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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ative Uxer Oct 05. 2020

'현업'이라는 애매한 단어

'현업' 때문에? 

UX-IT 분야에도 적합하지 않고 불명확한 속어들이 있다. 

레이아웃을 '와꾸' 라고 표현한다던지, 업무를 담당한다는 걸 '마도 잡는다'라고 한다던지


그중에 외래어도 속어도 아닌데,

대명사처럼 자주 쓰이면서 의미를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가 있다.



"현업"


마치 의미 표현이 어려운 대상을  '거시기'로 대명사처럼 표현하는 전라도 사투리의 표현방법처럼,

이 현업이라는 표현을 잠 차주 쓰인다. 


단어의 어원부터 참 애매하다 


사전적인 정의로는.

1. 현재 종사하고 있는 직업 또는 사업.
2. 실제적인 업무 또는 현장의 업무. 를 말한다 ( by 국어사전 )


단어의 의미로만 풀어서 얘기하면

"실제 현장에서 업무를 하고 있는 부서" 정도가 되겠다

( 재미있는 건 '현업'을 구글 번역기로 돌려보면 'Business' / 네이버 파파고에서 돌려보면 'the present business'로 나온다. 네이버에서는 '현장의' 보다는 '현재의'로 해석하는 듯하다 ) 


우리나라의 IT 산업 구조 상에서 보면 


갑을병정으로 ( 대기업에서 말단 회사까지 하청의 구조로 ) 업을 수행하다 보면,

상위 회사의 담당자를 으레 '현업'으로 통칭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의 일부를 아웃소싱(외주)으로 진행한다고 했을 때, 

외주를 주는 회사에서 하청을 관리하는 담당자를 현업이라고 부른다. 

현업이라는 표현이 외주에 일을 맡기지만 그 일을 담당하는 사람(담당자)으로 해석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여기에서 헷갈리기 시작하는 점은, 같은 회사 내에서도 현업이라는 표현을 쓰게 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회사 내 비즈니스나 마케팅 파트에서 => UX 파트로 업무를 의뢰하면

UX부서 내에서는 비즈니스 쪽 담당자를 '현업'이라고 부른다.

물론 비슷한 사례로 개발 부서에서는 요청을 준 UX부서를 '현업'이라고 부른다.


( 예를 들어, 마케팅 부서에서 UX에 업무 요청을 하고, UX에서는 외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UX 담당자 입장에서는 마케팅 부서가 현업이고, 외주 입장에서는 UX담당자가 현업이다.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화하게 되면 상대방을 오인하는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발생한다 )


처음 이 업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이 단어 자체가 생소할 것이다.


나도 주니어 시절에 한동안 '현업, 현업'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모호한 단어를 마치 대명사 같은 느낌으로 굉장히 자주 쓰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어느 회사에서도 '현업이 무슨 뜻이에요?'라고 질문하면 대부분 명확한 의미를 답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IT 영역(UX나 개발 등)에서는 이 현업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좀 더 정확하게 정리해두자면,

'클라이언트(client)'와 유사하고, 회사 안에서의 상황까지 고려하면 더 정확한 해석은 '업무 요구자'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흔히 UX나 개발자에게 '현업'은 주적(主敵) 같이 부정적인 존재로 언급되기도 한다.

매번 요건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요건을 변경해서 생기는 문제들을 '현업이 문제'로 돌리기도 한다.

물론 실제 그런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으로도 그리고 핑계로도, 그렇게 오용되면서 사용되는 말이 '현업이 문제'이다.  


정말 그 모든 것은 '현업이 문제' 일까? 

습관적으로 현업을 적으로 돌리고, 현업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관습화 되지는 않는가? 


입장을 바꾸어서 현업도 마찬가지로 산출물에 만족하지 않으면, 

개발자가 문제/기획자가 문제/디자이너가 문제라고도 이야기한다. 

다만 이를 대표할만한 단어가 현업만큼의 보편적인 단어가 없어서 통칭해서 욕하지 못하는 것이지

각자의 영역에서 상호 간의 비방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협업이 기본적인 이 업의 특성에서 '절대적인 문제', '특정 존재의 무조건적인 잘못'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주 소수의 악의를 가지고 하는 일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의 상대를 무조건 적으로 비해하는 것은 좋은 태도라고 볼 수 없다. 


'현업'이라는 단어의 본질을 이해하고, 

명확하게 필요한 시점에만 사용하며 단어 사용을 아예 자제하는 것은 어떨까

잡 포지션을 기반으로, ex) 회계담당자 / 마케터로 부를 수도 있고, 

또는 상황상 업무 요청자 또는 클라이언트 등으로 부를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 표현을 굳이 써야 한다면,

상호존중의 관점에서 이 단어가 가진 부정적인 뉘앙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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