝트의 수익성에 대해 몇 년에 걸쳐 평가를 받기도 한다. 때문에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동안 Project Manager와 in-house의 관리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서 양쪽이 '최대한의 퀄리티를 추구하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고, 또한 좋은 수익성을 가져야 한다는 공통점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연결되어있는 업체가 최대한의 수익성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한쪽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각자의 미션, 각자의 목표가 아니라 양쪽 업체가 모두의 역량을 합쳐서 최대한의 성과를 만드는 것을 선행해야 한다. 그래야 수익성 측면을 보아도 양사가 zero-sum 이 아닌 win-win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결론적으로 좋은 외주업체의 선택은 '적합한 주체'가, '상호 간의' 적합한 업체를 찾고, 제대로 된 비딩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그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양사의 충분한 이해를 통해 협업시스템을 구축해야 win-win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업을 하면서 끊임없이 느끼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개인의 힘으로 되는 일도 아니며 좋은 조직에서 좋은 파트너를 만나야 가능한 일이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내가 먼저' '나라도'라는 마음으로 이 업을 이해하고 좋은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